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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서태지 5집 << Seo Tai Ji >> (1998) 리뷰 |
게재일 :
2009.01.30 (Fri) 09:49:29 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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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Zep Te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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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346528
추천수 : 0 조회수 :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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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5집 << Seo Tai Ji >> 리뷰
리뷰를 쓰고자 키보드에 손을 댔건만, 정작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난제는 다름 아니라 음반의 타이틀에 대한
것이다. 이 음반의 타이틀이 무엇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음반의 전면 커버에는 그저 'Seo Tai Ji'라는
이름과 함께 암호인 듯한 문구가 써 있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이 음반은 팬들 사이에서는 'Take 시리즈'라는
식으로 애매모호하게 불리어져 왔고, 또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포털의 음반정보를 검색해도 "Seo Tai Ji'라는
식으로 편의적으로 지칭되는 게 보편적인 모양이다. 그래서 나 역시 이런 일반적인 사례를 따라
<< Seo Tai Ji >>로 지칭하기로 결심했다.
이 음반에서 두드러지는 면모 중 하나는 다름 아니라 음악적 색깔의 다양함이다. 보통 '얼터너티브 락'이라는
개념으로 뭉뚱그려서 설명되는 게 보통이지만, 이러한 기존의 장르를 동원한 편의적인 규정을 벗어나서 음반
자체에서 다양한 음악적 방법론을 보여주겠다는 취지가 명백하게 드러나는 게 바로 << Seo Tai Ji >>이다.
중요한 건 어떠한 장르이냐가 아니라, 각각의 곡에서 서태지가 보여주는 음악적 인상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방법론인 것이다.
먼저 인트로 곡인 <Maya>를 들어보자. 31초 간 기타의 반복적인 연주로 짧은 인상을 전달해주는 이 곡은
의도적으로 깔린 노이즈와 어울리며 복고적인 느낌과 함께 동시에 상당히 은밀한 인상을 준다. 음악적으로
전혀 난해할 게 없는 구성의 곡이지만, 흥미로운 건 이 곡의 인상이 나중에 차례대로 드러나는 Take One ~
Six의 음악성에 대한 단초인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서태지와아이들 당시의 음악과는 다르게 철저히
락사운드를 기반으로 음악을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듯 싶으며, 또한 노이즈의 활용과 함께
복고적인 인상은 <Take Two>의 느낌과 유사한 면모가 있다.
인트로 곡의 뒤를 잇는 <Take One>의 경우는 <Maya>의 은밀한 분위기를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특유의 서사적 고민이 엿보인다. SF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우주선의 비행을 연상시키는 효과음들로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며 동시에 짧은 정적의 긴장감을 구성한다. 그리고 그러한 긴장감 위에서
갑작스럽게 기타가 개입하며 본격적으로 곡이 시작된다.
이 곡에서 일단 연상되는 건 연주가 제시하는 그루브한 인상이다. "내가 말했잖아 / 너를 데려간다고 / 너의
아픔들은 / 이제 없을거라고 / 너의 마음 깊이" 가사의 운율감과 맞아떨어지며 차분하게 진행되는 연주는
마치 점진적으로 쌓아지는듯한 그루브한 느낌과 동시에 흐름에 안정감을 부여한다.
물론 안정감만으로는 당연히 곡이 지루해진다. 이에 대해 서태지는 리스너의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귀를
자극하는 박력과 변화를 만들어낸다. "너를 데려간다고 너의 아픔" 부분에서 길게 늘어지듯이 퍼져가는
일렉 기타의 노이즈가 긴장감을 형성하다가 바로 뒤에서 기타와 드럼이 개입함으로써 짧게 충적된 긴장감을
일순간에 깨는 박력의 효과를 일궈낸다. 또한 "너를 만들었어"의 끝부분에서 계속 이어져오던 드럼과
기타음을 일순간에 짧게 순서대로 배제시키면서 공백을 통한 집중력 환기의 포인트를 제시한다. 그리고 이런
박력은 그 이후에도 규칙적으로 나타나면서 곡 전반의 인상에 규칙성과 통일감을 부여하며 차분한 연주
속에서도 리스너의 집중력을 이끌어낸다.
