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조지오웰의 1984를 읽어본 매냐라면 공감하실 듯 한데
혹시라도 1984를 읽어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오세아니아, 이스트아시아, 유라시아 등
3개의 초국가로 통합되어 평평한 힘의 균형을 이룬 채 살아가게 됩니다.
이 3개국은 권력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의미없는 전쟁을 장기간에 걸쳐 자행해 왔고,
3개국 모두 전체주의 체제 아래 자국민들을 당의 권력하에 둡니다.
특히 주인공 윈스턴이 살고 있는 오세아니아는
국민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텔레스크린'이라는 장치로 감시하고 있으며,
당의 사상에 위배되는 행동을 한 자를 '사상죄'라는 죄목을 적용해 처벌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또한 정치적인 색채를 띈 단어를 폐기하고 문법체계를 다듬어
'신어(新語)'라는 새로운 언어를 만들었습니다.
'신어'는 인간이 고차원적이고 철학적이며 정치적인 사고를 할 수 없도록 만들어졌으며
소설 내에서는 아직 미완성인 언어이지만 당 내부에서는 널리 사용하고 있으며
2050년 11판을 끝으로 완성될 예정으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소설은 이러한 상황속에서 언론조작과 세뇌교육, 당의 불합리한 권력 행사에 염증을 느낀
주인공 '윈스턴'이 권력을 전복하기 위해 당과 맞서는 내용을 줄거리로 하고 있으며
염세적이고 비관적인 조지오웰의 정치관과 세계관이 엿보이는 작품입니다.
제가 '틱탁'을 들으며 1984를 떠올린 바를 가사를 통해서 말씀 드려 보겠습니다.
혹시라도 1984를 읽어 볼 의사가 있는 분이고, 스포일러를 피하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뒤로'버튼을 눌러주시길..^^
가사해석.
약속된 시간 컨트롤 된 뇌파 내 창 밖에 다가온 재앙
=> 당은 사상죄로 잡혀온 죄수들 중 당의 세뇌에 끝내 넘어오지 않는 죄수들에게 뇌파조작을 시행합니다.
윈스턴 역시 일시적으로 뇌파조작을 당해 본인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죠.
'약속된 시간'이라는 대목은 윈스턴이 동지라고 믿었던 고급당원인 오브라이언과 나눈 의미심장한 대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에게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것이고 다시 만난다면 그곳은 어둠이 없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나중에야 오브라이언의 덫에 걸렸다는 것을 깨달은 윈스턴은 '어둠이 없는 곳'에서 본인의 뇌파를 조종당하구요.
소설은 윈스턴이 반란을 어렴풋이 꿈꾸는 소설의 초반부부터 '재앙'이 다가올 것임을 직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있습니다.
일기를 쓰고(오세아니아에서는 필기를 하는 것 자체가 사상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수상쩍은 행동을 하며,
당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행위를 할 때마다 윈스턴은 스스로 본인에게 언젠가는 '재앙'이 닥쳐올 것임을 동물적으로 깨닫고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그 '재앙'의 도래를 늦추고자 고민합니다.
이처럼 '내 창 밖에 다가온 재앙'이라는 부분은 주인공에게 실체화되고 가시화된 위험을 묘사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날카로운 바람은 모든 걸 알고 있어 이 어두운 밤 더러운 진실 카운트
=> 당이 진실을 왜곡하고 거짓을 전파해도 진리는 언제나 살아 있다고 확신하는 윈스턴.
그 진리를 '프롤'(무산계급인 프롤레타리아의 줄임말로, 당원이 아닌 국민, 일반대중으로 이해하시면 될 듯 합니다.)들이
깨닫기만 한다면 이 사회의 혁명은 시간문제다라고 윈스턴은 믿고 있습니다.
'바람'이란 진리를 내포한 혁명 내지는 저항, 전복의 기운이라고 해석할 수 있으며
그 진실만이 거꾸로 돌아가는 인류의 시계를 되돌릴 카운트라고 믿는 윈스턴의 신념을 표현한 문장인 듯 합니다.
T'IK T'AK 시간의 속도를 감지 못한 이 걸음 바쁜 종말에 다른 바람 섞인 이 온도의 차이
=> 윈스턴의 생각대로라면 현재를 사는 사람들은 과거의 사람들보다 무지하며 불행하고, 이 나라와 세계는 파멸을 향해
빠르고, 무덤덤하고 달려가고 있습니다.
