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18년 음빠를 자부하건만 (물론 100% 음빠라고는 하지 않겠다. 나도 양심이란게 있지. ㅡ_ㅡ;;)
그 중에서도 사운드빠가 단연 압도적인데...
음빠를 도저히 음빠 본연의 자세로 유지할 수 없게 만드는 이 가사들의 우월함이란...
절로 삽을 파게 만들고야 마는지라... ㅜ.ㅠ
나의 이 부족한 감성과 머리로 과연 100분의 1이라도 파악을 했겠느냐마는...
그래도 실낱같으나마 연상되는 고리들을 모아 생각을 정리해보려 한다.
아침의 눈과 코마는....
다른 노래이면서 서로 어딘가 모르게 닮았다.... 이란성 쌍동이 같다고 할까...
닮았다면 7집의 제로로부터 8집의 모든 노래들이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제로는 전에 7집때도 팠고, 모아이와도 팠고, 이제 8집의 모든 노래와 파기엔 내 능력으로는 너무 벅차서...;;
파기 보다는 이제 그냥 내게 주는 그 느낌 그대로를 품기로 했다.
그러나 아침의 눈과 코마는... 둘 다 심상치 않은 가사에... (모든 노래 가사들이 심상치 않긴 하지만)
풍기는 분위기가 사뭇 어우러지는 듯 하여.... 다시 부족한 삽을 들어본다...
어디까지나 내 주관에 근거한 것이며 나의 느낌과 생각의 정리, 그리고 내 생각을 같이 나누고 싶은 바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므로... 옳다 그르다 보다는 공감 비공감 혹은 또 다른 의견을 나누어주면 좋겠다.
<오랜 이야기엔 눈물도 사라지고 말겠죠 거짓말도 난 배우겠죠>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픈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 상처에 딱지가 앉았다 떨어지듯이
그 자욱은 남지만 이젠 아무렇지 않다며 더 이상 눈물도 흘리지 않고....
오히려 추억이라며 배시시 웃기도 하는 거짓말을 하게 되기도 한다...
<오랜 시간이 지나가 버렸지 어떻게 난 아무런 기억들이 나질 않는 걸까>
아프지 않았던 건 아닌데 분명 죽을 정도로 괴로왔는데...
인간이란 망각의 동물은 이제 기억조차 제대로 나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지나가 버린 걸까...
<내일도 만나게 될까요 나 이제 무뎌져버린 마음은 이제 다시 거짓말로 버려두지만은 않기를>
아마도... 이제 그런 아픔쯤은 신경도 쓰이지 않을만큼 마음이 무뎌져버린 거겠지..
하지만 그래도 똑같은 아픔이 다시 찾아왔을 때...
헤어짐이 다가와 다시 만나게 될 지 두려운 그 때..
그것조차 아프지 않다고 자신을 속이게 되진 않기를...
오늘은 이별을 고하지만 그것이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 다시 만남을 위한 기약이기를...
<그 수 많았던 저 인파들 속에서 본 적 없는 저 낯선 풍경이 나를 노려보네>
무감각해지고 아무런 감정 없이 무심하게 사람들 사이를 다닐 때 문득,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것일 수도, 혹은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는
망각해버린 줄 알았던 그 아픈 기억을 일깨우려는 날카롭게 나무라는 듯한, 생소한 시선...
<흰 눈이 모두 녹은 후 시간이 흘러 첫번째 비가 오는 날 비가 내리는 날
나의 노란 우산을 활짝 펼쳐 그 예쁜 꽃으로 딱 한 번 울거야>
눈은 겨울에 내리고... 겨울은 시련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계절... 고난과 역경의 시간....
봄 날의 새싹을 틔우기 위해 꽁꽁 언 땅 속에서 씨앗이 인내하는 시간....
헤어지고 난 후 만남을 기다리는 시간... 다시 만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
눈이 내리고 쌓여있는 동안은 고립되고 세상을 명확히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
그 시간을 이겨내고 드디어 눈이 녹아 봄의 시작을 알리는 첫번째 비가 내리는 날은
새 생명과 환희와 활력이 넘치는 발랄한 노란색 우산을 펼쳐 기쁘게 비를 맞이하고
언 땅을 뚫고 반갑게 돋아난 그 예쁜 꽃이 잘 버텨주어서...
어려운 시간을 잘 이겨내어서 고맙고 대견하고 감격에 겨운 눈물 한 방울...
그리고 ... 빗물은 그 눈물을 가려주기도 하겠지...
그 고난의 시간은 창작의 시간....
