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님에게 선물로 드린 (오빠라고 안 불렀었는데 이젠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가 없구나 T.T)
반 고흐 엽서집 첫 장을 펼치면 부케를 든 신부의 모습이 보인다.
"우쥬메리미???"
신부 코스프레가 아니라, 작년에 찍은 결혼앨범 속의 '진짜' 내 모습이다.
그러니까 저 부케는 사실 오빠님이 아니라
곁에서 선물 포장하는 날 지켜보며 어이없어하고 있는 신랑에게 내밀었던 부케인거다;;
(오빠에게 먼저 내밀지 못해서 미안해요.. 난 이제 자격 상실인거 같아 ㅠㅠ)
대학 친구로 만나, 서태지를 좋아하는 '철없는' 내 실체를 잘 알고는 있었지만,
그런 나랑 결혼까지 할 줄은 몰랐다는 울 신랑.
서태지랑 나랑 누가 더 좋아?
서태지랑 나랑 물에 빠지면 누구 먼저 건질거야?
서태지보다 내가 더 좋다고 해주면 안돼???
서태지 폴더에 있는 하트 내 폴더에도 달아주면 안돼? (미니홈피)
등등등
수많은 문답을 통해 수많은 상처를 안고 힘없이 돌아선 경험이 있었기에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아'라고 애써 웃으며 그런 질문을 자제하던 그가
작년 9월.. 결혼 한 달 전 쯤, 용기내어 물었었다.
"지금도... 서태지가 결혼하자고 하면 할꺼야?"
이제는 내가 자기 사람이 되었다 싶어 물어봤던 거였겠지만, 답은 들어서 뭐하나.
눈을 반짝이며 "응!!!!!!!!!!!"을 외치는 예비신부의 설레는 마음을 간파하고는
정말로 단단히 삐지기도 했던 그는,
그동안 매냐 남자친구로서 참 험난한 삶을 살아온 장본인이다.
그래도 콘서트 가라고 티켓도 꼬박꼬박 사주고,
노래방 가면 나 좋아하라고 오빠님 노래 한 두곡씩은 꼭 불러주고
(그나마 노래 망친다고 못하게 해서 마음 상할 때도 있지만 ㅡ.ㅡ;)
차 안에 CD갖춰놓고 나 우울할 때면 탁월한 선곡으로 기분을 띄워주는...
서태지라면 데이트고 뭐고 다 잊어버리고 날라댕기는 여자친구(이제는 아내)를
무한한 인내심으로 예뻐해주고 사랑해주는 그와 처음으로 오빠님 콘서트에 다녀왔다.
"오늘 처음으로 형님에게 인사드리러 가는 거니까 예쁘게 하고 가야 한다"며 골라준
꽃핑크 스웨터는 죽어도 못 입겠다기에, 칼라와 소매를 뒤집으면 핑크색이 나오는 니트를 입히고,
노랑 리본도 가슴에 달아줬다. (사진 찍어준 매냐님 고마워용♡)
올챙이 부스도 유심히 들여다보고... 포춘쿠키도 같이 뽑아보고...
물론 서명도...^^
투덜대면서도 오빠님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열심히 찍어주고..
어디서 노란 종이도 얻어다가 비행기도 정성스레 접어주는 울 착한 신랑...
이제 앞으로, 오빠와.. 팔로들과 쌓아갈 추억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둘이 공유할 추억이 될 것이기에, 엽서집 맨 마지막 장에 우리 둘의 사진을 붙이고,
오빠에게 정식으로... 소개도 시켜줬다.
결혼하기 전이나 후나,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란 질문에
거침없이 나오는 "서태지"란 답변을 감수하면서 사는 착한 사람이
사진 속의 저 사람이라고. 오늘 공연 같이 볼 거라고 말이다.
(근데 이 죄짓는 느낌은 뭐니, 정말?!!)
같이 신나게 노래하고 점프하며 공연을 즐기다가
공연장 밖으로 나서니 함박눈이 펑펑 내린다.
울 오빠님, 너를 힘들게도 하지만
이렇게 좋은 선물 주기도 하는 센스있는 분이라는 거 아냐고 자랑질하는
철없는 아내가 또 되고 말았다 .. ㅋ
Dear 신랑...
세상에서 네가 최고!!!라고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맘 쪼금 ^^있지만,
그런 날 이해해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우리 쭈욱~ 이렇게 행복하고 즐거웠음 좋겠어...♡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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