'다른 바람 섞인'에서의 '바람'은 '불어오는 바람'이 아닌 '바라다'의 명사형인 '바람'입니다.
음반에서나 라이브에서의 발음을 들어보면 '바람'보다는 '바램'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표기는 '바람'이 맞는 표현입니다만)
그 '바람'이란 윈스턴과 그의 여자친구인 '줄리아'를 포함하여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소수의 인간들이 품고 있는
'전복에 대한 의지, 희망'에 대한 표현이며 '온도의 차이'란 현재의 종말론적 세계와 혁명의지가 괴리되고 상충되는 현실을 나타낸 것입니다.
T'IK T'AK 뚜렷한 가치를 담지 못한 너의 텅 빈 Brain
=> 프롤들은 당의 언론조작과 거짓발표에 현혹되어 살아갑니다. '이중사고'의 원리에 의해 전날 초콜릿 배급량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도
다음날 초콜릿 배급량이 증가했다는 거짓발표에 행복감을 느끼고, 수시로 바뀌는 전쟁상대국에 대해 조금의 의심도 없이 증오감만을 키워가는
프롤들은 희망이자 절망입니다.
A New Order For The World Why You Can't Cry?
=>'신어'와 '사상죄'를 포함한 오세아니아의 전체주의 지배체계는 세계대전 이후 재편된 새로운 세계의 질서라 할 만 합니다.
그 속에서 국민들, 프롤들, 대다수의 대중들은 감정도 없이 매일매일을 살아갑니다.
내 서랍 아래로 감춰 둔 비의 내게 남은 마지막의 대안
=> 일기를 쓰는 것만으로 사상죄가 적용됨을 잘 알고 있는 윈스턴은 일기장을 본인의 서랍안에 숨겨둡니다.
'비의'를 '숨겨둔 뜻' 정도로 해석한다면 그 내용을 떠나 일기를 쓰는 행위가 죄악인 사회에서
일기장은 윈스턴의 숨겨둔 뜻,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순간 눈을 감아 바람을 난 모으고 있어 너의 음모를 증명할 진실 카운트
=> 윈스턴은 '프롤들은 의식을 가지기 전까지는 반란을 일으킬 수 없으며, 반란을 일으키기 전까지는 의식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의 '바람'은 예의 '날카로운 바람'과 같은 의미입니다. 즉 진리를 품은 혁명의 기운이라 할 수 있죠.
윈스턴은 한명씩, 한명씩 그의 동지를 늘려가며 혁명을 꿈꿉니다.
이 맑은 산소와 태양, 바람 모두 충분한데 대체 왜 너는 왜 어째서 이렇게도 외로운 걸까
=> 윈스턴에게는 진실도 거짓도 너무나 명확하게 보입니다.
그러나 그 명확함이 윈스턴에게는 오히려 절망으로 다가옵니다.
이 거짓된 세상에서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은 어째서 자신뿐인지..
Destroy the world 네 술책, 비호로 집어 쓴 너의 감투로 네가 넘어야 할 문턱
=> '감투'란 권력을 뜻하고 '술책, 비호'란 언론통제, 거짓발표, 이중사고를 통한 세뇌 등 당의 자국민통제수단을 뜻합니다.
소설의 말미에서 '오브라이언'은 이 모든 것이 순수한 권력에의 집착임을 설명합니다만
그는 그것에 대해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죠.
그러한 사회가 통째로 파멸하리란 것은 불보듯 뻔하고, 그 결과는 부정한 방법으로 권력을 획득한 기득권층의 업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필로그.
글을 쓰는 내내 가사와 소설의 메타포가 일치하는 모습을 보면서 소름이 끼쳤습니다.
서태지씨가 '소설은 잘 읽지 않는다'고 했기에 저는 제 해석이 저만의 생각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언론에 배포된 서태지 컴퍼니의 자료에서 '틱탁'은 세계를 종말로 이끌고 있는 비밀세력에 대한 내용을 가사로 담고 있다고 하여
1984를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을 뿐입니다.
다만 이처럼 제가 즐겨 보았던 문학 작품과 좋아하는 뮤지션의 노래 가사를 통합하여 생각할 여지를 주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아직 1984라는 작품을 읽어보지 못한 분들에게는 강력히 권해드리고픈 책입니다.
다소 비관적일지라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니까요.
다소 길고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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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펌] 조지오웰의 1984와 T'IK T'A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