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느끼지만, 태지 노래가사는 두가지 방법으로 들리는 것 같아
분명 본인은 '가사를 쓸 때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신경쓰지는 않는 건 분명해
자신이 하고 싶은 메세지가 있으면 일단 오랜 시간을 들여서 고치는 것 같아
그리고 항상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어떤 커다란 메시지에 비유하는 방법을 많이 쓰는 것 같아
항상 공식적인 기사로 '무슨무슨 메세지를 담았다'하는 것이 그 겉에 씌워지는 메세지이고,
그 안에 내용은 서태지 혹은 정현철의 개인적인 이야기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거지
그렇다고 안(서태지/혹은 정현철 개인의 이야기)가 진실이고 그것만이 진짜라는 것이 아니야
분명히 서태지는 하고 싶은 이야기(이번 모아이의 경우는 문명의 파괴와 미래에 대한 경고)가 있는데 그것을 단순히 현학적이거나 거창한 문장으로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는 솔직한 말로 풀어낸다는 거지
그래서 이번엔 내가 모아이를 듣고 느끼는 '안'의 이야기에 좀 더 주목해서 가사를 해석하려고 해
사실 모아이는, 서태지 노래 중에서도 크게 가사가 난해하다거나 그런 편은 아니라서;
보면서 나도 이런 생각은 해봤다거나 신선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도 이해해 줘 흐흐
분명 우리 오라방은 팬들이 음악 이야기하는 걸 좋아할거야!!!!
네온사인 덫을 뒤로 등진 건
내가 벗어두고 온 날의 저항 같았어
> 이 부분은 어쩐지 1996년의 은퇴를 얘기하는 것만 같아 '네온사인' 화려함의 상징이지 태지보이스로서의 인기, 화려한 영광, 명예.. 이런걸 다 뒤로 등지고 떠난 것이 일종의 '저항'이었다는 거지
떠나오는 내내 숱한 변명의 노를 저어
내 속된 마음을 해체시켜 본다.
> 분명 떠나는 발걸음은 가볍지 않았을 거야 왜 은퇴해야했는지, 왜 떠나야 했는지 서태지 스스로도 엄청나게 고민했겠지 그 모든 이유들이 변명이었을 수도 있고,
중요한 것은 어쨌든 이 모든 '속된 것'을 해체시켜야 했다는거야
때론 달콤한 내 거짓으로도
때론 아이 같은 응석에 두 손을 벌려도
> 이 부분이 모호하기는 한데, 달콤한 내 거짓이란 것은 일종의 가식? 아이 같은 응석은 말 그대로 힘들다 팬에게, 혹은 자기 자신에게 하는 응석
즉, 서태지가 겪은 고민과 고통을 해결하는 방식...
이제 ALL I NEED 모아이들에게
나의 욕심을 말해볼까 이젠
>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모아이'와 '욕심' 이라는 건데, 분명 앞의 뉘앙스에서는 욕심을 다 버리고 떠나왔다는 거잖아 그런데 떠나서 만난 모아이들에게 다시 욕심을 말한다니,
이 두번째 욕심은 분명 앞에서의 욕심과는 다른 걸거야
'모아이'란 어떤 절대자, 순수한 존재 이 모아이들 앞에서 진정한 서태지/정현철 자신의 욕심...
진정한 자아의 순수하고 긍정적인 욕심이란 거지
내 가슴 속에 남은 건
이 낯선 시간들 내 눈에 눈물도 이 바다 속으로...
