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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7.3 대전 후기-나이먹으면 노력해야 돼

게재일 : 2009.07.04 (Sat) 05:20:17 AM

작성자 : 키모씨

No. 585284 추천수 : 49 조회수 : 2,851

공연 명: 서태지 뫼비우스 대전 콘서트
시간: 7.3 8:00~10:40
게스트:내귀의 도청장치

01. T'IKT'AK (REMIX)
02. F.M Business
03. BERMUDA[Triangle](REMIX)
04. Juliet
05. Replica (앨범 발매 후 첫무대)
06. 대경성(Feel the 대전) REMIX
07. 슬픈아픔
08. 널 지우려해
09. 제킬박사와 하이드

1부와 2부 막간 예능타임: 베이스&드럼 솔로

10. 하여가 (Death Metal Version) FEAT. 45RPM
11. 10월4일
막장 밴드 서비스: 울트라맨이야, 환상속의 그대
12. Take 5 (Bassguitar by Seotaiji, 막장밴드)
13. Moai
14. Coma
15. 2009 시대유감
16. 내 맘이야
17. 너에게 (Rock Version)
18. 프리스타일

앵콜곡
19.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take 6 두 소절 즉석 무대
20. 아침의 눈 (앨범 발매 후 첫무대)

일주일만입니다. 그 동안 회사에서 밤을 샜다던가 밤을 샜다던가 밤을 새면서 인생을 허비하던
중 지난 주에 처음으로 질렀던 대구 공연을 잊을 수 없어서 갖은 구실을 고민하던 중 '금요일
저녁, 친한 친구가 부자 남친을 잡아서 강남 R모호텔에서 일곱시에 결혼식을 올리므로 참석을
위하여 다섯시 반에 퇴근하겠다'라는 디테일한 구라를 쳐서 퇴근을 했습니다.

...뭐...대전도 한강 이남이니 강남은 강남이죠;;;

어쨌든 동반석을 타고 같은 처지의 분들;과 50여분간(...근데 어째 2주 후의 성남은 대전보다
거리상 가깝긴 하지만 시간은 더 오래 걸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즐겁게 담화를 나누다
대전역에 도착, 어째저째 공연장인 무역전시관에 도착하자 내귀의 도청장치 이혁씨의 훼까닥
뒤집어지고 질질 늘어지는 보컬(...좋단 얘깁니다;)이 맞아줍니다. 티켓팅하고 들어가니 이미
8시 20분 막 넘길 무렵, 게스트 무대는 끝이 났습니다.

에잉;;; 사운드 좋은 걸로 듣고 싶었는데;;;(어째 이 양반들은 두타라든가 쌈싸페라든가 뭐 그런
사운드 극악의 상황에서만 봐서;)

어쨌든 이번 게스트는 내귀 한 팀으로 끝날 모양입니다. 본격적 무대 준비가 되는 사이 휘휘
둘러봅시다. 이번 공연장은 무역전시장이라더니 딱 전시장 사이즈, 그러니까 코엑스의 태평양
관 인도양관 뭐 이런 커다란 전시장을 몇분의 일 사이즈로 줄여놓은 것 같은 모양입니다.
뫼비우스 무대는 여전히 넓고 깊지만 천장이 낮아서 설치하는 데 좀 애로가 있을 것 같...

...어라, 저 천장...제로 때 수원체육관이나 잠실체육관에서 흔히 보던 씨름 천하장사 만장
같은 뻘건 허연 천으로 줄줄이 완전 칠갑을 한 게...아무래도 촌스럽다고 타박을 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관객이 공연장 천장을 미리 못 치워놨다고 미안해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지;;;

객석은 T자 통로를 중심으로 A B C D 심플하게 나뉘어져 있습니다. 생각보다 사람은 많았어요.
20~30대 남자 관객들이 대략 30% 정도 여기저기 분포되어 있는 게 눈에 띕니다. 저는 적당히 B
구역 중간 정도에 흔들흔들 독거관객 상태로 있었습니다.

