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중 추빙 되서 분노의 후기(일기)를 작성 했어...
스압도 쩌니깐 시간 널널하게 남는 베뷔만 봐.
개인적인 의견이나 생각, 이야기도 많아. 일기라서.
나중에 좀 더 생각나는 거 있음 수정할 수도 있어.
그럼 잘 보길! 「2009.03.15 WORMHOLE.」
아, 원래 공연 후기(라기보단 일기에 가깝다만)를 이제 웬만하면 쓰지 않으려고 했었다. 후기를 한 번 쓰기 시작하다 보니 공연 볼 때 마다 나중에 후기를 써야한다는 강박 관념이 생겨 제대로 공연을 즐기지 못 하는 것 같아서. 근데 이번에는... 좀 써야겠다. 왜냐? 난 음중 추빙이 되서 분노의 후기 작성이라도 해봐야 겠거든. 마음 풀 곳이 없어. 내 기억이라도 좀 추스려 볼 겸 키보드를 두들겨 봐야겠다. 아흑.
나는 14일, 15일 공연 중에 15일 공연만 갔다. 아무리 어리다지만 여자 마음으로서 14일, 화이트 데이 공연에 욕심이 안 났던 건 아니였는데 예매 전쟁을 두려워 하는 나로선 최대한 경쟁률을 줄이기 위해 15일을 선택했다. 그리고 훗날에는 그 선택이 옳았다, 내 입장에선. 요조, 검엑스도 좋아하는 게스트이긴 하지만 장기하와 얼굴들, 피아를 조금 더 많이 알고 조금 더 좋아하다 보니 15일을 선택한 건 내 취향 면에서 보자면 참 잘 선택한 거라 생각한다. 화이트데이 날에 공연한다고 해서 옵화님이 나한테만 사탕 바구니 안겨주실 건 아니잖아? ...난 좀 시크한 여자이므로 화이트 데이에 집착하지 않았다. 하지만 난 어차피 옵화님이 먼지만한 사탕 가루라도 준다 하면 굽신굽신하면서 ‘오, 옵화님... 황송하옵니다...’ 이러 할 버팔로. 여튼 난 굳이 화이트 데이에 집착하지 않았으나 역시나 자비로우신 옵화님은 14일에 이어 15일 날에도 츄파츕스 막대 사탕을 나눠주셨다. 14일과 다른 점은, 15일 날엔 입장할 때 줬다는 것 뿐. 아무튼 옵화님, 사탕 고마워요.
입장 체험은 사실상 그리 복잡한 건 아니였다. 하지만 나는 서빠니깐, 옵화님이 준비하신 건 그냥 다 이뻐보이고 신기해보이고 멋져보이더라. 그리 엄청나게 준비하고 복잡한 건 아니였지만, 충분히 신선했고 즐거웠다. 공연에 대한 기대를 부풀게 하기에도 좋은 것 같았고. 형식적이고 딱딱한 입구가 아니라 터널 형식의 입구, 그리고 어두운 터널 안 천장에 다닥다닥 붙여진 귀여운 꼬마 전구들. 그 터널을 지나고 나서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기 전의 복도에서는 초록빛 레이저로 복도를 비춰주었다. 기계 3대(한 쪽 입구 당)로 만든 레이저 빛인데도 난 왜 그렇게 그게 신기해보였던지... 막 허공에 레이저를 손으로 휘휘 저어도 보고 그랬고, 그렇게 입장 체험을 하면서 옵화님의 츄파츕스 사탕도 하나씩 받았다. 공연장 안에 들어갔을 때엔, 마치 다시 심앵 때의 잠실 실내 체육관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스탠딩 구역의 형식 구조나 좌석의 배열 등등 따지고 보면 잠실 실내 체육관하고 다른 점은 많았는데 전체적인 색이나 분위기가 많이 닮았던 듯 하다. 하여튼 스탠딩 F2 구역으로 입장하고 나서 나는 사이드 쪽의 난간(?) 쪽으로 향했고 2시간 동안 좌석 입장을 기다려야 하는 걸 알았기에 미리 난간 쪽에 걸터 앉아 있었다. 나와 연석이였던 재정이 언니는 앞 쪽 스탠딩 구역으로 가셔서 나는 홀로 남았고, 점차 시간이 지나자 F2 구역에 사람이 빽빽히 들어찼다. 입장 전에 줄 서 있었을 때 어떤 남매냐분께 받은 사탕 몇몇 개가 주머니에도 꽉 차고 손에도 들려 있어서 내 양 옆에 앉으신 매냐 분께 나눠 드리고, 옵화님이 주신 츄파츕스 사탕도 맛나게 먹으면서 공연 시작을 기다렸다.
6시 쯤 되어서 게스트 공연이 시작 됐고, 의외로 F2 스탠딩 구역의 중간 정도에 위치 한 매냐들은 앞 쪽으로 밀지 않았다(그리고 그 것은 전체 웜홀 공연이 끝날 때까지도 변하지 않았다). 14일 날의 압사 정도가 심했다던데 그 사실들을 다 알고 계신 건지, 아니면 15일 날은 정말 ‘놀기’ 위해 그러셨던 건지... 그렇게 뒤 쪽 바리까지 빽빽히 사람들이 들어 차며 뒤 쪽 바리가 널널하지 않았던 공연은 난 처음이였다. 뭐, 솔직히 말해서 리듬을 몸으로 신나게 타는 나로선 조금은 아쉬웠었다. 나 혼자 헤드뱅잉이든, 슬램이든 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앞 쪽 압사 정도가 심해지는 건 원치 않으니깐. 하여튼 6시 쯤 되어 공연장의 조명이 어두워 지고 본격적인 게스트 공연이 시작되면서 장기하와 얼굴들이 무대 위로 등장했다.
