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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멜로디와 리듬이 섞이는 것만 중요한게 아니라. [1]

게재일 : 2008.08.04 (Mon) 10:16:53 PM

작성자 : 탑희애

No. 92884 추천수 : 11 조회수 : 391

아까 카페에서 파열음 얘기, 개방성 음에 대한 리뷰를 읽었는데 작성자는 글 서두에 이미 진단을 해놨다. 외국사운드에 비하면 범작이라고. 근데 외국사운드에 비해도 범작이 아니다. 쭉 읽어보니 심미안이 없던 것도 아닌데 잘 리뷰해놓고..마일스 데이비스도 범작이라고 할 사람이네. 나쁘거나 자극적인 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상황을 너무 모르고 얘길해놨다. 일본음악, 일본음악 하던데 서태지 이번 싱글과 style이 '같은' 뮤지션은 내가 들어본 뮤지션들 중엔 아직까진 없다.

가끔 편곡이나 사운드에 대해 뭔갈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번 서태지 음반은 멜로디와 리듬이 섞이는 것만이 중요한게 아니라 리듬만의 변화도 중요하다. 음향도. 그 외 다른 무엇도. 작성자가 말했듯이 서태지의 경우는 작성자 말대로 리듬 격식을 깨려는 그 부분이 패기가 있는데 격식을 깨면서도 클래시컬한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 작성자는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리듬파트는 리듬파트대로 듣고 건반은 건반 따로 듣고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Pink Floyd 포럼에서 빠들과 까들이 지독하게 반복하는 논쟁과 이번 일도 겹쳐있다. 세계공통인 것 같기도 하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듣는 방식의 차이. 서태지 이번 싱글은 단일 악기가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첼로협주곡이면 3악장에서 카덴차 솔로 독주가 진행되리라고 예상하는 식으로 예상이 안된다는 거다.

그래서 멜로디 구성을 건반에 치중했다고 했던 구절도 생각나는데 많이 틀린 얘기다. 틱탁에서 갑자기 다른 텍스쳐 꺼지고 치고 들어오는 건반이나 하프같은 것들을 두고 하는 얘긴가. 의도적으로 보컬 화성을 리듬과 충돌하게 구성한 부분도 있다. 거기다가 음향 효과로 다가오는 부분은 왜 배제할까. 클래식 듣는 사람들은 음향에서 악기음이 솔직하게 나오는 걸 좋아한다. 디지털 음악은 당연히 솔직하게 나오지 않는다. 그런 기본적인 차이두 배제한 채 딱 잘라 말하는 건 좀 그렇단 얘기다.

서태지 이번 싱글은 군데군데 톤 클러스터를 일으키는 부분이나 리듬이 급박하게 변할 때 다른 음향이 치고 들어오면서 귀를 이완시키는동안 스무스하게 넘어가는 부분이나 멜로디가 리듬화 되고 리듬이 멜로디화되는 부분, 서로 다른 리듬끼리 겹쳤는데 알고보니 그게 앞선 멜로디의 변주 역할을 했다거나. 대구가 된다거나. 그런 착각을 일으키는 부분부분이 많다. 작성자가 지적했듯 파열음을 잘쓰고, 개방음을 짓누르는 부분. 휴먼드림은 발랄한 게임기 소리에 밑에 깔린 기타,베이스의 톤은 무겁디 무거워 심미성을 확보한다. 스매싱 펌킨스가 비슷한 방식으로 한 번 해서 '상업적으로' 크게 히트쳤고. 지금 서태지 싱글이랑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여튼 그게 음악 만들 줄 아는 뮤지션들이 추구하는 밸런스다. 서태지는 거기다가 현대뮤지션답게 음향에도 크게 신경쓴다. 스튜디오에서 기계 만지다가 선율을 가장 마지막에 구성했는지, 기타 먼저 들고 시작했는지, 보컬 멜로디부터 만들었는지 분석이 불가능하다. 그런 출발점을 찾는 일은 '구'의 꼭지점을 묻는 것이나 다름없다. 7집까진 적어도 뭐가 먼저다 이런게 보였는데 지금은 아니다.

가는 카페마다 서태지 글에 라디오헤드 얘기가 나와서 적는 말인데 톰요크는 언제나 노래부터 만든다. 솔로 앨범에서 변화를 시도했지만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하는데에 실패했다. 난 그냥 라디오헤드가 뭉크정도라고 생각한다. 나도 엄청나게 좋아하지만 뭘 혁명했다는 느낌은 없다. 이 블로그에 '서태지 라디오헤드' 검색해서 들어오는 사람도 몇 명 있는데 난 별로 라디오헤드 까도 무서울 게 없다. 사실이 그런걸 어쩌라고. (그래도 넬팬은 무섭다;) 사실 이렇게 분석하고 앉아있으면 한도 끝도 없다. 서태지 음악 리뷰하는 강명석씨 식으로, 홍상수 음악 리뷰하는 정성일씨 식으로. 몇 분 몇 초 무슨 음 하나하나에 집착해서 리뷰하는 식으로 한도 끝도 없는 음악 분석해서 이 더운 날 뭐하겠는가. 내가 그쪽 공부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한다고 서태지가 서태지 팬이 나한테 돈을 주나. 대체 누구 좋으라고; 난 그래서 강명석,정성일씨 같은 사람들 리뷰는 못 읽는다. 객관성은 좀 떨어지더라도 글 작성이의 취향이나 직관이 조금 느껴지는 글이 좋다. 동시에 큰 틀에서 객관적 판단한만큼, 파워풀하게 가치판단도 해주는 글들이 실상은 내 인생에 제일 많이 영향을 미친다. 일단 그게 인간답잖아.. 사실 어딜가나 서태지 싱글 리뷰가 많아서 그게 어떤 시선이든 읽는 나는 행복하긴 하지만.. 내 취향을 조금은 밝혀도 될 것 같아서.

출처 - http://newal.egloos.com/660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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