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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기억이 거의 소멸된 후기 ㅎ

게재일 : 2009.06.17 (Wed) 03:19:57 PM

작성자 : ㅇㅇ

No. 562408 추천수 : 0 조회수 : 195

전투가 시작되었다.

'전투'란 사실 전국투어의 줄임말이지만 실제로 겪어보면 이것이 진짜 전투처럼 후덜덜하다. ㅋ

드디어 뫼비우스 용산!! 운좋게도 앞자리예매에 성공했지만 드센 fffalos들의 거친 디팬스에 한시간동안 시달리니. 그대로가다가는 매니아들을 미워하게 되거나 내 앞에 있던 스모키퐐로를 저주하게 될것 같아서 애써 마인드 컨트롤하며 용안을 뒤로하며 사이드로 빠졌다.

승부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생존력 없는 나. ㅎㅎ 아마 대장을 마주할 팔자는 아닌가보다..
그래!! 팔꿈치로 때리고 밀고 째려보고 욕하던 당신.. 제발 그 상태로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뫼비우스용산은 시작부터 압도적이다. 세로로 길게 분절되어 양옆에 설치되어있던 대형멀티가 슬그머니 움직여 장막처럼 시야를 가리는데.. 첨부터 범상치 않던 구조물이라 생각했지만 그런식으로 움직여 앞으로 나올줄이야.. 생전 처음보는 광경에 나를 비롯한 관객들은 탄성을 절로 내지른다. 곧 가려진 무대 뒤로 조명기구들이 낮게 자세를 잡으며 공격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시작된 틱탁.

사실 그 후로는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공연만 다녀오면 항상 이 모양 이꼴.. ㅎㅎ

아마 이 날을 함께하지 못한 친구에게 공연 다음날 무려 2시간동안 쉬지않고 떠들어 대는 동안에 일회용 휴지마냥 기억들을 쏙쏙 뽑아 몽땅 써버린 듯..
막상 글로 옮기려니 머릿속이 진공상태다.. 다음공연부터는 메모라도 좀 해야할 판이다. ㅎ

서태지앞에서 정줄을 잡고 있기란 실로 어렵다.

기대했던 '레플리카'와 '아침의 눈'에 대한 감상.

한번듣고는 기억해낼 수 없는 섬세한 노래들인데다가 나의 비루한 뇌주름으로는 떠올리는거 자체가 무리다.

불구하고 적어내려가자면 굉장히 특별했던 창법과 목소리였다고 기억된다. 가성과 낮은음 높은음을 자유롭게 오가며 감성을 건드리는 곡이었다고........... 생각하지만 또 앨범으로 들으면 완전 다른거 아닐까.. 하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는 상태. ㅋ (먼소리야)

레플리카를 라이브로.. 그것도 대장의 곡설명과 함께 만날 수 있어서 그저 영광일따름..

객석을 향해 곡설명을 찬찬히 해주는 태지 본인도 다소 비장해 보였다. ㅋ

오랫동안 감추어두었던 선물을 꺼내드는 순간이니 얼마나 특별했을까.. 흐..

매체를 통한 무한복제가 넘쳐흘러 이제는 서로의 이데올로기까지 베껴가는 상황.. 정보가 곧 지식이 되고 마치 처음부터 내것이었던것처럼 남의 생각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며 정작 본인의 소신은 배제되어가는 사람들..

"TV를 꺼라"

좋은말이다.. 짧은 순간 많은것을 깨우치고..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한마디..

순간 마음이 뜨겁다. 세상이 변하는 몇 달 사이 시청바닥에서.. 종로의 거리에서.. 그 어두운 많은시간을 보내며 불끈쥐었던 주먹을 바라보니 스물스물 웃음이 세어나온다. 다시금 불끈 힘이 솟는다. 너무 아파서 덮어버렸던 곳에 뽀얀 새살이 돋음을 느낀다..

그래.. TV를 끄자.. 나는 나다..

그리고 앵콜곡으로 등장한 아침의 눈..
우리를 위한 곡이라는 짧은 설명과 함께 시작되어서 그랬던건지.. 조금은 쓸쓸했던 곡 진행에.. 영문도 모른채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나는 그가 사랑해마지않는 오래된 팬도.. 예뻐죽는 나이 어린 팬도 아니지만 공간 가득 충분히 느껴지는 안타까움에 마지막 곡이 흐르는 내내 어쩔줄을 몰랐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는 화면 가득한 마지막 멘트 "우리 내일도 만날 수 있지?"

아아.. 이 사람.. 이제 정말 사라져버리려나보다..
어느새 마음이 덜컹덜컹 소리를 낸다.

53562df0c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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