장기하와 얼굴들 : 아예 무대 의상을 수트 쪽으로 맘 정하신 건지, 이번에도 장기하와 얼굴들은 수트를 차려 입으셨었다(뜬금 없는 말이지만... 장기하님의 수트에 자리 한 그 빨간 꽃 코사지, 은근 언발란틱하면서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제일 첫 곡으로 싸구려 커피를 부르셨었나? 어흑, 잘 기억도 안 난다. 싸구려 커피 때는 중간에 정말 토속적인 느낌을 주는 그 랩... 그 부분에서 사람들의 환호성이 높았다. 참 좋기도 하고 이상한 힘이기도 한데, 장기하님의 노래들은 왠지 계속 환호를 지르고 싶더라. 싸구려 커피가 끝난 후, 장기하님은... ‘안녕하세요, 장기하와 얼굴들입니다.’ 하며 인사를 했고 ‘어느 뮤지션의 팬인지는 몰라도... 아주 관람(공연?) 매너가 그냥...’ 이라는 멘트를 하셨다. 아, 그치, 누구 팬인데... 흐흐. ‘여기가 모 앨범이 새로 발매 되서 기념하는 콘서트라는데 사실 저희 앨범도 2주 전에 1집이 나와서... 묻어가려고요. 고로 저희 1집 홍보 좀 하겠습니다.’ 대충 이런 멘트를 하시고 아무것도 없잖어를 부르셨다. 솔직히 말해서 장기하와 얼굴들 1집 노래들은 이 날 공연에서 처음 들었던 거였는데 역시나 노래 좋더라. 아무것도 없잖어 때는 여자 두 분, 남자 두 분 해서 코러스를 무대 오른쪽(F2 구역)에서 넣어주기도 하셨다. 달이 차오른다처럼 간단한 안무도 있었던 것 같고. 미미 시스터즈가 등장했을 땐 큰 환호가 나왔는데 미미 시스터즈가 확실히 인기가 많긴 많다 싶었던 게... 간단한 동작 하나 하나에도 환호성이 장난 아니다. 하여튼 장기하님은, 자기 초등학교 때 장기자랑 얘기(자기가 단순히 제일 키가 커서 양현석 사장님 역할을 맡았다는...)를 하며 환상 속의 그대+하여가+이 밤이 깊어가지만 메가 믹스(이 단어를 내뱉자 관객들의 웃음이 퐝 터졌는데 장기하님은 부연 설명으로... ‘아니, 그 있잖아요, 이어서 하는거...’ 이러셨다. 나로서도 요즘엔 듣기 힘든 단어라 퐝 터졌음.)를 했다는 말도 하셨다. 그 멘트가 끝나자 관객들은 ‘보여줘! 보여줘!’를 외치기도 했는데 그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중에 마지막 곡인 별 일 없이 산다 반주 부분에서 마지막 즈음에 컴백홈 춤을 제대로 보여주셨다. 아, 근데 나 별 일 없이 산다에서 장기하님 춤 추시는 거, 솔직히 처음엔 좀 충격. ‘너무 신나서 정줄을 놓으셨나.’ 싶었는데 그래도 계속 보니깐 매력적이긴 하...다... 그리고 나중에 자기도 공연장 어디 즈음에서 공연을 보고 있을 거라고 하자 관객들이 여기저기서 ‘이리와! 이리와!’ 이랬는데 그 때의 관객 모습이 스탠딩 사이드 구역에 자리 한 조그마한 화면에 잡힌 걸 난 봤었다. 아... 무섭더만... 장기하님이 왜 쉽사리 다음 멘트 치지 못 하고 쩔쩔 맸는지 이해가 갔다(나중에 장기하와 얼굴들은 3층 사이드 좌석으로 올라갔다.) 음, 하여튼 평소에 존경한다고 하던 우리 옵화님의 공연에 게스트에 오르게 됐다니... 장기하님은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절로 그 기쁨이 공연에서 느껴져서 절로 나도 흐뭇하고 기분 좋았었다.
