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를 안 써도 될 것 같았어. 왜냐면 내가 느낀 느낌과 어제오늘 게시판에서 본 베뷔들의 느낌이 너무 같아서, 반복할 필요가 있을까 했거든. 그래도 말이지....1편 후기를 쓴 터라 이왕 2편까지 한번 달리고 싶어서....DB 좀 축낼게^^;
어제 방송 끝나고 게시판 왔을 때, 약간 신기했던 게 있었어. 바로 ‘존경’이라는 단어를 베뷔들이 동시에 언급한다는 점이었어. 진짜 나도 방송 후반으로 갈수록 ‘정말 존경스럽고, 존경해야할 사람이다’라고 절실히 느꼈거든. 이렇게 똑같은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같은 느낌은 받은 게 신기하기도 했고, 역시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 같은 팔로들인가...내심 뿌듯하기도 했어.
근데, 뭔가 이상한 의문이 하나 떠올랐어. 아리송하게 뜬구름 같다가 계속 생각한 후, 정리된 의문은 이거였어. 우린 왜 이제서야 존경이란 단어를 함께 성토하게 되었냐는 이것. 음...이때까지 간간히 존경스럽다는 말은 있었어도, 어제처럼 홍수를 이루진 않았잖아? (길게는) 16년동안 바라보고 좋아한 사람임에도 이 방송을 통해서야 깊고 많은 생각들을 알게 되면서 존경스런 마음을 떠오른 것인데....그럼 그 이전에는 왜 몰랐을까하는 이상한 의문...
처음에는 태지가 우리에게도 신비주의여서 그간 말해주지 않았나는 생각이 들다, 아니 그보다는 방송풍토가 저런 진지한 생각을 주고받을 환경이 전혀 아니었어란 투정을 이었어. 그러나 조금 더 아리송한 마음 굴려보니까, 그런 것들보다는 이제 태지 스스로가 그런 자기 생각을 직접 전해줄 수 있는 위치에 다다른 것 같아. (위치란 사회적 의미보단 정서적 의미로 받아들여줘. 연륜이든, 마인드든.) 만약 20살의 태지가 나와서 ‘저 철없이 살래요’라고 했다면 그 모습 자체가 그저 철없이 귀여웠을 뿐일 거야, 그리고 내가 뭘 책임져야 되냐는 그 반문은 이전에 이미 많은 자문자답을 해본 결과물일 것 같거든. 문화대통령이란 호칭에 대해서도, 여러 비난들에 대해서도,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할 만큼 해보고 스스로의 입으로 조근 대는 ‘이젠 말 할 수 있다, 서태지! 나 말 좀 할게, 서태지’가 아니었나해.
그러니까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부와 명성은 웬만큼 누려보고, 그에 따른 찬사와 비난을 함께 겪으며 오늘까지 살아온 서른일곱의 서태지가 전해주는 태지's 생각...이야기였고. 그 생각과 이야기들이 존경의 느낌으로 다가온 이유라면, 그의 생각이 기본적으로 틀리지 않고 올발랐기 때문이고 때로는 우리들이 놓치기 쉬운 면까지 담고 있어서 정말 충분히 ‘가치’가 있는 말들이었어. 방송 딱 끝나고 나서 말이지....이건 단순한 뮤지션을 넘어 위인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까, 데카르트의 무슨사설, 공자의 어쩌고처럼 명칭을 붙여 이론으로 확립해야되는 건 아니냐는 뻐드렁치는 존경을 느꼈으니까 말이지...;;
인상 깊게 읽은 러셀의 행복론이란 책이 있거든. 행복에 이르는 방법에 대해 구절구절 나열한 가벼운 철학파트의 글이었는데, 정말 그런 류의 철학에세이를 집필해도 될 만한 오빠님의 말씀들이었어ㅠ 이를 테면 서태지의 행복론이지. 맞어, 태지가 말한 것들은 하나같이 모두 행복하게 보이고, 행복을 느끼기 위한 마인드 같지 않았어? 너무 행복해보여서 나도 꼭 저렇게 닮으며 서른일곱이 되고 싶을 정도로 멋있었어. 그리고 그 중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많이들 언급했지만...남의 생각, 심지어 자신을 욕해도 상대방의 시각으로 볼 때는 그럴 수 있겠다고 받아들이는 마인드. 이건 정말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에 버금가는 깨달음, ‘그럴 수도 있죠’ 아냐? 온,오프를 막론해서 생각의 차이를 느낄 때가 난 젤 답답하고 짜증이 일거든. 흔히 알지만 쉽게 놓치는 ‘그럴 수도 있죠’ 저 깨달음을 늘 간직하면 나도 이젠 좀 너그러워질 수 있지 않을까..(물론 앎을 넘어 실천이 힘든 거지만..;) 그리고 폭력을 싫어한다는 말과도 이어지지 않을까? 틀렸다고 하는 자체가 상대에겐 무형의 폭력일 수도 있으니까.....비폭력주의자, 서간디...이거 스쳐지나갈 별명은 아니지 않아...?ㅋㅋ
이건 별 거 아닐지 모르겠는데 내겐 임펙트가 컸어. 미스테리서클 관련해서, 한국에서 꼭 서클을 보고 싶었던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된 행복감도 있다는 말이 너무 좋았어. 일반적인 마케팅이나 세상의 시선으로 본다면 서클의 효과는 얼마큼 화제를 일으키고 홍보가 되었냐는 단순 측정일 거잖아. 하지만 태지는 누군가에겐 꿈을 이뤄준 행복감까지도 효과에 포함하고 이미 느끼고 있었어. 세상의 잣대로 홍보가 성공이냐, 실패냐로 따지던 그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해줘봤자, 여전히 인정하기 싫고 느끼기 힘든 효과겠지. 하지만 난 미처 짐작 못한 행복감을 뒤늦게 캐취하곤 어린 시절 믿고 따르는 산타의 존재만큼 태지가 낭만적이고 몽환적이더라... 누군가에겐 태지가 미스테리서클이란 통 큰 선물을 준 산타였을지도 모르잖아ㅋ 내가 평소 그것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었던 것이 너무 억울할 정도로, 그 누군가가 부럽기도 해!