또한 흥미로운 건 이 곡의 후렴구이다. 앞서 곡의 진행으로 쌓여져온 긴장감을 해소시키는 기능을 하는
후렴구의 진행은 오히려 더욱 차분한 인상을 주면서도 동시에 이전보다 밀도감 있는 사운드로써 긴장감을
조금씩 배출시키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차분하고도 반복적인 후렴구는 앞서 늘어지는 듯한
느낌의 연주, 노이즈가 가득한 보컬이 형성하는 은밀한 느낌 등으로 쌓여져 가는 긴장감을 완전히
해소시키는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 오히려 곡의 마무리에서 장중한 전율의 효과를 노리는 듯한 연주가
지금까지의 미묘한 긴장감을 진중한 인상으로 형상화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곡 자체에서 긴장감을 완전 해소시키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큰 단점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곡은 그러한
긴장감을 이용해 충분히 독특하며 깊은 인상을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차분하게 진행되는 연주로부터
여유있게 퍼지는 사운드는 우주 혹은 바다를 연상시키는 장엄함을 제시해주며 또한 소통의 암시를 던져주는
가사와 전자적인 질감의 보컬은 얇은 베일 속에 가려진 무언가를 바라보는 듯한 은근함과 신비스러움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이로부터 무언가 깊이 숨겨져 있는 것을 자각하고 승화, 고양되는 듯한 느낌, 그것이
바로 <Take One>이 자연스럽게 그리고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내는 전체적인 인상이며 또한 곡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매력포인트이기도 하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긴장감을 해소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우여곡절을 거치는듯한 긴장감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Take One>은 감상의 시작을 여는 인트로 곡과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면모가
<Take One>을 <Maya>와 이어진 하나의 곡으로 인식시키게끔 한다.
<Take One>의 차분한 연주는 <Take Two>로 이어진다. 그러나 <Take Two>는 결코 <Take One>의
분위기와 방법론을 답습하지 않고 그 자체만의 사운드와 방법론으로 새로운 인상과 개성을 형성한다.
일단 귀에 들어오는 흥미로운 점은, 밴드 사운드에 기반한 이 곡이 전체적으로 힙합과 매우 닮았다는 것이다.
앞서의 <Take One>과 마찬가지로 차분하게 연주되는 밴드 사운드는 온갖 샘플의 전자음과 조화되어 힙합의
비트 감각을 이루고 있으며 보컬 역시 멜로디 라인을 타면서도 랩과 같이 리듬 감각에 충실한 면모를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힙합적인 색깔은 다름 아니라 이 곡의 냉소적이며 무언가를 비꼬는 듯한 느낌과 맞닿아 있다.
쉽게 말해 이 곡은 속이 밸밸 꼬인 곡이다. 가사의 느낌부터 이미 일상의 모범으로부터 한참 벗어나 있다.
분명하게 일면적인 혹은 정상적인 형상을 가리키는 내용은 아니면서도 바로 그러한 면모 자체만으로 극심한
모순과 더불어 거부 의사를 내뱉는 가사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이것은 다름아니라 현실의 온갖 모순성과
난잡함 그리고 불소통의 답답함과 상통한다는 점에서 독특하게 매력적이며 또한 은근한 설득력까지 있다.
그런 보컬과 더불어 사운드 역시 훌륭한 조화로써 '내성적인 꼬임'을 들려준다. 차분한 밴드사운드 연주는
분명히 곡 전반의 흐름을 주도하며 안정감의 중심으로 작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속이 뒤틀린 인상의
가사와 어울리며 순간적으로는 오히려 냉소적인 느낌을 준다. 또한 메탈 사운드 속에서 스쳐지나가는 샘플
음원들은 분명히 그 나름의 순간적인 음악적 조화를 이루면서 동시에 메탈 사운드의 규칙성과 안정감을
조롱하는듯한 일면을 제시한다.