피아 : 피아 때... 나만 그렇게 느꼈었나, 다른 공연들보다는 조금 더 사람들이 덜 논 느낌. 하기야 실내 공연장에서 ETP 때 만큼의 롹스퓌륏 열기를 바라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거겠지? 분명 점프하고 헤드뱅잉해도 괜찮을 것 같은 타이밍인데 나 혼자 그러니깐 조금 민망하기도 하고. 흠흠. 하여튼 피아가 무대 위로 등장했었을 때, 심지님이 키보드로 너에게였나? 뭐였지? 옵화님 노래였던 것 같은데 피아노 음으로 꽤 길게 치셨다. 그러자 그 후, 매냐들이 ‘불러줘! 불러줘!’를 외쳤고 심지님은 좀 당황했고 기범님이 마이크로 몸을 기울이시더니 대뜸 ‘안냐세여- 태진데여-.’ 자기 기획사 (무려) 회장님 성대모사를 했다. 이렇게 게스트로 온 공연에서 기획사 사장님도 아니고 회장님 성대 모사를 해도 되나, 과연 기범님은 성대 모사 이후 무사할 수 있을 것인가, 성대 모사를 할 정도로 회장님과 친한 사이인가, 하는 생각들보다 더 빨리 든 생각은 ‘우왕굳! 비슷하다!’.... 옵화님, 죄송합니데이. 피아는 소용돌이와 얼반 익스플로어, 그리고... 그리고... 젠장. 셋 리스트도 기억이 안 나다니. 조각조각들만 기억이 난다. 소용돌이 말고는 적당히(?) 달리는 곡들이었다. 개인적으로 얼반 익스플로어를 굉장히 좋아하고, 또 그것보단 피아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마냥 몸 흔들며 신났었다. 아, 그리고 무슨 곡 전에 심지님이 전자음? 이펙트 건 기타 음? 같은 걸로 빠르게 키보드를 치셨는데 그 때 무대 조명이 위에서 아래로부터 무지개로 빛났다. 그게 얼마나 이쁘던지. 아직까지도 안 잊혀진다.
그렇게 게스트 공연이 끝났던 게 대충 6시 50분~55분 쯤. 옵화님 공연 시작 전에 미씽 태지 포스터에 쓰였던 삼각형 그림이 중앙에 박혀진 현수막 혹은 휘장이 무대를 가리기 위해 내려왔고 제대로 놀아보기 위해 나는 인지 언니에게 선물 받은(아, 나 다 자랑하고 다닐거야. 나 진짜 너무 고마워서 이번에 사녹 당첨 되면 담요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언니한테 표 주려 했는데... 미안, 언니... 내 운명이 이렇지, 뭐. 추빙이 어디 가겠나♪) 마수러 담요와 준비해 온 페트병 음료를 난간 쪽에다 자리 해 두었다. 7시 쯤 되어 공연장 조명이 어두워 지고 무대를 가리고 있던 휘장이 내려 간 뒤, 무대에 보이는 것은 크고 둥근 전광판(게스트 공연 때에는 천장에 있었다). 무대 양 쪽 전광판, 그리고 무대 위에 자리 한 그 크고 둥근 전광판은 싱글2 티저 영상을 보여주었고 티저 영상의 여자 목소리가 나올 때 마다 환호가 퐝퐝 터졌다. 그렇게 티저 영상이 흘러 나올 동안 무대 위의 크고 둥근 전광판은 서서히 천장으로 올라갔고 전광판이 올라가자 제일 눈에 딱 보이는 건, 피라미드 형상의 조형물. 전광판이 완벽히 천장으로 올라가며 티저 영상이 끝나자 줄리엣의 연주가 시작 되고 중앙에 열쇠 모양으로 구멍이 뚫려진 그 피라미드가 반으로 갈라지며 그 안에서 옵화님이 등장하셨다. 아, 역시 멋을 아셔.
⑴ 줄리엣 + 버뮤다 트라이 앵글 : 개인적으로 나는 참 줄리엣을 좋아한다. 질투가 조금 나긴 해도 옵화님이 표현하는 ‘사랑’이란 건 다른 여타 사랑 노래와는 달리 특별함이 느껴지니깐. 그런 만큼 줄리엣의 무대도 무척 좋았다. 역시나 라이브로 듣는 옵화님의 미성은 날 떡실신 시키기에 충분했고, 게스트 공연 때부터 방방 띄워진 분위기 덕분인지 첫 곡부터 매냐들은 정말 잘 놀았다. 옵화님은 간간히 변주를 하기도 하셨고 줄리엣의 마지막 부분에서 음을 길게 뽑아내셨는데 그 때, 매냐들의 함성 소리도 커졌고 나는 옵화님이 허리를 약간 뒤로 꺾으신 채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노래하시는 모습에 떡실신(그래, 난 어차피 시크한 음팬인 척 해봤자 말기 얼빠다). 줄리엣이 끝나고 나서 바로 무대는 버뮤다로 이어졌는데 역시나 버뮤다 때는 놀기가 재밌다. 암고잉다운 말미잘(...) 모션도 재밌고, 마지막 부분에 트라이앵글 모션도 재밌고. 옵화님의 고음과 미성, 약간 힘 들어간 강한 목소리를 한꺼번에 들을 수 있는 곡이어서도 좋고 말이다. 아무튼 줄리엣과 버뮤다가 끝나고 나서 옵화님이 우리보고 보고 싶었냐며, 나 왔다고 멘트를 시작하셨다. 