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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0927 가을밤의 뒤늦은 간증?

게재일 : 2009.07.01 (Wed) 02:11:51 AM

작성자 : 17세

No. 577857 추천수 : 0 조회수 : 149

오빠를 처음 본 날.
내 생에 첫 콘서트가 심포니였다는건 정말 영광이구
자다말구 일어나 궁디팡팡~~ 해줄만한 일이었던 것 같아.

그날의 떨림이 잊혀지질 않아..
콘서트날이 시험 4일 전이었거든..
필기 노트 매 장마다 한 구석에 심포니로 깜지를 쓰곤 했었지ㅠㅠ
빠심은 주체 못하겠구 공부는 해야겠구

내 자리는 3층 A석
난 공연하기 한 이주 전에서야 처음 닷콩을 접해서
심포니도 그제서야 한다는 걸 알았지..
그땐 머 좋은 자리는 다 빠진 뒤였으니까
뵙는걸로도 영광이지~! 하고 갔어

넥타이도 잘 안매고 다니고 두발규정도 무시하구..ㅋㅋ
모범생이라고 말할만큼 성실한 학생은 아니었지만
그날만큼은 깨끗히 다린 블라우스에 조끼..넥타이..마이 명찰까지
입학식 이후 첨으루 정복 예쁘게 갖춰입고
오빠님을 뵈러 갔어.

우와..멀더라
멀티도 잘 안보이더라
손꾸락 두개를 겹쳐서 딱 눈앞에 대면 무대가 샥 가려졌어
무대 위에는 아 저게 사람이겠거니.. 하는게 꾸물꾸물 움직일 뿐이었지..

눈코입이 보이고 하는건 중요치 않아.
머리 가슴 배도 구분이 안갔지만
그냥 저기 서있는 저 사람이.. 저 까만 점이 오빠다..

공연이 시작되고
TAKE ONE 서곡이 흐르고..
의자에 진동이 느껴지는데
태어나서 처음 전율을 느꼈어.

가만가만 그때를 돌이켜보면..
심포니때가 나의 팬질에 있어서 굉장한 터닝포인트였던 것 같아.
아마 심포니를 안갔더라면 난 그냥 한때의 철새팬에 불과했겠지.
지금까지 그랬던것처럼
친구들 따라 동방신기를 좋아하듯.. 빅뱅의 노래를 따라부르듯.

왜냐하면
그곳에서 내가 본건
서태지 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가장 꼭대기 좌석에서 무대가 아닌 공연장 자체를 아우러 보는데엔
그 나름의 정말 묘한 무언가가 있어

태지오빠가 아니라 태지들이 보이거든..

아~ 진짜 반했어 언니 오빠들.
에불바리 쩜쩜! 할때마다 그 너울대는 물결이 얼마나 예쁜지
떼창하는 그 목소리는 또 얼마나 멋있는지

그 공기를 잊지 못해
멋진 "무대" 가 아니라 멋진 "공연장" 그 자체
그건 매니아들이 있기 때문이야말로 비로소 완성된 그림일꺼야.

나는 그 그림에 반했어..

공연이 끝나고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
영문도 모르게 눈물이 나서
집에 와서도 한참을 그렇게 통곡을 했었는데

아마 질투나서 그랬을꺼야
너무너무 멋진 그 그림에 나는 없는것만 같았거든..

지금은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알아..
오빠 눈에 비친 그림엔 분명 나도 있었을텐데 말이야.

무슨 복이 터졌는지 사녹도 두번이나 가고 앞바리도 잡아봤지만
만약 다시 시간을 돌려 심포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다시 그자리로 가서 태지들을 볼꺼야.

아름다운 사람들
9집때도 다시 만나자..
그렇게 또 넘실넘실 예쁜 파도를 만들면서
에블바리~~쩜쩜! 하고 놀면 되는거야. 그치?

헤어짐은 쓸쓸하지만. 오빠 가시는 날엔 분명 엉엉 통곡을 하고 울테지만
슬퍼할 만큼 슬퍼해도 괜찮지 않겠어?
그마만큼 다가올 새 만남이 값지게 느껴질꺼야.

쓸데없이 글이 넘 길어졌네..
나도 오늘은 잠이 안올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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