커텐 봉-_- 걷히고 무대 뒷편 멀티로 재조립, 거미같이 얽혀있던 무대 위 조명들이(이래서 etp
무대같다는 생각이 들었나;) 천장으로 서서히 올라갑니다. 8시 40분경 오프닝 멤버소개 동영상
나오면서 공연 시작. 이번 멤버소개는 간지나는 수트차림들이라 7집의 범인검거보다는 훨씬
럭셔리해보입니다만 역시나 제일 마지막에 보컬 겸 리더 겸 회장이 제일 멋지게 나온다는 점은
5년 전과 그닥 달라진 게 없습니다.

그리고 오프닝 곡인 틱탁에서 보컬님 튀어나오는 걸 이번엔 제대로 봤다는 게 포인트. 갈색
긴 머리에 검은 수트 차림은 별 변한 게 없는데... 6일 동안 왜 저렇게 마른 거죠; 아아
그렇습니다 오빠님은 컴백 때 그나마 사람처럼 있던 얼굴 살이 활동하면서 점점 빠지고,
그나마 살아남은 얼굴 살들은 전국투어에서 완전 실종, 해골화가 이뤄지긴 합니다만 이미
턱은 쌍둥이칼 저리가라 싶게 날이 바짝 섰고 목은 말라붙어서 더 길어보이고;

...전국 투어가 중반에 접어들었다는 걸 얼굴 하나로 보여 주십니다;ㅁ;

틱탁-에펨 비즈니스-버뮤다 3연타. 에펨 비즈니스에서는 성량이나 표현력, 밴드 음량 조절 등이
7집 공연보다 확연히 나아졌다는 게 만족스러웠습니다. 몇년 후 9집을 들을 때도 8집이 더 나
아진 느낌이었으면, 뭐 그런 기대가 들었죠. 버뮤다는...어익후, 앞의 두 곡에서 분노하고
날 선 표정에서 버뮤다 전주 딱 들어가면서 확 바뀝니다. 대구의 버뮤다에서 봤던 책 읽어주는
귀족 나르시스트;와는 또 달라요. 한 소절마다 표정이 확확 사람잡게 바뀝니다. 그러니까 표정
과 몸짓과 손짓으로 사랑과 성의 기쁨을 구현하고 계심;(저게 사랑과 성이라면 참으로 그럴싸
하겠다 싶은데 저는 그래도 안 생겨요;;;)그리고 이 바아아아암~~~~~~~하면서 길게 늘어질 때
호흡처리가 매우 좋았음.

어쨌든 버뮤다 끄트머리에 밴드 다 몰고 t자 무대에 나왔습니다. 노래는 끝나고 뭔가 대단히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객석을 바라보십니다.

"안녕 대전~"

첫 멘트는 무난하군요.

"생각보다 분위기 좋네?"...(으음; 역시나 신경쓰신 건가;)
"대전은 팬층이 다양한 것 같애. 남자가 반은 돼. 물 반 고기 반으로 하고, 물은 여자, 고기는
남자, 물 소리 질러봐!(아가씨들 꺄악 소리에 걸걸한 소리 약간) 고기 소리 질러봐~ (청년들
우어어 소리에 아가씨들 부러 낮춘 우어어 소리 들어감)"
물과 고기들;에게 한두번 더 시켜봅니다. 뭐 물들의 훼이크 바리톤이 좀 들어가긴 했지만;
그래도 대전에 남자들이 꽤 많이 온 건 사실입니다. 연이어 공연장에 메아리치는 우어어 굵은 소리란
참으로 버팔로 말굽소리같은 것이라 오빠님보다 정신건강이 약한 사람들은 밤에 가위눌리기 딱
좋겠습니다.(형 사랑해요는 옵션;)
"내가 어제 정보를 입수했어. 대구 아가씨들이 예쁘다던데 대전 아가씨들이 더 이쁘다고. 여기서
줄리엣을 찾아야겠어.(...라면서 휘휘 t자 통로를 둘러보면서 그 특유의 콕콕콕 팬 얼굴 눈에
다 담게 보는 눈빛 시전) 아무래도 못 찾겠어."
그리고 오늘 개그가 심상찮을 것이라는 걸 예감하게 하는 멘트 작렬.
너네는 덩어리일 때가 제일 예뻐