난 원래 멘트 잘 기억 못 하지만... 순서도 뒤죽박죽이지만... 그래도 적어 보자면... ‘납치 되서 화성에 갔다 왔는데 그 곳에서 줄리엣을 봤어. (매냐들이 믿지 못 하겠다는 듯 우우- 하자) 진짜야. 정말 화성 갔다 왔어.’ 이러셨는데 계속 정말 화성 갔다 왔다고 그러시니깐 나중엔 경기도 화성이 떠오르더라(...). 하여튼 그렇게 진짜 화성에 갔다 왔다고 좀 우기시다가 예상치도 못 하게 미씽 태지 음성 '허억- 허억-' 숨 소리를 재현하셨는데... 더헉... 갑작스런 숨소리 스킬에 나는 코마 상태에 빠졌음. 나 웬만하면 여자 특유의 비명을 지르는 편이 아닌데, 옵화님이 그러실 때마다 정말 참을 수가 없다, 그 비명을. 아... 정말... 옵화님은 내가 그 부분을 제일 좋아하는 줄 어떻게 알고... (옵화님, 이런 변태 같은 마누라도 괜찮나요?) 음, 그렇게 옵화님은 미씽 태지 숨소리 재현을 끝내시고 우리의 코마 크리를 좀 살펴보시다가는 이번 미씽 태지 때, 우리의 능력을 칭찬해주셨다. ‘이번에도 B, BS, BSI(좀 버벅거리셨음) 덕분에 이렇게 잘 돌아왔어요. 또 납치 되도 BSI or 우주 수사대(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네)가 잘 찾아줄 수 있을 것 같아요. BSI or 우주 수사대가 있으니깐 경찰도 필요 없을 것 같고... 그쵸?’ 이쯤에서의 멘트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대충 이 정도의 느낌이었던 것 같다. 전광판의 영상들에선, 줄리엣 부분에서는 새로운 영상이 보였는데 그게 뮤비와 연관된 영상인 지는 잘 모르겠다. 뭘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네; 싱글2 티저 영상의 느낌과 비슷했다. 줄리엣처럼 보이는 여자의 실루엣도 보였고. 버뮤다 때는 영상보다는 옵화님에게 더 치중해서 잘 기억이 안 난다. 하여튼 옵화님은 이번 미씽 태지는 해피 엔드로 끝났다며 멘트를 마치고 해피 엔드의 무대를 시작하셨다.
⑵ 헤피 엔드 + 로보트：헤피 엔드 무대에서의 영상은 심포니 때와 비슷했다. O자 모양의 빨간 동그라미가 헤피 엔드 특유의 긴장감에 맞춰 진동하며 흔들리고 점차 커지는 그 영상 말이다. 그 후에는 무슨 영상이 나왔는 지는 잘 기억이 안 나고, 역시나 헤피 엔드 때의 끝내 주는 액션이 기억에 남는다. 서밴 멤버들은 진짜 액션만 따로 연습하는 걸까 싶을 정도로 어쩜 그렇게 액션을 잘 하면서 연주도 잘 치는 건지. 헤피 엔드 엔딩 때는 8집 초반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옵화님 양 쪽에서 기타를 높이 쳐 들며 멋있는 3인방의 합체로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로보트가 바로 이어졌는데 로보트 특유의 절박함이 느껴지는 옵화님의 목소리에 나는 온 몸이 흐물흐물 녹았다. ‘드어느은 짖지도오오 않는 개에처럼-’ 이 부분을 라이브로 들을 때 마다 나는 정말 미칠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내가 옵화님의 멋있는 목소리에 녹고 나서 옵화님은 다시 멘트를 시작하셨다. 대뜸 옵화님은 2층 매냐만 볼 거라며 역시나 스탠딩을 괄시하는 여전한 모습을 보여주셨는데 2층 매냐들은 환호에 빠지고 스탠딩 매냐들은 ‘이리와! 이리와!’ 난리가 났다. 그러자 옵화님은 ‘내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남자인 줄 알아?’ 코웃음 치며 고로 서태지는 쉬운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그 말 속에 은연 중으로 표현하셨다. 암요, 쉬운 남자가 아님다. 분명 팬바보가 맞는 데도 쉬운 남자가 아니여, 어흑. 그리고 옵화님은 웜홀은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거니깐 1집 때, 17년 전으로 돌아가 보겠다고 하셨다. 옵화님은 덧 붙이는 말로 매냐들에게 너희들의 모습을 다 기억하고 있다고 하셨는데(그 때의 패션 같은 걸 모션으로 취하셨던 것 같다. 큰 안경이나 뽕 많이 들어간 앞머리, 그런 유행들.) 나는 그 때 존재치도 않던 생명이므로 전혀 꿀릴 것 없음. 당당함. 난 쏘쿨한 여자.