하지만 내게도 서클과 UFO가 유효했음을 오빠님께 꼭 말해주고 싶어. 힘들 때, 혹은 그냥 심심하면 한번씩, 나 언제 데려가냐는 텍원 타령을 곧잘 했거든, 다들 그렇겠지만. 근데 있지...난, 몇 년전부턴 그 데려가 타령을 그만 잊어버렸다~ 그냥 사는 게 바쁘고, 그렇게 나이가 들었나봐. 그런 내게 이번의 코엑스의 UFO는 큰 환기효과를 주었어. 아차, 잊고 있었구나, 이번엔 진짜 나 데려가려고 우주선 만들었구나, 그래서 오래 걸렸구나...하고, 잠시 묻어두었던 텍원의 순수한 믿음을 다시 간직하기 시작했거든. 그러니까, 서클과 UFO의 이면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효과와 행복과 믿음이 있을 것이라고 오빠님께 말해주고 싶어. (오뽜아~ 저 준비 다 됐어요ㅠㅠ데려가기만 하심 되어요!)
이번에 컴백하고 2년은 여행 다니면서 2년은 작업실에서만 곡 만들고 녹음했다고 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을 했어. 태지는 이제 거의 물아의 경지에 오른 것이 아닐까하고. 2년은 방랑, 2년은 칩거, 극단적인 형태잖아.. 그런데도 두 삶을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행하는 걸 볼 때, 몸이야 떠돌든 아님 매여 있든 마음은 이미 상관 없느니라의 경지 같잖아. 그 물아 혹은 해탈 또는 득도의 느낌이 어제 방송에서도 여전했고....음, 어느새 물아의 경지에 다다른 몽상적 혹은 몽환적 현실주의자, 서태지가 말하는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을 내 멋대로 한번 정리하면서, 두서없는 후기 마칠게///
*틀렸다고 하지 마라. 타인은 너와 같은 시선으로 보지 않으니 틀린 것은 없다, 그럴 수 있는 것이다. 틀렸다고 하는 네 마음이 틀린 것이다.
*행복은 만족에서 온다. 군고구마를 팔아도 그 순간에서 만족을 찾을 수 있다면, 행복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어릴 때의 순수한 꿈과 열망을 쉬이 잊지 말라. 하찮고 뜬구름 같았던 그 꿈을 언젠가는 꼭 실행해보아라. 그 안에서 예상치 못한 행복의 큰 에너지를 얻을지도 모른다.
*행동의 철없음이 아닌 마인드의 철없음으로 현실을 하고 싶은 대로 누려라, 단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간을 믿어라. 당장 보이는 결과물은 바보 같더라도 할 수 있는 만큼의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하면, 시간은 때때로 너를 천재로 만들어줄 때도 있다.
*무언가를 분석하고 책임지려 하지 마라. 그렇게 따질 시간에 무언가를 행한다면, 그 행동이 책임 그 이상의 에너지와 흐름을 빚어낼 것이다.
덧붙여, 서블리께.
저 또한 시간을 믿고, 앞으로의 시간은 서블리께서 믿어주세요. 십수년간 전 그저 오빠님을 좋아했을 뿐이에요. 그런데 좋아한 마음의 시간이 흐르더니 이렇게 멋진 인연이 되었잖아요, 시간의 마법도 향기로 날려 보내지 못한. 다가올 시간 역시 똑같이 흘러서, 변치 않는 향기로서 문신처럼 자리 잡을 시간의 흐름을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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