덩어리들, 이제 마음을 열고 내 마음을 받아줄리엣?하면서 줄리엣 멘트로 넘어가십니다만 그저
저는 배를 잡고 웃어제낄 따름. 오빠님에 대한 애증에 시달리는 모든 빠순들에게 자기 전에 삼백번씩
궁서체로 연습해야 할 금과옥조올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빠님에게는 예쁜 덩어리.

줄리엣은 줄리엣이었고(...) 레플리카는 여전히 가사는 하나도 못 알아듣겠고; cd버전과 라이브과
왜 이렇게 다르게 들리는지는 앞으로 라이브를 들으면서 풀어야 할 미스테리되겠습니다. 레플리카
끝나고도 분위기에 취해 계시던 오빠님은 마이크를 잡고 하시는 말씀이... 꿈을 꾼 것 같댑니다.
꿈을 꾸다 눈을 떴더니 대전에 와 있대요; 이거 뭐 눈앞의 관객들을 꿈속 인물들로 만드십니다.
그러더니 여전히 꿈꾸는 것 같은 어조;로 "대전은 행운아야" 으응? 이건 또 뭥미? 하는데 또
"알죠?" 글쎄...모르겠는데요;;; 그 알쏭달쏭함에 쐐기를 박는 한 마디. "내가 잘 생겼으니까"
-_-;;; 아 네;;; 그리고 슥슥슥 사랑하는 A구역에 다가가며 뿌듯한 말투로 "누가 뭐라해도 난
촘 잘생긴 것 같아" 네에;;;

이번엔 레플리카 얘길 해 주시는군요. 레플리카 따라 부른 사람 못 따라부른 사람 손 들게 시킵니다.
어슷비슷하니 "물이네(아까 물반 고기반 얘기인듯)" CD들으니까 감이 잡혀? 하더니 또 시쳇말에
강한 거 티 내십니다 "촉이 와?'(어째 예능 유행어 시험치면 10대랑 삐까하실듯;) 첨에 말한 것
처럼 8집 촘 촹인듯, 난 좀 굉장한 것 같다면서 희희낙락. 이미 자랑에 혼미한데 이젠 8집 1년
활동한 거 가지고 으스대시면서 칭찬해달라고 어케 해 줄 거냐고 하십니다. 거기에 팬들은
또 고맙다고 잘했다고 하니(...솔직히 1년 중 순수 활동한 기간으로 따지면...;;;) 매우 뿌듯해
하시면서 6집에서 제일 빡센 노래 '필더 대전'으로 화답하십니다.

제가 요모양 요꼴;의 환경에서도 뫼비우스 투어를 가능한 한 다 쫓아댕겨야겠다고 결심한 건
대경성 덕이 참 큽니다. 간지도 이런 간지가 없어요. 역시나 이번에도 무대 영상에선 국회가
수십번 폭파되는 게 참 좋았고(...) 오빠님은 6집의 정통 그로울링과 훽 뒤집는 버럭창법을
섞는(그니까 그 SUCK MY(그르르르) BRAIN↗(빽) 이거 말입니다;)데 있어서 이미 자유자재
경지더군요. 삘받은 오빠님은 스탠딩 마이크 쓰다듬어 내리는 거나 주술하듯 손가락 파르륵대는
거나 이미 무아지경. 간주에서 원장님 빼고 기타베이스우르르 수트캐간지네명이 오빠님을 둘러싸고
헤드뱅잉하며 연주하는 씬은 대경성의 백미라 하겠습니다.