⑶ 이제는：난 분명 ETP를 갔다 왔는데도 그 때의 이제는이 후렴 부분의 기타 음 말고는 전혀 기억이 안 나서 그 때의 한이 맺혀 있었다. 그래서 이번 웜홀에서는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눈 감고 가만히 이제는을 들었다. 17년 전, 옵화님의 목소리를 그 때 라이브로 들은 적은 없지만... 확실히 느꼈던 건... 옵화님은 여전하다는 것. 그 여전한 목소리와 감성이 오롯이 느껴져서 맘이 뭉클해졌다. 잘은 기억 안 나지만 ETP 때의 이제는하고는 약간 다른 느낌. 좀 더 편곡을 다듬은 건지, 아니면 그저 야외와 실내의 차이인 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이제는의 무대가 물결처럼 흘러가고 난 뒤, 매냐들은 감동에 벅차서 꽤나 오랫동안 ‘사랑해! 사랑해!’를 외쳤다. 물론 나도 같이. 손발 오그라드는 걸 싫어하는 편인데, 그 때엔 그게 손발 오그라드는 게 아니였다. 그냥 당연한 거였다. 분위기가. 사랑한다는 말 말고는 그 어떠한 말이 안 나오는 때였던 거다. 꽤 오래 매냐들의 외침이 이어지자 조용히 있던 옵화님은 ‘뭐? 사탕해?’ 옵화님 특유의 개그를 치셨고 잠시 멈췄던 매냐들의 외침이 옵화님 개그 후에 좀 더 이어졌다. 그리고 나서 옵화님은 ‘오늘은 화이트 데이 아닌데 분위기도 좋고...’ 뭐, 이런 식으로 서두를 좀 잇다가는... ‘사랑해요...’ 꼭 마냥 봄날에 학교 뒷 교정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첫 사랑 고백하는 소년 마냥(우와, 표현 쩐다. 근데 진짜 이 표현 말곤 떠오르는 게 없음). 나 정말 그 말 듣고 나서 좋아 미쳐가지고 제자리에서 방방 점프하고 난리 나고. ‘꺄하가가햘하햐가햐가햐ㅏ!!!!!! 어ㅜ후!!!!! 끼여ㅑ솧!!!!!!! 옵뽜!!!!! 옵뽀아아아앙!!!(진짜 이랬음;)’ 그 후에 기절했던 매냐들이 정신 차리고 나서 ‘한번더! 한번더!’를 외쳤으나 우리 도도한 옵화님이 그 말을 들어줄 리 만무. 공연 얘기를 시작하면서 어제 14일, 텍파이브 때 점프가 너무 엇박 났다고 오늘은 잘 뛸 수 있냐며 직접 텍파이브 점프 시범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원장님께 드럼 연주를 부탁해서 죽음의 늪을 잠깐 라이브로 들려주면서 점프 연습을 우리에게 시키셨다. 잘 맞춰 뛰는 우리가 흐뭇한지 옵화님은 텍파이브를 시작하셨다. 그러나 잘 맞춰 뛴 건 죽음의 늪이였지, 텍파이브가 아니였는데...
⑷ Take 5：난 분명 처음엔 박자 잘 맞춰서 뛰었다. 진짜 그랬다. 근데 왜 뛰면 뛸 수록 사람들이 내려갈 때 난 올라가고, 내가 내려가면 사람들이 올라간건지. 명색이 문화 대통령 서태지의 매니아라는 애가 그 박자 하나 몇 초도 얼마 못 가서 엇박으로 새 버리다니. 공연장 안에서 얻은 노란 비행기도 날리자 마자 1M도 못 가고 떨어지고. 증말 창피해서... 에휴. 음, 텍파이브 무대 영상에는 그 크고 둥근 전광판에 다섯 개(여섯 개?)의 네모난 화면이 생기고 그 화면 마다 각각 서밴 멤버들의 클로즈업이 잡혔다. 물론 중앙에는 옵화님 용안이 다른 멤버들 화면 크기보다 좀 더 크게 있었고, 진짜 좀 어린이 동화 속에 나올 만한 그림들로 영상 배경이 이루어졌다. 구름이나, 풍선, 무지개 등등. 그리고 텍파이브 마지막에는 제로 때처럼, ‘(강한) 내 모습-’을 매냐들이 떼창했다. 텍파이브가 끝나고 나서 옵화님은 매냐들을 보며 전투도 있는데 보강 좀 하라고 하며 안 그러면 안 놀아주겠다고 하셨다. 옵화님 앞에서 굽신굽신에는 세계 최강인 우리 매냐들... ‘놀아줘! 놀아줘!’ 외쳐보지만 ‘우리가 어린 애도 아니고...’ 정말 진심인 듯 뱉어진 그 말에 난 좀 의아했다. 왜? 옵화님은 겉 보기엔 아직도 고딩인데?(;;) 그 후, 줄리엣 실루엣 사진에서 자기 아닌지 못 알아 본 것에 대해서 얘기가 나왔는데 나는 나 아니라고 생각 한 사람’과 ‘맞는데 아니라고 믿고 싶었던 사람’에서 손을 들었다(...). 그러더니 옵화님은 자기 턱이 이렇게 위 쪽에 있는데 그 실루엣 사진에서는 턱이 이렇게 아래 쪽(아마도 머리카락 얘기?)에 있지 않냐며 직접 옆 모습으로, 손으로 짚어 주시며 우리를 또 구박하셨다. 자기도 못 알아보냐며... 흑... 그리고 줄리엣 뮤비에 출연하는 여자 모델(이름 까먹었네; 죄송;) 얘기도 하면서 걔는 중3이라며, 내가 첫사랑 실패만 안 했어도 그만한 딸이 있었을 거라고...(나는 무려 서태지의 딸인건가요?) 그러면서 은경이 머리 쓰다듬었을 때도 너네들 질투했다며 우리보고 ‘걔네들은 정말 어리게 보여서 그런 건데... 왜 그르니.’ 이런 느낌으로 말하셨다. 그렇게 멘트 좀 하시다가 F1 쪽이였나, 앞 쪽 바리에 있던 어떤 여자분께 다가가서는 ‘몇 살이야?’ 물으셨는데 그 분이 ‘22살이요!’ 그러셨다. 옵화님이 좀 놀라시더니 이내 고개 끄덕끄덕하시고. 아, 또 이 것도 있었는데... 줄리엣 얘기 때 우리보고 옵화님이 ‘질투 나?’ 이러셨다. 그래서 매냐들이 ‘네-’ 이러자, 옵화님이 ‘남자(남팬)도?’ 이러니깐 F2 뒷 구역에서 건장하게 생기신 남매냐분이 정말 공연장 떠나가라 굵직한 목소리로 ‘눼에에에에에에에에!!!!!!!!!!!!!’ 외치셨다. 다른 남매냐들도 외치긴 외쳤지만 그렇게 크게 외치지 않았는데... 많이 간절하셨었나보다. 그 남매냐들의 외침을 듣고 나서 매냐들은 웃음이 퐝 터졌고 옵화님은 좀 당황하시더니만 ‘좀 무섭다...’ 이러심. 그 후, 멤버들의 각각 경험했던 코마 상태 토크가 이어졌고 꽤나 긴 토크가 끝나고 나서 더 이상 이을 멘트가 없던 옵화님은 몇 초 간의 침묵을 두더니만 낮은 목소리로 ‘...그랬어요(or 그런거에요).’ 이 부분에서 나는 1차로 퐝 터지고, 그 후 옵화님은 이제 정해진 멘트 다 했다고 뭔가 되게 흐뭇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시길래 난 그 때 2차로 퐝 터졌다. 옵화님은 쎄컨 기타를 소개해주면서 정말 기타를 잘 친다고, 쎄컨 기타에게 다음 곡 소개 좀 해달라고 했더니 쎄컨 기타분이 약간 높은 톤으로 ‘10월 4일...’ 이러셨다. 그렇게 10월 4일 무대 시작.