이 낯선 길 위로 조각난 풍경들
이런 내 맘을 담아서 네게 주고 싶은걸
IN THE EASTER ISLAND
> 드디어 모아이에게 말하는 그 욕심이 뭔지 나와
이 부분은 은퇴를 하고 나서 혼자 여행을 하며 느낀 경험일거야
'바다'란 항상 서태지 가사에서 어떤 근원적인 힘, 순수, 어머니, 고통을 치료하는 존재 이런 것으로 여겨져
슬픈아픔을 봐도 그렇고, 테이크원을 봐도 그렇고
당연히 눈물로 상징되는 고통도 바다에서 치료되는 거지
'낯선 시간', '낯선 길'은 여행길이 되겠지
제일 모호하면서도 나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부분이 바로 '조각난 풍경들'인데,
어쩐지 초현실적인 느낌을 주잖아
만약 인류가 멸망해서 문명이 파괴되었다면, 분명 이렇게 풍경들이 조각나 보일거야
그 풍경들은 추할까, 아름다울까
이런 모든 느낌과 마음들을 '네'게 주고 싶다고 해
그건 분명 모아이를 듣는 팬들이겠지
바로 우리들00
그리고 이것이 떠남을 통해서 다시 찾은 진정한 서태지/정현철의 욕심인거야
이제 세상은 이 어둠을 내게 허락했고
비로소 작은 별빛이 희미한 나를 비출 때
차가운 바다 속에 내 몸을 담그니
내 가슴을 흔드는 잔잔한 물결뿐
> 2절부터는 더 어려워;;; 여기서 '어둠'이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앞에서 나온 '네온사인'의 반대 이미지
즉 네온사인의 화려함이 없는 평범한 서태지로서의 삶, 그제서야 비로소 '작은 별빛'이 '희미한 나'를 비추지
희미하다는 것은 기력이 소진된, 즉 은퇴시기의 기진맥진했던 서태지에게 비로소 다시 주어졌던 음악적 영감이 아니었나 싶어
차가운 바다 속에 몸을 담궜다는 건 정말 해본게 아닌가 싶어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밤, 별만 빛나고 차가운 바다로 들어가니까
'잔잔한 물결'이 가슴을 흔들지, 이 물결 역시 태지에게 다시 돌아온 아름다운 음악이 아닐까
해맑게 웃을때 나른한걸까
세상에 찌든 내 시크함을 조롱한걸까
나는 멍하니 이 산들바람 속에
성난 파도를 바라보고 있어
> 이 부분은 크게 두가지 이미지로 단어들을 갈라볼 수 있어
해맑게 웃음, 나른함, 멍하니, 산들바람 같은 부드럽고 순수한 이미지
세상에 찌듬, 시크함, 조롱, 성난 파도와 같은 거친 이미지
이 두가지를 섞어놓음으로써 가사는 더욱 더 난해해지는데;; (슬슬 바닥이 드러난다)
나는 이 두가지를 다 긍정 혹은 부정한 것 같아
은퇴하고 나서 모든걸 다 잊어버린 일종의 백치상태(처음엔 아무것도 안하고 하루종일 방안에서 가만히 있었다잖아 ㅠㅠ), 또는 그 동안 세속적인 것에 찌든 시니컬, 시크함, 냉소가 아직 남아있는 상태
이것 모두 4년간의 부작용, 후유증이었겠지
그것을 자연으로 돌아가서 '산들바람'의 순수함, 따뜻함
혹은 '성난 파도'의 자연의 꾸짖음, 외침 이런걸로 반성했달까?
내 가슴 속에 남은 건
이 낯선 시간들 내 눈에 눈물도 이 바다 속으로...
이 낯선 길 위로 조각난 풍경들
이런 내 맘을 담아서 네게 주고 싶은걸
IN THE EASTER ISLAND
> 이부분은 반복이니까 패스
내가 돌아갔을 땐 너는 맨발로 날 기다리겠지
무릎을 세우고 초조하게 있지는 마
이 달이 질 무렵 돌아가니까
> 당연히 '맨발로 기다리는', '초조하게 있는' 것은 바로 팬, 매니아야
긴 여행을 통해 4년간의 아픔과 고통, 자신의 냉소 이런 것들을 치료하고 나니까
'네'가 떠오르는 거지
난 참 태지가 가사 잘쓴다고 느낀게 '달이 질 무렵 돌아간다'고 하는 부분이었어
보통 집에 돌아가는 시간은 해가 질 무렵이잖아?
근데 여기서 태지는 집에 돌아가는게 아니야, 다시 우리에게로, 팬들에게로 새로운 세상으로 돌아가는거야
그러니까 '달이 질 무렵' 즉, '동이 틀 무렵, 해가 뜰 무렵'에 돌아가는게 맞는거지
참 시적이면서 치밀한 계산이 들어간듯한, (계산을 안하고 이런 말을 썼다면 거의 시인이겠지)
멋진 표현이야!!!
내 가슴 속에 남은 건
이 낯선 시간들 내 눈에 눈물도 이 바다 속으로...
이 낯선 길 위로 조각난 풍경들
이런 내 맘을 담아서 네게 주고 싶은걸
IN THE EASTER ISLAND
> 그리고 이런 모든 깨달음, 메세지를 우리에게 들려주는거야
은퇴하고 나서 이런 생각들을 했다고.......
어때, 뭐 개인적인 생각이고 물론 90% 삽질이겠지만 ㅜㅜ
이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게 우리 오라방 노래의 매력 중 일부분이니까!!
그저 다양한 해석 중 하나라고 너그럽게 읽어줘 ♡
읽는 붸비들 생각과 좀 달라도 이해해주고, 흐흐
첨엔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쓰다보니까 국문과적 욕심!? 이 발동해서 길게 쓰고 말았어
끝까지 읽어준 붸비들 고맙구,
혹시 오라방이 봐준다면.....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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