이미 정신없이 우어어 멋있다가 난무하는 상태에서 오빠님은 물을 드시고 사랑하는 A구역으로
가셔서 앞에다 조심스럽게 물병을 던졌는데 얌전히 받자 매우 뿌듯(근데 대전 매너는 좀 짱인듯.
노는 건 정말 빡세고 신나게 노는데, 오빠님이 강림;하셔도 밀리지도 않고 그저 스르륵 밀도만
좀 높아졌다가 다시 나가시면 스르륵 자기 가서 다시 잘 놉니다) 대전이 질서 잘 지킨다고 칭찬.
예쁘기도 한데...근데 솔직히 음식은 맛이 없대요-_-(맞잖아~하고 반문하는데 다들 반박도 못
하고 참;) 묵 먹어봤는데 진짜 맛없었다고 맛없는 거 뱉어내는 유치원생 표정을 짓습니다.
음식 얘길 했으니 사투리 얘기도 해야죠. 사투리도 별 거 없어, 대전은...지방인가? 덜 지방이지?
하고 약올리다가 갑자기 생각났답니다. '아부지~ 돌 굴러가유~'하는 삼대구년먹은 개그를 시전
하시고는 '기지? 기야?'하고 슬쩍 사투리를 하나 더 시전하셨는데 정작 관객들은 이 제대로
된 사투리를 오히려 못 알아먹더래요;ㅁ;

불과 3분 전에는 질서있는 대전이었건만; 볼 것도 없고 음식도 맛 없고 애들도 약골인 대전을
위해 슬픈 아픔을 불러주겠답니다. 그러면서 탑의 애드립 솔로를 소개하는데 그 투가 심히
'탑이 이 불쌍한 대전을 기타로 위로해 줄 거야' 이런 거였음;ㅁ; 핀 조명을 받으면서 솔로를
하는 탑의 기타 연주는 가히 대전광역시 전체를 위로할 만했습니다; 이어지는 널 지우려해에서
는 '한도없이 걷다보면'파트에서 정말 가사를 정직하게 몸으로 표현하시면서 T자 통로를 걸어
가시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얼마나 더 걸어야 하는가 하아; 제킬박사와 하이드는 패스.
일단 오프닝을 탑씨가 대박 틀리신 데다가(아멘) 360도 무빙 뱀칭칭의자를 타고 관객들을 회전
하시는 씬은 역시 드넓은 야외 무대가 어울립니다.(근데 어쩌다가 그 의자에서 관객 내려다보는
표정을 봤는데 진짜 무표정 그 자체라 마이 으스스;)

요즘 멤버들 사이에서 견제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레크레이션 강선생님 미정씨와 원장님의
베이스&드럼 연주가 이어집니다. 미정씨는 관객에 남자가 많으니까 좋댑니다. 그렇다고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고...하고 우물거리는데 이해해요 경상도 싸나이들은 아무래도 남자를 좋아함;
그리고 들어갈 때쯤 되니까 말문이 트이는 것 같다고 중얼거려서 좀 마이 웃겼음; 베이스&드럼
파트만으로 울트라맨의 전주를 하니까 차암 좋더만요.

2부 시작. 오빠님은 한결 가벼워진 차림으로 45RPM하고 하여가를 부릅니다. 근데 데스메탈 하여
가는 진짜 레전드인듯. '너/를/ 볼/때마다/'에서 두다다 몰아치는 드럼은...하아.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미묘하게 풋풋;한 느낌으로 부르셔서 좋았음.(그 부분은 진지하게 절규하면 오히려
매력이 반감된다고 혼자 주장함)

본인도 뿌듯하셨나 봅니다. 현배씨 가리키며 '음악이랑 결혼했다'고 예능마니아 인증을 잠깐
하시더니 "8집이 짱이긴 한데 하여가는 못 따라가는 것 같애."랩니다. 아아아 오빠님 ㅠㅠ
그러더니 본인만 조명받는 상황에 화들짝 놀라는 척 하시면서 객석 손으로 가리킵니다.
조명 좀 켜달래요. 못 생겼다고 불도 안 켜면 되냐고. 본인이 안 보면 된대요. 소리만 들으면
된댑니다(...아 눼; 방글방글 웃으며 갈구는 배려심에 눙무리;)