⑸ 10월 4일：10월 4일에는 제로 때처럼 의자를 뒤로 돌려서는 우리에게 등을 보이면서 팔로 F2 구역을 찍어주셨다. 덕분에 내가 있던 F2 구역은 난리가 났었고. 아, 좀 당황하고 황당했던 건 10월 4일에서 옵화님이 중간에 ‘스땁, 스답스답- (뭐야, 이건?)’ 이렇게 허밍처럼 부르는 부분이 있는데 그걸 갑자기 매냐들 쪽으로 마이크를 넘기시는거다; 아니, 왜... 후렴 부분을 시키시던가... 왜... 왜 그 부분을; 따라하기도 힘들어; 하여튼 그렇게 10월 4일 무대가 훈훈하게 끝나고 나서 다시 멘트 타임. 옵화님은 이번 싱글에 대해서 얘기를 시작하셨는데, 싱글2가 싱글1보다 더 좋다고 하던데(이 멘트를 하고 나서 매냐들은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왜, 싱글2 초반에는 무슨 곡이 좋다, 무슨 곡이 좋다 그러던데. 내가 다 모니터링 해봤어.’ 이러셨다. 그리고 나서 우리보곤 ‘싱글2 중에 무슨 곡이 제일 좋아?’ 물음을 던지셨으나 옵화님 심기 건드리기는 싫은 우리, ‘다요-’ 이랬다; 옵화님은 싱글1의 진가?...를 아직 모르는 것 같다는 듯이 우리에게 말하셨고, 싱글1은 싱글2에게 절대 짜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하셨다. 모아이는 그렇게 큰 얼굴로 우리만 바라보고 있는데 그러기냐며... 흠흠. 그리고 나서 모아이를 불러야 되겠다며, 어디로 떠나볼까요 하면서 옵화님이 질문을 던지셨다. 매냐들은 ‘이스터섬-’ 이랬는데 옵화님이 촌스럽다며 ‘세상의 배꼽 라파누이’로 정정해주셨다. 아, 라파누이... 알고 있던 단어였는데도 옵화님이 발음하신 거 들으니깐 새삼 그 단어가 얼마나 멋져보이던지(내가 봐도 난 좀 심하다).
⑹ 모아이 + 휴먼드림：모아이 때는 역시나 모아이 박수 모션이 있었고 전광판 영상에는 모아이 뮤비를 편집한 부분들이 나왔다. 옵화님 용안보다는 이스터 섬의 풍경 위주로. 여전히 옵화님은 모아이 후렴 부분에서 둘리 춤을 추셨는데 이전보다 좀 더 흐물흐물하게 추셨다. 몸을 흔들기 보다는 팔을 좀 더 흔드는. 그리고 ‘무릎을 세우고 초조하게 있지는 마-’ 이 부분에서 무릎을 꿇으셨는데... 아, 나 얼마나 놀랬던지. 남자다워 보이기는 한데 또 어떤 면으로는 여려 보이기도 하고... 으으, 하여튼 좋았는데 너무 그러시진 말라규. 나 놀란다규. 그리고 휴먼드림에서는 쫄핑맨들이 무대 위에서 댄스를 추고, 우리들도 역시나 손바닥 뒤집기 댄스를 추고. 휴먼드림 때 전광판 영상에는 로봇의 모습들이 많이 나왔다. 휴먼드림 뮤비에서 아이의 부모님들이 노트북에서 로봇 만들 때 나오던 그 화면의 분위기랑 비슷했다. 그리고 휴먼드림 끝날 무렵(반주가 점점 페이드 아웃될 때) 쫄핑맨들이 양 사이드로 총총 게 걸음 할 때, 옵화님이 그 쫄핑맨들에게 다가가서는 일단 한 두 명 정도 쫄핑맨의 배를 툭툭 치셨다. 또 완벽히 노래가 끝나고 나서 쫄핑맨들이 퇴장할 때 맨 마지막 쫄핑맨 두 어명 정도 또 배하고 등을 툭툭 치며 쓰담쓰담; 왜 그러셨을까? 단순한 장난이었겠지만 쫄핑맨들 놀라진 않았을지. 흐흐. 맨 마지막 쓰담쓰담 당했던 쫄핑맨의 표정을 대충 봤었는데 좀 당황했던데. 표정이... 약간 당황스러운 웃음에다 ‘왜, 왜 이러시지?’