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있던 거 그대로 복사 해와서 말투가 이래도 이해해줘 ㅋㅋㅋㅋㅋ
오빠가 팬들 리뷰 보는거 좋아한다길래 가져와보는코마~
우선 이 리뷰는 IDM이니, BPM이니, 드릴앤베이스니 하는 음악적 지식은 별로 없는 평범한, 그래도 가사에는 좀 더 많은 중점을 둔 리뷰임을 밝히는 바이다. 이 앨범을 구입한지는 이미 두 달이 지났고, 첫번째 싱글이었던 Atomos Part Moai가 나온지는 벌써 1년하고도 1개월이 더 흘렀지만 아직도 들을 때 마다 감회가 새롭고, 내가 섣불리 리뷰를 쓰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앨범 한 장으로 이렇게 오래 감상하고 생각해본건 처음인거 같은데, 그게 싫지 않고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앨범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서태지가 자신의 8번째 소리를 예고 하며 쓴 글과 티저를 보며 서태지 8집의 전체적인 흐름을 알아보도록 하자.
태어나기 이전의 소리를 기억하는가?
누구에게나 시작 그 이전의 역사가 있으며 그것은 오직 소리로만 기록된다.
작은 우주 안에서 들렸던 울림.. 그것은 바로 너를 잉태하는 노랫소리였다.
가장 아름다운 태초의 소리에 나의 소리를 살짝 얹어본다.
이것은 앞으로 살아가게 될 100년도 되지 못할 시간과 무한대의 우주와의 작별을 의미한다.
태초의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다면..
나와 같은 프리퀀시의 너 그리고 우리의 여덟 번째 소리가 잉태될 것이다.
Do you see the lie?
What is your choice? You hold the keys to the door which can lead you to either a survival or complete downfall.
Do you see the truth?
080729 SEOTAIJI 8th ATOMOS
서태지 컴백 티저
Atomos Part Secret 티저
8집 정규발매 티저
서태지가 이번 앨범에 전면적으로 내세운 장르는 '네이처 파운드'라는 새로운 장르였다. '자연을 쪼개다'. 노래 전반에 깔리는 드럼 소리를 들어보면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있다. 여튼 서태지는 박자도 쪼갰고, 앨범도 싱글1,2로 쪼개어 내어 활동하면서 앨범 전곡의 타이틀화를 실현했고, 역대 활동 기간 중 가장 긴 395일 동안의 활동을 가졌다. 물론 중간에 싱글 2 컨셉이었던 우주에서의 실종 때문에 활동 기간 내 최장기간 잠적도 했고.
Track 1. Moai
개인적으로도,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꼽는 8집 최고의 명곡. 처음 정규 트랙리스트가 나왔을 때 인트로가 빠져서 아쉽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내 짧은 생각이었다. 서태지는 모아이 첫 시작의 그 짧고 청명한 물소리 하나로 8집의 모토가 된 '자연'을 그대로 나타냈다. 이 곡은 이미 싱글 1로 수개월간 주구장창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선하고 상쾌하다. 멜로디 뿐만 아니라 가사도 깨끗하고 순수한 느낌이다. '무릎을 세우고 초초하게 있지는 마'. 처음에는 초초하다 라는 말이 초조하다의 오타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초초하다라는 말이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예쁜 단어를 찾아내 써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 밖에 여행을 떠난다는 것을 '네온사인 덫을 뒤로 등진건'이라고 표현한 것도 굉장히 아름다운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내 눈의 눈물도 이 바다 속으로' 흘려보낸 뒤 다시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느낀 '낯선 시간들', '낯선 길 위로 조각난 풍경들'. 서태지는 자신의 새로운 소리를 시작하는 그 마음을 다시 무릎을 세우고 초초하게 기다리고 있을 너, 우리에게 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모아이라는 곡으로 완성하여 우리에게 선보였다. 듣는 사람의 귀를 만족시켜주는데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곡으로.
