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전국투어의 시작. 용산 공연을 600번대 후반에서 보고 난 후,
부산공연 B구역 10번을 득템하였다.. 가문의 영광이다.(후배에게 무한감사..)
태어나서 처음 잡아보는 앞 바리게이트..
작년부터, 바리를 잡게되면 꼭 만들어서 흔드리라 다짐했던 피켓문구.
앞바리의 세상은 천국이다. 아... 여긴 공기부터가 틀리구나...
멘트시간에 열심히 흔들던 내 피켓을 읽어 준 T.
`우쥬악수 미?`
짧은눈빛, 짧은순간 이었지만, 문구를 읽어준 T에게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공연중간중간, 몇 번씩이나 눈으로 흩어준 마음도 다 느끼고 받았다.
그래서, 내 팬질에서의 행운은 부산에서 장렬히 그 생을 마감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여한이 없다고 느꼈다. 그만큼 즐겁고 행복했으니까.
그러나, 이것이 다가 아니었으니.. 난 전생에 발해를 건국한 대조영 이었을까...
이즈음되니.. 필연이라 생각되는, 대구공연 A구역 80번..(거꾸로 하면 08집 ^^;;)
대구에서는 옆바리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다. 앞에서는 6번째 정도.
헉.. 우리앞에 바로 카메라가 있었다. B구역 검정박스를 완벽하게 가린다.
된장.. 카메라 머리를 떼다가 자동차극장으로 내던지고 싶었다. ㄷㄷㄷ
너무 압박이 심해서 힘들었다. 여느공연 같았으면, 그냥 뒤로 물러났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절대 그러면 안될것 같은, 한국산의 계시가 느껴졌다.
오늘만은 꼭 버티라고 나에게 고함치는듯 했다. 그래서 버텼다.
모두들 알고 있는것처럼,
내 맘이야를 끝낸 후, T가 성큼성큼 돌출무대로 와서, 정확히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손으로 슥슥...바닥을 2번 닦더니..그대로 누워버렸다. 누웠다.
오른쪽 무릎을 세운채..
오망기갓!! 그냥 지나가서 돌출무대 끝으로 갈꺼라 생각했다!!
그런데... 내 눈앞에 1M도 안되는 그곳에, T가 누워있다. 가뿐 숨을 내쉬면서..
아,, 이건 진짜 현실이 아니다..
내 눈과 수직으로 정면에 T의 옆모습이 보였다.
T는 별이 없다는 얘기와 초승달 얘기를 했다. 그리고..그리고..그리고는..
우리쪽으로 고개를 스윽.. 돌렸다.
어쩔수 없이 ... 나는 T와 정통으로 눈을 마주쳤다.. 오 마이 지쟈스!
아마, 내 앞에 바리를 잡은 베뷔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건 말도 안되는...
T는.. 그렇게 3초동안 우리를 바라보고,, 다시 하늘을 봤다.
미친듯 울부짖고 있는데..
세상에, 불현듯 다시 고개를 획 돌려서 다시 우리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믿을수가 없었다. 두 번씩이나.. 씨익 웃으면서...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이미 내 영혼은 버뮤다에...
그리고는, B구역을 보며 송아지 노래를 시켰다... 송아지 노래를 부르는 동안..
T는 킥킥거리면서 웃기 시작했다.. 정말.. ㅋㅋㅋㅋ 이렇게 웃었다.
ㅋㅋㅋㅋ 이게 실제로 사람이 표현할 수 있는 의태어였다.
그렇게 웃는동안 누워있는 배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움지이는 배와 더불어... 살짝 떠있는 티셔츠가 같이 흔들린다.
아..T도 웃으면 배가 흔들리는구나.. 당연한건데.. 쇼크다... 떨리는 배...
여태껏.. 그렇게 열심히 살지 못한 나인데..
대구는 오늘 나에게 너무 큰 축복을 내려주었다.
평생 벌레걱정 없을 버물리 소녀도, T가 고마워했던 노랑리본 매듭소녀도,
물병을 득템한 소녀들도... 하나도 부럽지 않았다.
난, 무려, 누워있는 T와 두 번이나 눈으로 대화를 한, 유일무이한 사람이 되었다... 신이시여..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안에서 그 순간들을 되새기며 많은 생각을 했다.
이번 8집 활동동안 멘트는 말할 것도 없고,
가지고 있는 것들을 많이 주고, 눈과 손을 마주치고, 무대아래까지 내려오고, 무대에 눕고...
우리와 가까워지기 위해서, T는 할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우리의 키만큼이나 높은 무대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며 노래를 하고, 얘기를 하는 T.
이제는, 우리와 같은 높이의 눈으로, 마음으로 항상 함께하고 싶었나보다.
우리가 항상 애뜻한 마음과 시선으로 무대위를 올려다 보았다면,
이제는 T가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구부리고, 무대로 내려와,머리를 바닥에 기댄 채,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같은 눈높이로, 같은 심장의 높이로, 그리고 같은 마음의 높이로 ...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물리적인 공기의 간격을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T는 유일하고... 우리는 수천수만이니까.
하지만, T도 알고 우리도 알 것이라 생각이 든다.
물리적인 눈높이는 차이가 날지 모르겠지만, 항상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높이의 시선과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본 다는 것.
누워있는 T가 나에게 말했다.
`너,, 다음주도 올꺼지?`
뜨끔했다. 대전하고 인천은 쉴려고 했다.
행님~ 올출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가 봅니다... 오 망기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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