살이 내리고 뼈가 깎이는 고통의 연속이었던 시절에 비해 지금은 훨씬 편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할멈이 영감님을 채갈까봐 전전긍긍하기도 하고
제로도 아니고 퍼블릭도 아니고 볼도 아닌 무려 "공"을 들여 새로운 음악들이 아름답게 탄생하도록
정성스럽게 다듬고 가꾸는... 하얗게 눈이 쌓여 시리도록 차가운 그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그 예쁜 음표들이 빗방울과 함께 기지개를 켜는 그 날에 흘리는 기쁨의 눈물....
<높게 올려 쌓은 담 이 단절 속에 난 나의 꿈에 거짓을 고한 이후
그 향긋했던 약속의 이 도피처로 돌아온 나는 단 하루도 편히 잠들지 못했는 걸>
담을 높게 올려 쌓음으로써 스스로를 가두는 것은 두려움과 회피.... 비겁함과 변명....
그 비난의 시선을 외면하고 자신이 드러나지 않게 감추고 보호하려는 본능... 휴식에 대한 향긋한 유혹...
맞서지 못했던, 당당하지 못했던, 그래서 도피처에 숨을 수밖에 없었고, 한 때 꾸었던 꿈은 허상이었다고..
그렇게 세상과 담을 쌓고 웅크리고 있지만 의식 속에 깨어있는 불편한 진실은 안식을 줄 수는 없었고...
고통과 자학에 괴로와하는 나날의 계속...
수 없이 쏟아지던 대중과 언론의 무지막지한 억측과 루머와 말도 안 되는 비난의 화살들...
그 형언 할 수 없는 부담과 고통을 피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숨어들었지만...
가지고 있던 바람과 희망을 끊어 버리고 왔지만...
그 바람과 희망은 맘 속 깊숙히 계속 자리 잡아 이건 아니라고 일깨우고 있는...
<밤을 새 춤추며 내려온 이제 곧 사라질 아침의 눈을 너도 잠시만이라도 보게 된다면 너무 좋을텐데>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
춤을 추며 아름답게 "밤 새워 내린 하얀 눈"은 "아침을 열어주고 있는 태양" 아래 "눈부시게 빛나"지만
겨울이 끝나가면 곧 녹아버려 그 아름다움은 계속되지 못한다...
시련의 계절에 내리는 눈이지만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느껴지는 찬란함...
좋은 것은 좋은 사람과 함께 공유하고 나누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단절돼 있는 상황 속에서도 아름다움은 있고... 그리운 이들과 함께라면 누리는 기쁨이 더욱 클텐데...
<누구도 I can't keep going 아무튼 난 저 인파에
저 인파 속에 난 어째서 다시 상처를 입을까 You see the lie 눈을 감은 채 무리 속을 다 홀로 걷고 있어
아무튼 난 저 인파에>
담장 속의 안식 아닌 안식을 견디지 못해 다시 담 밖으로 나왔지만...
세상의 시선은 또 다시 화살을 내리 꽂고.. 그 화살에 다시 상처를 입고.. 아파하고...
그렇다면... 그 거짓으로 왜곡된 시선을 보지 말고 차라리 눈을 감자....
밖으로 나왔지만.. 무리에 섞여 있긴 하지만 사실은 혼자.... 아무튼... 다시 밖으로....
<흰 눈이 모두 녹은 후 시간이 흘러 첫번째 비가 오는 날 비가 내리는 날
나의 노란 우산을 활짝 펼쳐 그 예쁜 꽃으로 딱 한 번 울거야>
이제 단절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세상으로 나와 그리운 이들을 만나는 날...
차가왔던 동시에 아름다왔던 흰 눈은 이제 모두 사라지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비가 오면...
긴 시간 봐 왔던 그 눈 보다는 갑자기 내리는 낯설고 어색한 비를 피하기 위해 우산을 펼치고...
피어난 예쁜 꽃에 설레는 마음으로 흘리는 눈물 한 방울....
<무력함 저 TV가 내게 약속할 때 어짜피 난 아무런 말도 못한 채 그저 웃지>
-엄마 이제 내가 이 세상에 무릎을 꿇어버린 것만 같아서 웃음이 나와
허무하게 깨어진 빛 바랜 나와의 약속... 결국 난 못 지킨 채 내 혀를 깨물어 이 곳에 줄을 섰어-
대중과 언론의 대표 주자격인 TV.... "역시, 과연"이라는 찬양와 "기만"이라는 조소를 동시에 내뱉고..
입맛대로 들었다 놨다가 그래도 명실상부하다는 입지를 인심 쓰듯 끼워넣어 주는 행태에... 그 권력에...
그저 아무 말 없이 쓴웃음을 지을 뿐....