그리고 멤버들과 T자형 무대 앞으로 나갑니다. 오늘은 탑씨와 스킨십의 날인지 탑씨 어깨를 두릅
니다. 탑씨도 오빠님 어깨를 두릅니다. 삘받은 탑씨는 지난주의 필리핀사람 말투로 '나도 대전
사람' '삼천원?' '카드도 받아' 그랬더니 오빠님은 그걸 냉큼 받아서 시크하게 '이 성스러운 바다'
라고 각운을 이으십니다;;; 그러라고 그 가사를 지은 건 아닐 텐데;ㅁ;

뭔가 주기 타임;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원장님 스틱 하나를 가져다가 본인보다 손 작은 사람한테
준다고 T자 무대 제일 끄트머리쯤 한 명 골라서 이리저리 손 재보다가 주고 좋아라합니다.
그러더니 여긴 작아서 마이크 없이도 들리겠다고 '내 육성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정말
이어마이크까지 다 빼고는 A구역 B구역 고루 돌아다니며 '들려?'하고 생목을 들려주시는데 이 부분
에서 히트는 대략 두 가지.

1.팬들한테서 노오란 꽃 두세줄기를 받아서 휭휭 돌리다 결국 귀에 꽂고 댕김. 와아 꽃이 꽃을 꽂고 댕기네
(...)
2.B구역에 와서 생목을 '오늘 대구는 레전드야, 퐐로쓰'라고 열과 성을 다해 울리심.
대구가 레전드긴 한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건 기분탓이겠지요-_-

개인적인 잡상을 좀 더 풀어놓자면, 저는 요 며칠 간 오빠님에 대한 식자들의 이런저런 레고
때문에 좀 지친 상태였습니다. 뭔가 반론을 늘어놓는다고 그쪽이 바뀔 것 같지도 않고 내가 저 양반
들 때문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내가 열받는 건 어쩔 수 없고 쿨하고 시크한 팬질따위 역시
없는 거지 난 역시 빠순 훗 뭐 이런 과열상태이다가 왜 오빠님은 오빠님이라 날 이렇게 머리아프게
하나 애꿎은 오빠님한테까지 화살이 돌아갈 지경이었는데 그 T자 무대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팬들을
너무나 선량하고 사심없이 바라보며 천사같이 웃는 그 양반을 보자니 머릿속이 백지 아니 백치가
되면서 아아 역시 실물 보면 다 뻑갈 것들이야 잊어버리자라고 간단하게 정리가 되었음.
역시 오빠님은 이슬만 먹고 사는 청명한 꽃사슴,
깊은 산 속에 있는 홀로 있는 옹달샘,
추악한 세상에 내려온 천사.

...그러는 와중에도 오빠님은 첫사랑 노래 들려준다면서 '알랑가 모르겠네'라는 요상한 말투도
시전해 주시며 10월 4일을 부르십니다. 첨엔 의자 빙빙 돌려가며 부르더니 나중엔 혼자 일어나서
이 멤버 저 멤버 어깨 짚어가며 눈을 맞추려고 하나 이젠 원장님도 털끝 하나 반응이 없습니다.
탑마미한테서 '초달달 어택 받았을 때는 외면하는 게 상책'이라는 강의라도 받았나;

10월 4일 끝나고 사랑한다고 난리가 나자 쿨하신 오빠님은 머리 위로 하트 반쪽 쓱 그려보시면서
'이런 거 기다리지? 나 그렇게 호락호락한 남자 아냐'하더니 완전 도도하신 말투로 '들어가자'
라고 희빈이 상궁 몰고 가듯 멤버들을 데리고 본 무대로 가시...려고 하더니 B 구역에 슬쩍 몸을
굽히고는 하트를 싹 날려주었습니다. 오빠님의 '내 여자에겐 따뜻한 도시 남자가 되고 싶으신
거 같은데 그게 3초도 못 가는 것 같은' 컨셉은 본무대 가서도 작렬. 무대 구석 가서 생목 못
들었을 같다고(그러고는 그 팬 계 탔다고 또 팬 업계용어 써주심;ㅁ;) 한참 입 가리고 속닥속닥
거리더니 그게 TAKE 5 불러준 거래요 나참; 삐졌냐고 물어보는데 뭐 이젠 삐지기도 귀찮음;

