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퐐로는 퇴근길에 동네 오뎅집에 가서 야금야금 오뎅을 먹어요.
아주 작은 가게.
이발소에나 있을 것 같은 등받이 없는 빨간색 동그란 의자 열개가 오뎅테이블 주위에 있는 게 끝.
아저씨 한 분이 조용히 스지도 삶고 오뎅도 만드는 집.
쇠로 칸을 지어놓은 오뎅테이블, 국물을 보글보글 얌전히 끓고
스텐으로 만든 컵에다 오뎅국물을 국자로 퍼서 앞에 놓고
아저씨가 건네 준 양파+겨자간장에다가
손에 걸리는대로 잡채오뎅, 땡초오뎅, 버섯오뎅, 해삼오뎅을 줄줄이 꺼내서 오물오물.
드르륵거리는 섀시문은 아귀가 딱 맞게 닫히지도 않고.
유리문 너머로는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 보이고.
아저씨는 한가롭게 인터넷을 하다가 오뎅을 꿰다가, 우동도 삶다가.
마주앉은 낯모르는 아저씨는 소주를 한 병 시켜놓고 오뎅을 드시는데
잔술 드시는 할아버지는 오늘도 오뎅 하나를 아껴서 드시고.
모르는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등받이 없는 빨간 의자에 앉아서 오뎅을 야금야금 깨물어 먹으면서
퐐로는 가끔 서블리 생각을 해요.
아, 서블리랑 마주 앉아 구운 오뎅을 먹으라고 이야기하면 좋겠다.
오손도손, 오뎅 먹으면서, 겨울 오후에.
맛있는 걸 나눠먹으면서 같이 두런두런 이야길 하면 좋겠다.
보내주고 싶지만 먹거리는 받지 않으니-
초대라도 하면 좋겠다, 퐐로는 생각해요.
혹시나 내가 없어도, 언제 한 번 부산에 오거든, 오뎅을 꼭 먹어봐요.
범전동에 있는 가게에서 오뎅을 배우신 아저씨가 하는 아주 작은 오뎅집.
아무렇지도 않은 그 한가로운 가게에서.
지하철 대연역에서 내려서, 문화회관쪽으로 걸어가면 길가에 '미소오뎅' 이라는 간판이 보일 거예요.
일요일은 가지 말구요.
어떻게 생긴 오뎅집인지,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고 싶지만.
그럴 능력이 안되는지라, 비슷한 가게를 올려두신 분 글을 링크해요.
이 집이랑 비슷한 오뎅이에요.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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