또 다른 얘기를 하자면 노래 곳곳에 작은 원자들처럼 숨어져 있는 세세한 소리 찾는 재미가 쏠쏠한데, 노래에 빈틈 없이 가득가득 사운드가 채워져있는데도 전혀 군더더기 없이 느껴진다. 7집 때부터 자주 쓰이는 서태지의 화음도 그런 것들 중 하나. 브릿지 들어가기 전 'in the easter island'와 '차가운 바다 속에'의 화음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멜로디 또한 이스터섬의 청명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상쾌함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노래의 마지막은 자신의 마음을 모두 털어놓은 뒤의 개운한 서태지의 숨소리로 끝맺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다. 전곡의 타이틀화를 시도한 8집의 진정한 타이틀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
Track 2. Human Dream
박자를 쪼개다 라는 개념을 어쩌면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들었을 때 어딘가 모르게 긴박해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나중에 소리에 집중해보니 다른 곡들보다 빠른 드럼의 소리가 또렷하게 잘 들리는 편이다. 도입부는 마치 게임을 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시작하는데, 곡자체가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로봇이 주제인만큼 서태지 특유의 기발함이 느껴진다. 이것 말고도 '뿌찢'이라니. 누가 가사에 이런 단어를 만들어 넣을 수 있겠는가! '슬픔이란 걸 안 것 같아, 난 이제 어떡하면 돼', '눈물이 흘러 볼을 적셔'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로봇이 슬픔을 알게 됨으로써 하는 생각을 가사로 풀어놓았다. 사실 휴먼드림의 가사는 스토리가 탄탄하게 짜여진 하나의 공상과학소설 같은 느낌을 주는데 이걸 하나하나 다 설명하려면 얘기가 너무 길어질 거 같아서 생략하려 한다. 그 만큼 가사마다 숨겨진 뜻이 들어있다. 누가 설명한 것을 보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숨겨진 스토리를 상상해가며 듣는 것이 더 재밌을 것이다. 뮤직비디오를 찾아본다면 조금 이해에 도움이 될지도. 한편으로는 흥겹고, 하지만 좀 더 깊게 파고들어가면 슬픈 곡. 어디다 이 얘기를 할지 몰라서 여기다 적는데, 처음 부분에 베이스가 둥둥둥둥 거리는 게 너무 좋다.
Track 3. T'ik T'ak
온도의 차이. 첫 컴백을 알리는 티저에서 밝혔던 'Do you see the lie? Do you see the truth?'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곡이라고 생각된다. 음모를 알아버린 누군가가 이 음모를 끝내기 위한 준비를 하며 다그치는 듯한 내용인데, 깔끔하면서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내게 남은 마지막 대안'은 바로 'Destroy the World'를 외치며 이 세상을 모두 파괴해버리는 것이다. 이 부분이 나오기 직전까지 서정적인 피아노 소리가 주를 이루다가 갑자기 끌어올리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다시 무시무시하게 휘몰아치는데, (서태지를 정치 쪽에 연결 시키고 싶은 마음은 눈꼽만치도 없지만) 지금 내 머릿 속에 복잡한 상황들을 이 부분에서 아주 통쾌하게 날려보내는 기분이다. 후렴 끝 부분의 'Why you can't cry?'는 왜 그 음모에 대해 소리내어 대응하지 못하냐는 다그침이라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너의 텅 빈 brain', '네 술책 비호로 집어 쓴 너의 감투'라는 가사는 너무도 잘 꼬집고 있는터라 오싹해질 정도다. 휘몰아치고 다시 잔잔해지고를 반복하면서 곡이 진행되는 내내 긴장감을 놓칠수 없게 하다가 마지막에 폭발한 뒤 모든 것이 사라진 듯한 공허함을 남기면서도 깔끔하고 힘 있게 끝맺는 것이 매력.
Track 4. Bermuda
이 곡의 가사는 10점 만점에 888점을 주고 싶다! 정말 제대로다!!! 성(性)을 주제로 한 곡이라지만 다른 가요들처럼 클럽에서 원나잇; 이런게 아니라 인간의 태초, 즉 당연한 본성 중 하나인 성 그 자체의 성스러움을 말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고 고차원적인 은유를 사용하면서 가사를 읽고 해석하는데 탄성에 탄성을 자아낸다. 특히 그 중에서도 '갓 빌린 소설처럼 짖궂은 질문처럼 뚜렷한 답을 해줄 수는 없겠지'라는 부분은 순수한 성의 그 본모습 그대로를 나타내는 데 아주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갓 빌려온 소설의 결말과 첫사랑이나 첫키스 같은 짖궂은 질문에는 뚜렷한 답을 해줄수 없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의 보편적인 인식을 이렇게 아름답게 비유하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 그 밖에도 '좋은 화음', '이지러진 눈망울', '불현듯한 질투', '여린 심박', '뒤틀린 데쟈뷰', '두 눈가의 눈물', '풀릴듯한 내 안의 퍼즐' 등등 모든 가사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순수함의 극치를 달린다. 아니, 어떻게 이런 가사를 쓸 수 있지?
가사뿐만 아니라 곡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이 성스러운 바다-로 시작되는 부분은 보컬 뒤로 깔리는 키보드의 미친듯한 연주가 기가 막힌다. 싱글 1보다 싱글 2에서 네이처파운드가 부각되는 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데, 이것도 그 이유 중 하나. 서태지가 마지막으로 고음을 지르면 그 숨막히는 키보드 연주가 한순간에 그치면서 좀 더 서정적으로 가라앉는다. 다시 후렴을 반복하지 않고 서태지의 미성으로 끝이 나는데, 처음부터 휘몰아치던 것이 멈추면서 동시에 긴장도 풀린다. 또 앞서 말했던 서태지의 화음 찾는 것도 마찬가지의 재미. (모아이, 버뮤다만 그런것이 아니라 곡마다 화음이 다 숨겨져 있다.) 이 곡에서는 '해줄 수는 없겠지'와 '이 모순된 밤'의 화음이 좋다.