자 이제 막장 밴드 시간입니다. 네 번짼데 연습을 안 해서 도통 안 는대요. 각 멤버 소개를 손수
하시는데 소개하는 게 딱 리턴 투더 네이쳐~하는 성우언니 기계음 모창. 그러고는 베이스 소개는
완전 성의있고 우렁차게 해서 딱 속을 보여주십니다. 베이스가 제일 멋있다고 확인사살하더니
아까 미정씨가 했던 울트라맨 전주 베이스 솔로를 직접 했습니다. 신난 팬들이 빔부분 다
따라하니까 대전이 최고라고 매우 좋아하심; 탑한테도 해보라니까 탑은 시크하게 '난 그런 거 안해'
하고 받아치더니 FX로 환상속의 그대 첫부분 리듬쳐주고 오빠님은 랩을 하시고 팬들은 신나서
다 따라부르고 와아 이게 애드립없기로 유명한 서태지밴드 맞나요(...)

TAKE 5 막장밴드는 지난주보다는 좀 나아진 것 같기도 했습니다. 베이시스트 혼자 핀 조명 받고
다리 올리고 멋진 포즈 보이고 기타리스트와 투샷 해보이고 온갖 데 다 쏘다니고 다 했습니다.

끝나고 탑씨와 즐거운 만담 타임. 탑이 대전 많이 와봤대요. 대전 사투리 많이 아는 게 '기야?'
라고 하는데 오빠님은 이제 그게 뭐냐고 모르는 척. 탑씨는 채팅을 해 보면 아는 거라고(...)
암튼 공연장 오붓하니까 노래는 안 하고 수다떨고 싶은데 여러분은 노래부르는걸 원할 거니까
...라는 순간에 수다떨자는 열화와 같은 반응에 지금 만담하는 데 와 있는 거냐고 하셨는데
뭐 만담하고 별 다를 바가 없었던 게, 제로콘때 하시고 한 동안 넣어두셨던 팬 선물 뺏기를
다시 하시더라고요. 팬이 들고 있던 19722221 천원권을 집어서는 매우 신기해하다가 '만원이면
더 좋았을 텐데'하고 잠깐 초를 치셨지만 결국 좋아라 뺏으셔선 스탭분에게 '편지도 있다,
금고에 넣어놔라'하고 맡기심.

다시 탑씨와 만담 듀엣 모드로 돌아갔습니다. 탑씨가 비행기를 못 날리자 '엄마라서 못 날려.
아빠라면 잘 날려'하고 다리 한 쪽 들고 그럭저럭 잘 날렸는데 탑씨가 똑같은 자세로 더 잘 날
리고 반응이 좋자 '내가 그렇게 가르쳤어?'하고 팬들을 타박하십니다-_- 그리고 초 유치한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아니 일단 엄마는 너무 스모키라 무섭고 아빠는 너무 귀염모드라
언밸런스한 이런 가정 난 반댈세;)라는데 탑씨가 '저긴 오빠가 좋다는데'하고 중재. 그 상황에서
'서방님!'소리가 나오자 웃으면서 '우쥬메리미'안 해?하고 직접 팬들 피켓까지 들어가며 얘길
하시더라고요-_-(하긴 눈팅을 그렇게 하는데 알 것 같긴 했다만 이렇게 인증을 쌔우기까진;)
그리고 정말 고도의 세련된 멘트를 날리시는데...