또다른 색다른 점은 이 곡이 한편으로는 복고적인 면모까지 있다는 것이다. 곡 전반에 의도적으로 얇게 깔린
전자 노이즈와 역시 노이즈를 가득 뿜는 피아노 건반 소리, 구식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추는 듯한 인상을 주는
효과음은 모두 복고적인 느낌을 주는 요소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의 배치 방향은 결코 복고풍의
지향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형성된 복고적인 인상을 뉴메탈적인 기타 사운드나 힙합적인 비트 감각과
병치시킴으로써 '모순'이라는 메세지를 음악적으로 두드러지게 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가사와 연주가 조화되어 이루는 모순과 냉소의 인상은 긴장감을 쌓아가며 결국 클라이막스에서 확연한
배타적 감정으로 배출된다. 직접적인 욕설과 비난은 분명하게 가리키는 대상은 없다 해도, 그 자체만으로
충실한 감정의 배설이다. 그리고 또한 이 음반 전체의 감상이라는 전제에서 볼 때는 <Take One>에서 미처
해소시키지 못한 억눌린 감정을 그 성향을 전환시켜 배출시키는 역할도 가질 수 있다. <Take One>에서
나타나는 각성과 소통, 승화라는 면모와 반대로 <Take Two>는 모순과 불소통, 처절한 배타성이라는
색깔로서 서로 대립되는 구도에 있지만 감상이라는 측면에서는 고조와 배출이라는 일련성과 역할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의 해소를 통한 공백 상태에서 새로운 분위기 환기의 계기를 열게 된다. 그것이 바로
<Radio>와 <Take Three>이다. <Radio>가 채널 주파수를 바꾸듯이 다양한 연주 사운드를 잇따라
선보이다가 마지막에 결착되는 것이 바로 <Take Three>가 된다.
그리고 <Radio>의 단편적인 배열에 못지 않게, <Take Three> 역시 다양한 기교의 기타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뉴메탈적인 기타 사운드 자체를 즐기라는 듯한 의도로 이해되기도
한다.
물론 <Take Three>는 단순히 다채로운 기교를 들려주기 위한 목적의 곡은 아니다. <Take Two>와 달리
곡 내내 기타 사운드로 진중한 분위기를 형성하면서 가사를 통해 음울하며 절망적인 인상을 형성하는 데
몰두하는 곡이다. 자기 폐쇄적인 독백체의 가사 속에서 어둠, 방황, 죽음에 대한 불길한 암시의 늬앙스는
무거운 기타 사운드의 음색과 잘 어울리며 깊고도 집중적인 인상을 주고 있다.
하지만 <Take Three>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건 다름아니라 서태지의 밴드사운드 구성력이다. << Seo
Tai Ji >> 음반 전체의 곡들이 서태지 개인의 작품이라는 것 즉 작곡, 작사에서 모든 연주는 물론 레코딩과
믹싱까지 서태지 혼자의 역량으로 이루어냈다는 사실에서 서태지의 음악적 재능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나 밴드 사운드의 다양한 기교로 이루어지는 <Take Three>의 경우는 곡의 흐름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는 다이나믹한 전개를 보이면서도 매우 안정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서태지의 악기 활용력과
사운드 구성력이 상당함을 보여준다.
<Take Three>의 암울하며 불길한 분위기에 비해 <Take Four>의 전개는 그야말로 경쾌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이런 인상은 다른 무엇보다도 (<Take Three>와 대조적으로) 발랄하게 통통 튀는 듯한 느낌의 얇은
기타 사운드와 드럼 그리고 경쾌하게 부르는 보컬 때문이다.