... 휴먼 드림이 끝나고 나서 옵화님은 무슨 곡이 전설이 아닌 레전드인지 말씀 좀 하시다가 결국은 모든 곡이 레전드라고 하셨고, 아쉽게도 이제 공연이 얼마 안 남았다고 하셨다. 그러자 당연히 아쉬워 미치겠는 매냐들은 역시나 똑같은 레파토리, ‘밤새자! 밤새자!’를 외쳤고 옵화님은 식상하다며 좀 참신한 거 없냐고 하셨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여러가지가 나왔다. 날새자, 날밤까, 올나잇 등등. 나중에는 대충 올나잇으로 통일됐었는데 좀 타이밍이 안 맞다 보니깐 옵화님이 잘 못 들으셨나 본지 ‘뭔 소리야, 옹알거리기나 하고.’ 이러셨다. 하여튼 그 후, 옵화님은 우리 모두 살 날이 100년도 안 남았다고... 자기는 130살까지 살 거라고... (그러자 우리 매냐들은 130살도 짧은 지 아우성을 쳤다) 아우성을 듣고 나서 138살까지 살겠다고 하셨다. 그러니 자기가 살 권리를 찾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겠냐고 질문을 던졌는데 어느 분이 큰 소리로 ‘올나잇!!!!!!’ 외치셨다. 웃겨죽는 줄. 근데도 정해진 멘트는 꼭 하셔야 하는 우리 옵화님. 들은 건지, 들었는 데도 멘트를 위해 무시한 건지... 나긋하게 저음으로 ‘디스트로이 더 월...’을 말하셨다. 그리고 나서 저벅저벅 무대 중앙으로 걸어오시더니 약간 팔을 다리에 기대면서 우리를 바라보셨는데 그게 마냥 섹시하게 보여서 매냐들은 ‘섹시해! 섹시해!’를 외쳤다. 그러자 이젠 뭔 멘트를 쳐야되겠는지 애매모호한 듯 옵화님은 우리 엄마(근데 나 진심으로 탑님, 우리 엄마보다 진짜 엄마 같애) 쪽으로 걸어가서 ‘탑이 섹시하다고?’ 괜히 엄마한테 넘기면서 마이크를 엄마에게 주었다. 그러자 우리 엄마는 ‘맞아요. 섹시해요.’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자기가 섹시하단 말이 아니라 옵화님 섹시하단 말에 동조하는 듯한 느낌?... 아닌가, 난 그냥 서빠니깐 이렇게 받아들였을 뿐인가. 흠.
⑺ 틱탁：틱탁 때엔, 전광판 영상에 틱탁 뮤비 속에서 0과 1 숫자가 미친듯이 바뀌는 그 장면이 나왔다. 또 종말의 남은 시간을 나타낸 듯한 장면도 나왔었는데... ‘9999:99999:9999’ 뭐, 이런 식으로...그리고 틱탁 무대에서는 ‘온도의 차이-’ 손가락 들기 모션도 여전했고, 신 들린 엄마의 액션도 여전했다. 디스트로이 더 월 떼창도 열심히 했고. 그렇게 틱탁이 끝나고 나서 이제 엔딩 곡 코마 할 차례. 옵화님은 코마를 시작하기 전에 ‘여러분들, 코마 되게 좋아했죠? 다음 곡은 코마를 불러볼 건데... 이 노래 만들 때 TV를 보며 되게 원망했던(우울했던?) 기억이 나요. 여러분들도 그랬죠? (우리 매냐들이 네, 라고 대답하고) 우리 역사 속에서 기쁨과 환희를 같이 함께 했던 숭례문이 한 줌의 재가 됐어요... 근데 사람들이 많이 잊어버린 것 같아요. 그쵸? 여러분은 잊지 않을 거죠? (또 네-) 좋습니다, 숭례문... 오늘만큼은 망각하지 말고 기억하도록 하죠.’ 이런 멘트를 하신 후 코마를 시작하셨다. 음, 옵화님은 숭례문 화재를 보고서 맘이 굉장히 아프셨나 보다. 하기야, 나도 그 때는 눈물 펑펑 쏟았었으니깐.