Track 5. Juliet
가사와 멜로디의 조화가 굉장히 잘 이루어져있는 곡이다. 후렴구가 2개인 구조, 전개를 예측 할 수 없는 멜로디 라인도 독특하다. 흔하디 흔한 사랑노래를 웜홀을 통해 만난 화성에서의 단 하룻밤 사랑이라는 설정으로 튀게 만들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을 나눈 시간도 사실은 5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로맨틱한 가사가 빠지는 것도 아니다. '바람을 만끽한 그 날의 그 표정으로 노래해줄게', '너의 웃음 소리가 울려퍼지고' 가만히 듣고 이런 풍경을 상상하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줄리엣은 서태지의 미성이 특히 돋보이는데, 화성과 웜홀이라는 미스테리한 느낌을 더욱 증폭시켜준다. 처음에 얘기했던 가사와 멜로디의 조화는 후렴부분에서 잘 드러난다. 곡의 시작을 '문을 열어다오'로 시작한 것은 굉장히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또 '저 하늘로'에서는 날아가는 듯한 느낌을 주다가 '저 별들의 폭발로'에서는 정말 폭발로 모든게 사그러지는 느낌이다. 후렴 들어가기전 '언덕위에' 앞부분은 반주 중 점점 고조되는 부분이 있는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썼다는 걸 알 수 있게한다. 버뮤다와 마찬가지로 줄리엣의 브릿지에서도 네이처파운드의 진수를 보여주는데, 드럼 박자가 아주 잘개 쪼개져있다. 여기서 '온도의 차이'가 한번 더 나오는데 여기에서는 화성과 지구. 꿈 같던 사랑의 허상과 지금은 연인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의 차이를 나타내는 듯 한다. 여러모로 기발함이 돋보이는 곡.
Track 6. Coma
숭례문 화재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하여 주목이 됐던 곡이다. 처음에는 이게 어떻게 숭례문과 연결될까 하고 의아했었는데, 숭례문의 1인칭시점으로 생각해본다면 좀 더 이해에 도움된다. 의아함을 느낀 이유는 단순히 숭례문화재라는 큰 사건에만 집중시킨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그것을 모티브로 우리 사회 전체에 대한 한탄을 나타내려했기 때문이 아닌가한다. (You See the Lie?) 가사에 맞춰 보컬의 강약도 잘 이뤄져있는데 '무력함'에서는 더 이상 희망을 찾지 못하고 포기하는 듯한 느낌이다. 전체적으로도 '높게 올려쌓은 담'에 둘러싸여 어찌해야할 지 모르는 자의 혼란스러움이 잘 느껴진다.
코마 얘기를 하면서 빼놓을수 없는 것은 단연 전주의 드럼이다. 싱글2가 발매된 이후 앨범으로 직접 듣겠다며 며칠을 힘겹게 참다가 처음으로 들었을 때 이건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노래를 듣다가 놀라서, 아니 놀랐다기 보다는 이런 발상을 했다는 자체에 감탄의 이유로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들었던 적은 코마가 처음이었다. 듣기 전 누군가가 박자의 편집증 있는 것 같다는 식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나중에 나도 듣고 나니 코마-내가 그 글을 본 당시는 싱글2 발매였기 때문에 코마에 한해서. 물론 지금은 8집 수록곡 모두가 그렇게 느껴진다.-라면 그런 소리가 나올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그 뒤 노래의 흐름을 봐서라도 왠만해선 그런 드럼비트가 떠오를 수가 없는데, 서태지는 기가 막히게 그걸 집어넣었고 또 전혀 이질감 없이, 오히려 자칫 늘어질 수 있는 곡을 리스너를 확 끌어당길 수 있도록 그걸 그 곡의 장점으로 만들었다. 대단하다는 말만 할 뿐!
Track 7. Replica
"TV부터 꺼~!" 전국투어 첫 공연이었던 용산공연에서 정규 수록곡을 처음으로 소개하며 서태지가 한 말이다. 복제라는 노래 제목에 맞게 현대사회에서 획일화 되어가는 것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곡에서 서태지의 보컬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깔끔하고 또렷하며 곡에 잘 어울러져서 보컬도 하나의 악기인 양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다.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들으면 강한 사운드와 보컬에 압도 당하는 기분. 사실 나도 이 곡을 처음 들은건 앨범이 아니라 전국투어 대구공연이었는데, 절규하듯이 부르던 목소리가 인상 깊었다. 기타 사운드는 크게 터져나간다기 보다는 약간 눌려있는 듯한데 제어 당하고 있다는 곡의 내용에 맞춰 잘 어울린다.
