조금 길고 무거운 얘기가 될거 같아, 먼저 양해 구할께.
내겐 오래된 매냐친구가 있어.
우린 2001년 초, 추운 겨울 칼바람 부는 합정역 2번 출구에서 처음 만났지. 태지오빠가 6집 활동을 마치시고 양군기획에
계실 때 였는데 82년생으로 오빠 컴백때 고3에 지방 매냐였던 난 양군기획에 한번이라도 가보고싶어, 그 당시 내가 가입되 어있던 프리챌 태지커뮤니티에 글을 올렸어. 그때 내게 함께하자고 했던 아이가 지금까지 인연이 되어 이젠 17년지기가 되었네..17년동안 우린 그냥 매냐친구 이상의 친구가 되었지. 그냥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처럼 말이야.
그런데 그 친구가 많이 아파..사실 몇년 전부터 아팠어. 처음엔 머리가 또 그다음엔 다른 곳들이 자꾸 아프대..병원에 입원하고 검사하고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퇴원하고 또 다시 입원하기를 몇차례, 그러다 3년 전쯤부터는 연락도 끊겼 버렸어.
난 그 사이 결혼을 하고 미국에 이민을 왔고 아이를 낳아 그 아이가 두돌이 되어가는데 그 친구와 이런 일들을 나누지 못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 미안함이 늘 마음속에 있었지. 이 친구와 함께 친했던 다른 매냐 언니들과는 계속 연락을 하고 있으니 늘 소식만 궁금해하던 우리 였는데, 며칠전 갑자기 연락이 닿은거야. 그 친구가 먼저 소식을 전했어. 꼭 통화를 하고 싶다고 연락할 수 있냐고...
난 부랴부랴 전화를 걸었지. 간암이래, 말기래, 얼마 남았냐 물어도 말을 안해. 머리속이 멍해졌지..마지막 인사를 하고싶어 연락을 한거구나...참고 참았는데 결국 울음이 터지더라..그 친구는 지금 간성혼수 상태라 말하는 것도 많이 힘들어했어..간호사는 자꾸 전화 못하게 말리는데 힘들게 힘들게 말을 이어가다가 다른 언니들과도 얼른 연락을 하게 해야할것 같아 끊고 언니들에게도 알렸지. 전화를 끊고 한참을 울었어. 너무 안타깝고 미안해서.
가정사가 좋지 않았고 가정에서 지원이 안되니까 혼자힘으로 모든 것을 해야했고 그러다보니 건강에 문제가 생겼고...뭔가 평범하게 어려움 없이 살아온 내가 그 친구를 보며 늘 미안했고 안타까웠어. 열심히 사니까 잘될거라 생각했는데..휴...
어제 아침에 눈을 떴을때는 하루가 지나고도 믿기지 않았어서 자꾸만 눈물이 났는데, 그래도 생각해보니 아직 그 친구가 정신이 있을때 나랑 얘기할 수 있을때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을 추억하며 인사할 수 있음에 감사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 그래서 얼른 예전 사진들을 찾아 보내줬어. 함께 공연다니면서 즐거워했던 시간들, 오빠 얘기하며 행복했던 그 시간들을 떠올리며 그 친구도 너무 행복했다고 고맙다고 하더라. 어제까지 간간히 문자를 나누었는데 오늘은 답장이 없네...무슨 일이 있는 거라면 친구어머니가 연락을 주실거라고 했는데 아직 없는거보니 아직은 괜찮을거라 생각하고 있어.
내가 여기에 글을 쓰는 건, 우리 함께했던 추억들 속에 여기 있는 붸비들도 함께였으니까 그 친구를 한 번 기억해주었으면 해서야. 물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수천 수만의 태지중 하나이지만, 어쩌면 공연장에 옆에 있었던 친구 또는 오빠 앨범사려, 사전녹화보러 간 줄에서 함께 대기했던 매냐들, 그 덩어리 중 하나였던 우리의 친구니까 말야.
읽어줘서 고마워.
덧) 위태에 글을 쓰려 대문을 클릭하려는데, 새삼스레 눈에 띄는 너와함께한 시간속에서의 가사 '너와 함께한 시간속에서 아픔은 사라지고 나의 마음은 포근해지네' 이 부분처럼 내 친구도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 속에 그간의 아픔 잊고 행복한 기분속에서 포근함을 느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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뷉들..내 얘기 한번 들어봐줄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