-높게 올려 쌓은 담 이 단절 속에 난 나의 꿈에 거짓을 고한 이후
그 향긋했던 약속의 이 도피처로 돌아온 나는 단 하루도 편히 잠들지 못했는 걸...-
잠들어 있는 듯 보이지만 아무런 꿈도 감각도 생각도 의지도 없는...
살아있지만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코마 상태....
세상과의 소통의 부재.... 결코 편하지 않은 휴식과 수면....
<내 손을 잡아 줘 난 매일 밤마다 어두운 물살 속으로 빨려 내려 흘러가던 꿈을 꾼 거야
가는 손목으로 그려낸 달콤한 향기 난 알아>
혼자라는 공포가 꿈으로 나타나고 두려움과 막연함이 교차하며 공존할 때 위안의 손길이 필요하지...
그 손길은 비록 가냘플지라도 거기서 풍기는 향긋함으로 항상 기운을 얻곤 했던....
그 손길의 향기는... 한 줄 편지일 수도.. 정성 어린 작은 선물일 수도... 흔들리지 않는 기다림일 수도...
-너의 밤에 날 허락해 내가 만약 너의 이 긴 어둠 속에 이 밤을 지배할 수가 있다면 널 불구로 만들고 말거야-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 절실한 누군가의 믿음직한 목소리와 위안은 크나큰 힘이 되고...
<약속해 네게 지금 이 순간에 매년 첫 번 째 비가 내리는 날
나의 노란 우산을 활짝 펼쳐 그 예쁜 꽃을 네게 줄거야>
매년이라는 건 물리적인 시간이 아니라 창작을 위한 침묵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돌아오는 날의 상징적인 의미...
예쁘게 피어난 그 꽃들을 선사하리라는 약속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도 애틋한 약속...
그리고 울지 않아.... 대신 비가 내리니까..... 웃는다.... 활짝...
마치며...
어릴 적 동화책에서 읽었던 괴팍한 거인의 정원은 1년 내내 눈보라가 몰아쳤지만....
아이들의 따뜻한 웃음 소리에 눈이 녹고, 봄 바람이 불고, 이윽고 아름다운 꽃이 만발하게 되었지....
연관성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그냥 생각이 났다.
그리고 노란 우산과, 예쁜 꽃과, 가는 손목은 모두 동일 선상에 있는 듯 하다.
펼쳐진 우산과 우산 대... 피어난 꽃송이와 꽃줄기... 펴서 내민 손과 가는 손목... 모두 비슷한 모양...
마지막으로 이제 글 첫머리에 언급했던 이란성 쌍동이에 대해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다시 정리해 보자면...
아침의 눈과 코마, 두 곡 모두 단절과 복귀에 대해 노래하고 있지만 그 모습과 내용은 굉장히 상반되어있다.
아침의 눈은 우리에게 보내는 노래라고 했듯이.. 아련하면서도 아름답고 애틋하고 애잔하고 그러나 희망적이라면..
코마는 세상을 향한 노래로, 비탄과 안타까움과 어두움과 절망과 비관이 서려있다.
아침의 눈은 우리에 대한 애정과 신뢰와 감사를 담아내고 있지만
코마는 세상에 대한 불신과 불안과 냉소를 담고 있는 듯 하다.
마치 싱글2 시크릿 앨범 표지에 있는 킹 카드의 모습처럼... 언뜻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빛과 그림자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다.
오래된 이야기를 더이상 감동으로 느끼지 못하는 이 둔해진 감수성은
너무 오래 된 나머지 바로 곧 다가오는 내일조차도 만나게 될지 기약이 두려워지고
입에 발린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기 보다는 한조각이라도 마음 한 구석에 진심어려 있기를 바라는...
17년, 18년이 오래 되었다면 오래된 기간이고....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때 신선하다 놀랍다 충격적이다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런걸까... 그저 의례적으로 듣기 좋은 말을 흘리는 것은 아닐까...
그런 불안을 안고... 매번 돌아올 때마다 조마조마하다는 태지.....
걱정하지 마.
세상 모두가 등을 돌려도, 아무리 꼭꼭 숨어서 머리카락 한 올 보이지 않는다 해도,
나는 음빠니까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면 아무 것도 더 이상 무리해서 해 주지 않아도 돼.
더 자신감을 가지고 더 행복하게 더 건강하게 하고 싶은대로 마음껏 하다가 다시 돌아오면 돼...
그게 언제가 되든 두 팔 활짝 벌려 환영할테니....
지루한 긴 글 읽어주셨다면 심심한 감사를...
잡설 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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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한창 분위기 험악할 때 혹시나 분위기 전환이 될까 싶어 올렸는데 짜식.. ^^;;
다시 조심스럽게 올려 보아...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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