그러나 가사는 오히려 <Take Three> 이상으로 난해하다. <Take Three>의 가사가 불안과 죽음에 대한
암시로 이루어진 짧으며 반복적인 가사로 나름 집중적인 인상을 주는 반면에, <Take Four>의 가사는 다양한
단어를 늘어놓으면서도 형상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가사라는 점에서 <Take Two>의 경우와
유사하다. 비논리적이고 정상적인 기준으로 형상화될 수 없는 가사는 그 자체가 일상적인 대화의 준칙을
거부하고 모순과 불소통, 그리고 답답함을 호소한다는 점에서 곧 현실에서 보여지는 문제의 형상 그 자체에
대한 자아의 투영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현상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객체의 입장에서 이성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그 문제 자체를 스스로 내면화시키면서 그것을 과장하여 나타내보이는 것. 이러한 관점
비틀기는 현실의 모순에 대한 독설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모순을 해결코자 나서지만 결국 모순만
양산하는 이성과 합리에 대한 독설적인 비꼬기이자 냉소이기도 하다. 그러한 관점에서 <Take Four>의
발랄함은 현실에 대한 긍정과 미화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조소와 비꼬기의 발랄함이다.
그리고 <Take Four>에서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실은 이 곡이 <Take Three>와 매우 닮았다는 것이다.
곳곳의 코드 전개를 관찰하면 <Take Three>와 유사하거나 혹은 거의 동일한 면모가 두드러진다. 그것은
동일한 혹은 유사한 음악적 구성을 여러 모로 변용 혹은 활용하여 다양한 색깔과 음악성을 형성하는
방법론에 대해 서태지 본인이 관심을 가지면서 또한 이러한 방법론을 가요계에 선보일 취지가 아니었나싶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론이 <Take One>부터 <Take Six>까지 일관적으로 실천되면서 이 음반이 다양한
색깔의 곡들을 선보이면서도 그 자체의 독특한 유기적인 구성론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Lord>는 짧은 길이의 웅장한 기타 사운드로, 그 제목대로 권위적이고 오만한 인상을 준다. 이 브릿지 곡의
취지나 의도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Take Three>에서 선보인 장중한 기타 사운드의
샘플격이었거나 혹은 현실의 거대 개념이나 체계를 비꼬기 위한 의도였을 수도 있다.
앞서의 곡들에 비해 <Take Five>는 훨씬 무난하며 또 부드러운 인상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밝고 유려한
기타 사운드와 자연스럽게 흐르는 보컬 멜로디, 희망적인 메세지의 가사로서 이 곡은 매력 포인트가
외적으로도 아주 뚜렷하게 드러난다. 역시 기타 코드와 드럼 파트 면에서 부분적으로 <Take One> <Take
Three> <Take Four>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이 곡 역시 일종의
음악적 퍼즐처럼 생각된다.
