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플리카와 카뮈의 이방인>
들어가기에 앞서.............
"모아이는 진리다." 한마디 던지고 가겠음..ㅎㅎ
레플리카는 내게는 서태지 전곡을 통틀어서 가장 남성적인 체취가 강하게 나는 노래랄까...
(이게 뭐냐고 묻지마라. 나도 모른다...^^;;)
당연히 서태지가 남자인데 모든 곡이 남성다워야지..하는 뻔한 소리는 접어두고..
6집의 하드코어때도 이런 느낌은 없는데..(사실 노래를 들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는다는게 더 이상하지 않나?)
레플리카가 주는 느낌은, 특히나 콘서트에서 온몸으로 부르는 레플리카의 보컬은...
전율과 동시에 남성적인 체취를 강하게 풍긴다..피빛의 전쟁터도 상기시키고....
도입부부터 헤비한 기타사운드가 심상치 않기도 하고......
(레플리카와 틱탁 리믹스의 장중함은 닿아있는 느낌)
요즘에는 가사에 집중해서 듣고 있으니 가사 얘기를 해보겠다...
그냥 무의식중에 들으면 그런가 싶다가도 하나하나 되씹어 생각해보면,이게 진짜 노래 가사인가 싶다...
레플리카는 서태지의 노래 중에 가장 관념적인 노래다.
서태지의 가사는 워낙에 독특하고 사회비판적인 가사도 많고, 자아 성찰적인 노래도 많고,
비유가 가득한 노래도 많지만....관념성에 있어서....레플리카는 진짜 유니크하달까....
이 가사가 주는 그 무게라는 건...참...
까뮈의 이방인 소설과 같은 느낌이랄까............실존에 대한 고뇌인가...
부조리한 세상에 완전히 무관심한 태도로 살다가,
살인죄를 범하고 사형선고를 받고 세상에서 버림받고 죽음에 직면하게 되는 "이방인"이 떠올랐다..
"머나먼 저 우주위로 종을 울리면
이높은 산위에서 서 있는 나를 누가 발견해줄까
나를 태워주렴 네 음성으로 저 찬란하던 햇살로.."
이부분은 줄리엣과 닿아 있다.
=>문을 열어달라고 외치고, 속삭여달라하고 이 기적이 하늘위로 퍼지는 날 들려달라는 줄리엣의 가사와...
구원을 바라는 그 목소리가...
그는 완전히 고립되어있다....
마치모든 것이 제로로 돌려진 올림푸스 산의 신전에 서있는 것 처럼,
우주로까지 종소리를 보내지 않으면 그를 발견해줄 사람이 없을 정도로..
"나를 태워주렴 네 음성으로 저 찬란하던 햇살로....."에서 태워주렴의 의미가
burn이냐, ride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구원을 바라는 것이라면 너의 음성에 나를 실어서 햇살로 나를 보내달란 의미가 될 수 있겠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햇살의 존재는 화자에게 너무 강렬하고 너무 밝아서 견딜 수 없는 존재가 된다..
그러니, 나를 불태워달라는 외침으로도 보인다..
"나의 서툴던 이 소망은 모래로 쌓여 흩어지고
내 이름조차도 무리들 속에서 모두 지워져가고
그 기억속의 불편한 부분들의 섹터를 다그쳐 마비를 시키고"
이부분은 코마랑 맞닿아 있다..
나의 꿈에 거짓을 고했다는 코마와, 무리속을 다'홀로 걷고 있다는....코마와...
꿈과 소망은 갈려 사라지고...나는 철저하게 혼자이고, 익명성속에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기억속의 불편한 부분들의 섹터를 다그쳐 마비를 시키고.."
이부분은 코마의 주제인 동기성 망각과 연결된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부분, 고통스런 부분을 강제적으로 마비시켜, 기억속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
죄책감, 고통, 보고 싶지 않은 기억....들 모두..
이 부분의 가사와
"내 머릴 비추던 저 햇살에 나의 그림자는 움츠리고
우린 서로를 그저 닮으려고 무리한 애를 쓰는 것일뿐
그 기억속의 불편한 부분들의 섹터를 다그쳐 마비를 시키고"
이 부분은 대응되는 관계고
"우린 서로를 그저 닮으려고 무리한 애를 쓰는 것일뿐..."
이부분에서만 노골적으로
레플리카의 주제라는 인간의 주체성 상실과 서로 닮으려고 애써가면서 동일화 되어가는 내용이 나온다...
사실 레플리카가 담고 있는 것은 이보다 더 큰 측면이 아닐까 싶다...
단순한 티비를 통해 서로가 서로를 복제해가는 것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군중들 속에서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 말하지 못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방관하는..
예를 들면 히틀러 때 인간 학살과 실험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상부에서 시키는 대로, 그리고 남들이 하는 대로 그냥 이행하는
그런 정도의 심각한 주체성 상실을 의미하는게 아닌가 싶다.
아래 두 부분의 가사, 특히 내가 좋아하는 부분...
"구차한 관념들로 비롯된 그 알수없던 물음에 날 가득채운 피의 흐름이 멈추는걸..
그 온도의 차이 내 안의 추운 겨울"
(대체 이게 가사냐고..어디 독일 소설에서 볼 듯한 문장..)
구차한 관념들로 비롯된, 그 알수없던 물음에, 나를 가득채운 피의 흐름이 멈춘다는거....
그리고...피의 흐름이 멈추면서, 내가 싸늘하게 식어가는 걸 추운 겨울이라고 표현했다.
참 시적이다..
고통에..분노에..몸을 돌던 피가 서서히 멈추면서 몸이 식어가는 그 느낌...한번 쯤은 느껴본적 있겠지...
혹은, 내가 고통에, 분노에 대해 마비되어 가는 걸,
내 속에 따뜻한 피가, 따뜻한 마음이 더이상 흐르지 않는 걸 의미하는 표현일 수도 있을 거 같다..
게다가 이 와중에 심지어 "가는 걸"과 "겨울" -운율까지 맞추고 있다..ㅡㅡ 쳇!
"지탄받는 자아에 붉게 물든 피빛 햇살과
이런 내 아픔위로 쏟아 내리던 현란한 나의 능숙한 더러움"
이 부분은 마치 카뮈의 이방인에서 뫼르소의 감정을 한문장으로 요약하라면 나올법한 가사..
왜 뫼르소는 살인을 했는가....햇살이 너무 눈이 부셨다..라는 말에는...
아마 저 문장이 숨어있었을 것이다...
더 이상 이런 나에게 쏟아지는 햇살을 견딜 수 없었던 거겠지....
굳이 분석하고 싶진 않다.
그렇지 않아도
고통스런 나에게 내리꽂히는 그 피빛 햇살과.....
내게 이미 깊게 물들어 버린 더러움...그것도 "능숙한 더러움"이 침통하리만큼 잘 느껴질테니까....
부조리한 현실에 침묵하고,
인파에 휩쓸려 모든 소망이 그냥 사라져버리는 것을 방관한 내 머리위로 쏟아지는 햇살은...
지독히도 고통스럽다...
햇빛이 너무 눈이 부셔서 살인을 했다는 뫼르소..............
그리고....부조리한 현실 앞에서 무관심하게 고개돌리는 내게
쏟아지는 저 찬란하던 햇살..그리고 붉게 물드는 핏빛 햇살........
|
|
함께해요
오늘의 최고 추천 게시물
오늘의 최고 조회 게시물
MOAI 일주년 기념 레플리카 가사 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