"야. 너희들은 생각을 해봐라. 옆에 자고 있는 마누라가 갑자기 눈뜨면서 우쥬메리미? 이러면
진짜 당황스럽다. 그게 뭐야"
(그리고 덧붙인 말, '이 청혼 거절한다' 아이고 배야;;;)
....오빠님이 천성은 착해서 다행이에요 오빠님이 연예인이라서 다행이에요 안 그랬으면...(중략)
그리고 니들은 마누라고 이제 연인으로 승격까지 됐다고 덧붙입니다 아이고;

1년간 활동 얘기가 나왔어요. 흉가, 미스터리 써클(석중씨는 아직 믿고 있댑니다;) 쫄핑크
(쫄핑크 보여달라니까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이러는군뇨;) 등등 하다가 이제 마지막이라니까
아쉽기도 한데...라고 마무리 분위기가 되니까 최근 떡밥이 도는 ETP를 연호했어요. 그러니까
그게 뭐야?라고 딴청. 1년 더 하자니까 '나 쉬운 남자 아니야'라고 또 터뜨리심.

어려운 남자;께서는 애원간청 다 무시하시고 8집 레전드 모아이를 하셨습니다. 멤버들 최고 기량
을 알 수 있다는데...암튼 중극장 규모라서 좋았던 거이 모아이처럼 작은 실내에서 빛을 발하는
노래는 오히려 야외보다 아주 듣기 좋았다는 겁니다. 끝난다음 고맙다고 하니까 엄한 멤버 붙잡고
반쯤 팬들 외면한 자세로 "얘네들...연인들...고마워..."내가 그랬던 거 따라하고 있어" 웅얼.

...앨범 쌩스투로 팬 업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켜놨는데, 언급을 안 할 수도 없고, 근데 언급 방식
이 참... '오다 줏었다'하는 경상도 초딩 식으로 심히 부끄러워합니다. 왜 부끄러워하는지 알았냐
면 후다닥 코마를 소개했는데 여러분을 위로해준다는 코마로 넘어가는 멘트 넘어가는 것도 심히
맥락없는데다가 웅얼웅얼 심히 당황.

거참 신선하긴 한데 내가 다 당황스럽구만;;; 암튼 코마는 모아이와 같은 이유로 이번 공연에서
아주 잘 들리고 좋았습니다. 끝날때쯤엔 아까 초딩 모드는 온 데 간데 없습니다. 뜬금없이 자긴
섹시한데...이런; 천장 쳐다보시네요; 그래 이제 천장을 숨길 수도 없구나;;; 천장 촌스럽대요.
대전은 촌스러운 것 같대요. 이 유례없는 지방 구박모드가 이어지자 약간 항의. 근데 귀여워서
구박한댑니다. "쪼끄만 덩어리라서 귀엽잖아"

모 만화 등장인물 대사를 빌리자면 말입니다...저는 '구박-구박-구박-아잉♡'취향인데 '구박-아잉♡
-아잉♡-아잉♡'이 되니 참;;;(아 개인취향이에요 개인취향;)

암튼 시대유감으로 이어집니다. 참말로 후회없이 잘 놀았어요. 오빠님도 한껏 업이 되셔서 대전
매냐들 최고라고, 대구 부산 삐지겠지만 상관없다고 또 싸움을 붙이십니다. 그러고는 대전매냐
서울매냐를 가르시더니 거기서 서울을 휙 넣어두시고는 '대전/혼자(공연)온/중딩 있냐고 상당히
복잡한 검색;을 하셨는데 있긴 있더라고요. 매우매우 귀여워하시면서 '너는 우쥬메리미가 아니고
우쥬입양미?' 개그를 하십니다. 그리고 열한살짜리 애도 찾아선 '음...넌 내가 스물일곱때,
은퇴할 때 태어난 거니?'하고는 '우쥬임신미'개그까지 하시더니 '크게 될 거야' 덕담까지.
아들딸마누라서방 다 있다고 뿌듯해하시더니 다 데리고 빡세게 내맘이야로 달립니다.