⑻ 코마：코마 때 전광판 영상에는 싱글2 가사집 코마 부분에 있는, 그 상체는 나무에다 아래는 양복을 입은 그 그림들이 끝 없이 나타나고 이어지는 영상이 나왔다. 그리고 그 영상이 끝나고 다음 영상으로는 굉장히 붉은 덩어리들이 흘러 내리는 것이 보였는데, 아마도 그 것이 불일 테고 검은 기와 혹은 판각들이 그 불 속에 있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아마도 숭례문이 불 타는 모습이였을 듯 하다. 그리고 또 싱글2 가사집 코마 부분에 있던 어떤 메마른 손이 검은 덩어리(내가 보기엔 그 검은 덩어리는 어떤 무언가의 심장, 중심부 같은 느낌)를 쥐고 있는 그 그림이 마구 진동하며 뒤 흔들리는 영상, 가사집에서 보이는 웃는 가면을 쓴 양복 입은 남자(아마도 정치인들을 뜻하는 것 같다)가 검은 배경을 등지고서 서 있는 영상들이 반복되었다. 코마 때에도 음악을 잘 듣기 위해 옵화님 용안을 보기 보다는 전광판 영상을 보거나 눈을 감고 노래를 들었는데, 듣다가 정말 울컥하더라. 코마에는 도대체 무슨 마력이 있는 건지... 들을 때 마다 울컥해. 그리고 코마 때 전광판 영상들을 보면서 느낀 건데 숭례문 화재를 통틀어서 옵화님은 사회, 정치 부분의 문제를 코마에서 말하고자 한 것 같다. 코마는 옵화님의 절박함이 제일 잘 느껴지기도 한 곡이라 들을 때 마다 가슴 한 구석이 미어지는 듯 손으로 심장을 콱 움켜지는 것 같다.
⑼ 내 맘이야(앵콜 곡)：코마가 끝나고 나서 공연장 전체 조명이 꺼졌고 동시에 매냐들은 앵콜을 외쳤다. 매냐들의 앵콜을 원하는 함성이 이어지고 나서 이내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 다시 공연장의 조명이 켜지고 매냐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옵화님이 등장하고 나서는 멘트를 좀 하셨는데 ‘오늘은 여러분들을 위해서 특별히 준비한 노래가 있어요. 여러분들이 가장 듣고 싶었던 노래가 뭐에요? (14일 날의 앵콜 곡도 내 맘이야였던 고로 내 맘이야라는 매냐들의 대답이 많았다) Take three? 지킬 박사와 하이드? 여러분들의 의견을 다 수렴해서 내 맘대로 골라봤어- 참고로 마지막 곡인데 정말 신날 거에요. 알죠? 노래를 불러도 좋고, 발광을 해도 좋고. 네 맘대로 놀아! 알았지? 자, 준비 됐어요? 내 맘이야!’ 이렇게 말하시고 나서 내 맘이야가 시작되었다. 내 맘이야는 시작부터가 달리는 곡. 난 정말 정줄 놓고 헤드뱅잉 작렬하면서 놀았다. 목 뼈 꺾어지도록, 막, 그냥. F2 구역 앞 쪽에서 물 뿌리는 분도 계셨고. 슬램 존도 있었다(슬램 하고 싶었는데 내 쪽에서 좀 멀리 있었고 내 주변 분들은 너무 조용히 관람하셨다). 하여튼 진짜 미친듯이 놀았다. 옵화님도 되게 신나하셨고. 중간에 가사 좀 꼬이셨는데(근데 난 그거 처음 들었을 때 일부러 그러신 줄 알았다. 랩처럼 멋졌거든;)... 옵화님도 막 머리 흔드시면서 잘 노셨다. 우리야 진짜 잘 놀았고. 중간에 ‘밥!’도 열심히 외쳤다. 흐흐. 아, 증말! 텍쓰리, 내 맘이야, 지킬 박사와 하이드... 나도 정말 원했던 곡들이였는데. 그나마 1/3의 한을 풀었네? 히히. 하여튼 그렇게 내 맘이야, 앵콜 곡까지 끝나고서 옵화님은 우리들보고 잘 논다며 해주셨고 이따 집에 가서 닷컴 들어가 보라며,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고 날 식겁하게 만들어 주셨다. 그리고 그 소식은 음악 중심 사전 녹화였고... 나는 추빙이 되었고... 이렇게 분노의 후기를 쓰고 있고... 흠흠.
15일 날 웜홀 공연에서는 유난히 외모에 대한 옵화님의 근자감(근거 있는 자신감)이 빛을 발했고, ‘재밌어요?’ 라는 말을 많이 하셨고, 그리고 점차 날이 가면 갈 수록 능글능글해지시는 면을 역시나 이번에도 잘 나타내주셨다. 노래 분위기에 따라 폭죽도 터뜨리고, 비눗 방울도 날리고, 금박도 날리고. 웜홀이라는 큰 주제에 맞게도 몇몇 무대의 전광판 영상에서는 주파수 같은 색색깔의 일러스트가 노래 리듬에 맞춰 진동하는 듯 흔들리기도 했다. 나중에 3D로 웜홀 콘서트 영상이 제작 된다던데, 무척 멋있을 것 같다.
아아, 옵화님의 사랑한다는 말이 귓 속에서 계속 반복되는 구나. 옵화님 보고 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또 보고 싶다. 어쩜 옵화님은 만나도, 만나도 계속 보고 싶은 건지. 만나고 나면 꼭 그냥 그 후에 꿈 꾼 것 같고. 아아, 조금만 덜 좋아할 걸 그랬을까. 그러면 이렇게 맘 고생 하는 일도 적었을 려나.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먼 옵화님... 옵화의 웜홀에 지대로 빠져버렸나 부다. 미치겠다. 보고 싶어.
많이 보고 싶어요, 오빠. 보고 싶은데 보지 못 하고 보고 싶을 때 보지 못 한다는 게 이렇게 슬픈 일일 줄이야. 그래도 항상 좋은 공연 보여주셔서 고마워요, 오빠. 이런 막귀에게 좋은 음악이 무엇인지 알려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살아있다는 게 얼마나 축복인지,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게 해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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