<Take Six>는 <Take Five>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밝고 긍정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이전의 곡들과 달리 상당히
빠르게 달리는듯한 인상을 지닌다는 점에서 개성을 지닌다. 속도감과 함께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일렉 기타는 역시 빠른 템포로 엄호하는 드럼과 더불어 곡 전체의 다이나믹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리스너로
하여금 이를 뒤좇는듯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렇게 빠르게 쌓여간 긴장감은 불과 3분 내외의
시간 안에 도달하는 클라이막스 "너의 눈이 생각나 / 반짝이던 네 눈빛이" 부분에 이르러 길게 내지르는듯한
보컬로써 명확한 해소의 시점을 지니며 역시 일렉 기타 연주로 마무리를 짓는다. 비록 짧지만 자연스럽고
박력이 넘치는 다이나믹한 연주만으로도 매력을 지니고 있는 이 곡 역시 기타 연주는 부분적으로 <Take
One> <Take Three>와 매우 흡사하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Take Six>의 러닝타임 결미에 숨겨져 있는 연주곡은 역시 기타 사운드와 드럼으로 진행되면서도 의도적인
전자적 노이즈로 채워져 있는데, 그 자체만으로 은근스럽게 신비한 분위기와 더불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곡이다. 그 사운드의 질감은 <Maya>를 연상시키기에 (물론 <Maya>의 경우는 기타 음질이 보다 선명하다)
원래 <Maya>와 동일한 곡의 일부이거나 혹은 유사한 컨셉으로 만들어진 곡이 아닐까 싶다. 혹은 질감이
유사한 곡을 인트로와 아웃트로에 배치하여 음반이 전체적으로 순환되는 인상을 주려고 한 의도였을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 Seo Tai Ji >>의 음악에 대해 두서없이 설명해왔는데, 이런 자질구레한 설명들과는 별개로 이
음반은 각 곡들이 그냥 듣기에 끌린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음반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 Seo Tai Ji >>의 곡들은 저마다 다른 색깔과 메세지로서 개성을 드러내는 곡들이며, 또한 연주가
다이나믹하며 사운드가 안정되어 있다는 점들만으로도 각 곡들은 훌륭하다고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순수한 리스너로서의 기본적인 관점에서 좀더 나아간다면, 역시 흥미롭고도 호기심이 동하는
것은 창작자인 서태지가 과연 어떤 의미와 의도를 부여하려 했는가에 대한 것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음악적 성격과는 다소 거리를 두며 본격적으로 그리고 철저히 개인의 취향과 역량으로 이루어진
밴드사운드를 선보이려 했다는 것, 몇 가지 연주 파트와 기교를 변용, 조합하는 방법으로 색다른 곡을
구성하는 방법을 연구 실천했다는 점은 상당히 뚜렷해 보인다. 또한 더불어 작사에 있어 일상적 언어관을
거부하고 가사에 뚜렷하게 의도적인 메세지를 담기보다는 사운드와 조화되는 가사의 구성 자체로 인상을
주는 방법에 골몰했던 게 아닐까 싶다. 이러한 점에서 << Seo Tai Ji >>는 확실히 실험적인 면모가
두드러지는 음반이며, 또한 가요계의 일상적인 감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난제이자 순응의 방향을
거부하는 이단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서태지는 그러한 자신의 연구와 경험을 스스로 소화하여 음악적
성과에 반영해왔던 것으로 생각된다. 6, 7집에서 나타나는 다이나믹하면서도 안정된 사운드 구성 그리고
일상적인 내러티브의 방식을 벗어나 독특한 비유와 상징을 이용한 인상깊은 가사, 음반 전체를 유기적인
흐름으로 구성해내는 프로듀싱의 역량은 충분히 << Seo Tai Ji >>를 연상시킨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점은, 다름 아니라 바로 이런 면모가 나중에 이르러서야 주목을 받고 호평의 핵심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음반이 출시될 당시에 세간에서 가장 주목받은 소위 '전문가'의 평가는
어처구니없게도 "러닝 타임이 너무 짧다" "대기업에 넘긴 수억 원 대의 상품이다"는 것이었고, 물론 그러한
혹평에는 음악적인 분석이란 게 딱히 따르지 않았다. 음악에 대한 평가에 있어 음악 자체로부터 평가의
기준과 내용을 이끌어내기보다는 러닝 타임이라는 양의 기준으로 혹은 상품성의 기준인 가격 대비로
평가하는 태도가 소위 평론가들의 전문적인 관점이라는 것부터 황당하지 않은가. 그러다가 세월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최고의 작품으로 칭송받는 분위기가 됐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아마도 이
경우가 다름 아니라 서태지라는 명성으로 인해 정작 그의 음악성이 외면받거나 평가절하되는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그리고 또 혹시나 모를 일이다. 서태지의 최근작을 상대적으로 혹평하기 위해서
<< Seo Tai Ji >>를 이상적 기준으로 치켜세우려는 의도가 있는 건지 누가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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