내맘이야에서 삘받은 오빠님은 마지막 간살스러운 웃음과 코골이까지 시전을. 잘 놀았는데 매우
덥고 지칩니다.  오빠님은 니들이 얼굴 맛이 갔다고 하십니다. 이제 순서상 누울 때가 되었다 싶어
오빠님께 누우라고 청하니 되려 애들 이상하다고, 저번에 자동차 극장 얘기도 그렇고...하고 음탕
한 소떼들을 만들어버립니다;ㅁ; 이젠 남자팬들한테 자동차 극장 가봤냐고 하곤 손 드니까 엄지
를 들어주시는군요(...오빠님 차별 아닌감요;) 그래서 술렁술렁하니까 태연한 표정으로 자동차
극장 가서 영화 보는 거 아냐? 김밥도 먹고?라고 받아칩니다.

아 그런 데였구나 난 또 뭐라고(....)

다음은 '너에게'로 이어집니다. 좋긴 했는데 하나 웃겼던 거이 마지막은 코러스 탑씨 귀에 대고
오빠님이 악을 썼어요. 노래 끝난 후 완전 기빨린 탑씨는 비척비척 사라지고 오빠님은 쌩쌩;
그리고 생글생글웃으면서 생각해봤냐고 물어봅니다. 여러분이 사라질 것 같지 않냐고요.
안 변한다고 그러니까 너에게 후엔 꼭 안 변해라고 해야 할 것 같다고 '여러분들은 정말 안 변했
어요, 내가 알아'라고 따뜻하게 말하는군요. '나도 안 변했어'라고 하는데 '안 변하려고 노력하고'
라고 해서 술렁술렁하자 '나이 먹으면 (안 변하려고) 노력해야 돼'하고 뭐 그거야 당연한
건데 괜한 걱정한다는 식으로 피식합디다.

살다보면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나도 험한 꼴 보고 세상을 알아가는데 오빠님은 오죽할까 싶으면
서도 세상이 이꼴일수록 오빠님은 절대 안 변했으면 하는 사람도 있고 세상은 변하고 오빠님도
나이를 먹어가는데 땅을 안 딛고 산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그 모든 기대를 지고 가면서 '나이
많으면 안 변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야'라는 말을 담담하게 할 줄 아는 어른이 되셨네요. 저는
좋아보이더라고요, 오늘 봤던 어떤 모습보다도 더.

아 근데 '니들의 함성이 4년간 내가 찜쪄먹을 떡밥이야'라고 한 건 좀; 정말 1년 활동했으니까
이제 4년 ~~노시려고요~~...아니 음악작업하시려고요;;;;

프리스타일로 엔딩. 5분쯤 있다가 바로 앵콜 시작. '너와 함께한 시간속에서'때 팬들 준비한 이벤
트가 별하고 꽃가루였는데 눈 반짝반짝하면서 이제 게시판에서 이벤트(게시물이라면) 안 본다고
합디다. 팬들이 사랑한다고 하니까 "이런 말 잘 안 하는데 나도 사랑해요"라고 대략 4년에 한번
할 말을 오늘 터뜨려줍니다.

아, 별 보니까 TAKE 6가 생각났어. TAKE 6 생각난다더군요. 불러달라니까 클라이막스 부분을 것도
미성으로 부르십니다;

이렇게 다시만날 내일을 약속하며 아침의 눈 부르고 끝. 고백하자면 전 '다시 만날 내일'이 아침의
눈 가사라는 걸 오늘 듣다가 겨우 알았음;;; 그 전까진 왜 계속 내일내일하는지 몰랐었어효 이제
알았으니 모레같은 내일에 인천에서 다시 만나효 오빠님.

PS.다 쓰고 쭉 훑어보니 개콘에 할리퀸에 소나기소년에 쓴맛단맛본어르신에 이게 한 사람인가
싶네요; 동시대를 살아서 다행이에요 나중에 전해 들었으면 머리 쥐어뜯었을 캐릭터;;;

cd0ca29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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