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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서태지씨, 설렜습니다^^

게재일 : 2008.12.13 (Sat) 02:11:50 PM

작성자 : ...

No. 272819 추천수 : 23 조회수 : 1,385

북공고 보고 난 후에, 뭔가 혼란스러운데 착잡한 기분이 있었어. 이제껏 잘 비치지 않았던 인간 정현철로서의 깊은 생각(고민 포함)을 몇몇 부분 접하면서, 생소하기도 했고 내가 뭘 어떻게 해줘야할 지를 모르겠더라구. 잠시 혼란스럽고 복잡했지만....오빠님이 스스로도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는 것처럼 나 역시 아무런 답을 내리지 못했고, 그저 그 이후 정현철이라기보단 서태지로서 보여준 모습 하나하나에 열광하며 마음 변치 않게 가져가는 것이 해줄 수 있는 전부였던 것 같아...

어제 태지랜드 보고 나선, 비슷하게 혼란스러운데 기분은 반대로 붕 뜨는 상태였어. 와...오빠님이 이런 면도 있었어,,,낯선 기분이 들어 혼란스럽지만 그런 면면들이 그냥 다 좋았던 거지. 방송 이후 게시판에서 종종 보이던, 16년 좋아했지만 나도 레고가 있었고 좀 충격이기도 하던 의견에 동감하면서도 묘하게 공감가지 않기도 하더라구. 그래서 두 시간 정도 폭주하는 게시판과 함께 생각을 굴린 후, 잠들 무렵에는 그 동감과 비공감의 묘한 이유를 대략 정리할 수 있더라.

낯설다거나 생소하게 느낀 기분이 있었다면 잘 생각해봐, 어제의 태지는 이제껏 우리가 알던 태지랑 똑같았어. 우리가 전혀 생각지 못한 예상 밖의 이야긴 아무것도 없었다고. 흉가는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는 기괴한 것 좋아하는 태지. 결혼이든 뭐든 제도에 얽매이기 싫어하지만 최근 아이에 대한 애정은 조금씩 내비치는 태지. 상업주의, 신비주의, 책임론에 대해서도 간간히 들어온 이야기와 같은 맥락의 말을 내놓는 태지. 잊을 만하면 한번씩 미는 양치치 컨셉의 이미지메이킹(ㅋ), 나날이 자신이 잘생겼다는 확신이 밀랍의 성을 짓는 근(거있는)자(신)감까지.

(다음 말 하기 전에.....레고라는 건 자신의 사고영역이 있는 한 누구나 가질 수 밖에 없는 거라 여겨. 다만, 그 레고의 강약과 유연성 차이, 또 그걸 상대에게 강요해서 대입하냐의 문제일 뿐.)

되짚어볼수록 태지랜드의 태지는 이제껏 내가 갖고 있던 레고를 벗어나지도 않았고 그냥 태지였어. 그럼에도 낯선 느낌으로 다가오게 하는 이유는 보여주는 방식의 문제가 아니었나해. 이제까지 우리가 오빠님을 접한 방식은 크게 세가지 같아. 일단 방송인과 시청자의 관계...말할 것도 없이 TV화면으로 접하는 모습이지. 노래하는 모습이 주고 간혹 곁들어지는 토크와 일상모습. 다른 하나는, 공연장에서의 스타와 팬의 유별난 관계. 다정하면서도 갈수록 유들유들해지는 만담과 액션...그에 환장하는 우리들 말야ㅋ 나머지 하나는 각종 셀카에서 비치는 카메라 빙의 관계; 그니까 간혹 나오는 말이지만....셀카에서 카메라가 정말 우리라고 생각하는 듯 데리고 다니며 구경시켜주고 설명도 해준다는 거야. 이런 데서 일반인은 뜨악하는 실제 태지를 많이 알게 되고....그럭저럭 레고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

그런데! 어제 방송은 세가지 방식과는 또 다른 것이었지 않아? 분명 보통 방송과는 달랐다는 건 느낄 테고, 공연장에서 우리에게 만담하는 태지도, 카메라 너머의 우리를 향해 손짓하는 모습도 아니었어. 초반에 방송용 태도와 카메라를 의식하는 것 같았는데...정말 갈수록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격 없이 대화하더라구. 자세마저도 흩트려져서 너무 편하게 보였구 말야. 그러니까 이제까지 접하지 못한 이를 테면....지인과의 관계를 본 것 같아. 지인과 함께 있을 때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말을 어떤 투로 하는가를 카메라 필터를 거치지 않은 것처럼 직선으로 다가왔어. 처음으로 듣는 투박한 한마디 ‘새끼’. 늘상 우리끼리 상상하던 생글대며 마왕 놀리는 모습. 그에 못지않게 꿈처럼 그리던 서리스타의 자태ㅠ 왜 내가 책임지냐며 냉소도 뿜어내는 도시남자; 그 안에 녹아있는 우리를 향한 팬바보st. 음...뭐...남자들끼리의 대화;에서도 눈썹 하나 안 까닥하고 시크하게 대응하는....진짜 어른같은 우리 오뽜아ㅠ(뫙~ 당신은 진심 중딩 같았소;)

태지에 대해서는 모두 알고 싶어서 레고를 만들지 않고 다 받아들이는 편인데....이런 레고는 있었던 같아, 보여주는 방식에 있어서는 위에 말한 세가지를 벗어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어느새 고정관념으로 굳어졌나봐. 방송에서 격 없는 지인과의 모습을 몇 분짜리 셀카가 아닌 full로 보여주리라곤 생각한 적 없어서, 당황했나봐. 내가 생각한 마왕과의 모습도 어제 본 모습과 분명 비슷한데, 막상 직접 보게 되니 뭔가 멍하고 지금껏 팬인 우리가 접하지 못하던 모습어서....맘이 복잡했을까... 분명 태지가 맞는데 낯설어서 아닌 것 같은.... 동감과 비공감의 묘한 심리(笑).

그렇게 마음을 짚고 나서는 무작정 기분 좋게 잠들 수 있더라. 접 때, 토스카 목소리 때문에 오빠님께 살짝 혼났잖아. 후지다고 그랬다고ㅠ 그 때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다가 조심스럽게....우리 오빠한테 첨으로 혼난 거니까 그만큼 가까워진 거 아니냐고...행복해하기도 했잖아ㅋ 내가 잠들 때 느낀 기분 좋음이 그런 조심스런 행복감이었어. 오빠님과 더 가까워져서....팬과 스타를 넘어서 지인과의 관계도 생긴 게 아닌가하고. 실제론 태지랜드 근처에도 못 가봤지만 말야, 마치....직접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서 손수 내려주신 커피를 마시며 소파에 몸을 푹 묻고 실컷 수다를 떨고 온....망상의 행복감을 잠드는 내내 느꼈어. 그 기분도 지금도 여전하고.....(혹시..이거 망상들로 가득한 버뮤다 트라이앵글이니ㅠㅠ?)

그래서 복잡하면서도 기분은 붕 떴던 것 같아. 만약 어제 태지가 그런 모습으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말을 했더라면 그건 정말 충격이고, 내가 알던 태지였나...레고가 요동쳤을지 모르겠어. 하지만 늘 같은 태지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서 조근 대니까....낯설지만 상관없이 붕 떠서는....설렜던 것 같아~ 어제의 오빠님, 태지....정말 설렜다....이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네..

서태지씨, 16년간 어지간히 좋아했다고 여겼는데 태지랜드에서 만난 당신은 새삼 설렜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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