가사는 뮤직비디오가 아직 나오지 않아, 내 해석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가사를 살펴보면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강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불편한 부분들의 섹터를 다그쳐 마비를 시키고', '나의 그림자는 움츠리고'. 서로에게 알려지면 곤란한 것들을 숨기고,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용기내어 맞서는 사람들은 없다. 그리고 후렴구에 다시 한번 등장하는 '온도의 차이'.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 밝히지 않고 거짓을 내세우는 모습들. 자신이 가지고 있던 관념과 도덕적인 양심들을 숨기면서 다들 똑같아지는 이 상황에서 내가 진정 '살아있다'라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을 서태지는 피의 흐름이 멈춘다, 추운 겨울이라고 표현한 것 같다. 그리고 절대 빠질 수 없는 가사 한 구절. '현란한 너의 능숙한 더러움' 절제는 이루어지지않았지만 오히려 더 깔끔한, 그야말로 냉철하고 날카로운 표현이다.
Track 8. 아침의 눈
서태지가 직접적으로 팬들에게 바치는 곡이라 말했던 곡. 그래서 철저히 팬의 입장에서 리뷰를 쓰려고 한다. 이 곡 또한 레플리카와 마찬가지로 공연장에서 처음 들었는데 그것이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면 그 때는 공연의 끝이라는 분위기에 취해있어서 노래의 멜로디나 가사보다는 전체적인 흐름과 한 여름의 대구 밤하늘에 내리던 눈, 그리고 열창하던 서태지의 모습만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며칠 후 앨범을 사서 가사를 보면서 제대로 들었을 때의 감동은, 말로는 형용하기 힘든 일이다. '내일도 만나게 될까요', '내 손을 잡아줘 매일 밤 난 어두운 물살 속으로 빨려 내려 흘러가던 꿈을 꾼거야' 팬들이 가지고 있던 다시 못 만날 것 같은 불안함을 서태지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어렴풋이 느끼고 있긴 했지만 이렇게 노래에다 자신이 직접 표현 해놓으니.. 항상 팬들 앞에선 웃기만 하고, 활동을 끝내고 헤어질 때에도 강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혼자 있을 때에는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자연스레 눈물이 난다. 평소 서태지가 팬들을 얼마나 끔찍히 사랑하는지 알고 있기에 더 벅차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아침의 눈은 어떤 뜻을 담고 있는지 알기 위해 가장 열심히 생각했던 곡이다. 그리고 서태지를 대신해서 울수 있고, 서태지가 우리에게 주고 싶어하는 '꽃'의 의미가 뭘까, 고민한 끝에 '음악'이라는 결론을 냈다. '가는 손목으로 그려낸 달콤한 향기'라는 것은 서태지가 그려낸 것이기도 하고, 서태지가 음악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되는 팬들이 그려낸 것이기도 한 꽃(향기)이다. 흰 눈이 모두 녹은 후 첫번째 내리는 비로써 꽃을 피워내는데, 그 빗방울은 바로 서태지의 눈물(뮤비참고)이다. 가사들을 살펴보면 서태지의 감정이 이 곡에서 가장 솔직하게 드러나있고, 서태지는 그 감정을 모두 담고 있는, 고백과도 같은 눈물로써 완성한 소리를 팬들에게 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산을 펼쳐 팬들이 그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게 하겠다는 말과 함께. (빗소리를 더욱 잘 듣기 위해서, 그리고 비가 내리는 날 꽃을 잘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산이 필요하다.) 매년 첫번째 비가 내리는 날 = 자신의 새로운 소리가 완성되는 날. 그 때마다 팬들에게 그 소리를 주겠다는 서태지의 마음을 드러내는 매우 감성적인 곡이다. 히든 가사에서 정확히 얘기하고 있지 않은가. '약속해 네게 지금 이 순간을' 이라고.
사운드 또한 마치 꽃잎에 매달린 물방울들이 떨어지는 듯한 전주의 멜로디와 슬로우곡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잘개 쪼개져있는 드럼박자, 곡의 전반적인 부분에 나타나는 피아노 소리. 모든 것이 잘 어울러져 서정적인 느낌을 한껏 살리고 있다. 그러다가 '내 손을 잡아줘'부터 점점 고조되면서 마지막 후렴까지 그 고조된 감정을 끌고가 끝을 낸다. 따뜻하고 고마운 곡.
Track 9. Moai (R.M.X.)
아침의 눈의 끝과 모아이리믹스의 시작은 끊김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8집의 또다른 상징 중 하나인 뫼비우스를 완성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처음의 모아이로 되돌아간것이다. 곡 시작 후 1초경에 모아이원곡의 물소리와는 또 다른 물방울 소리가 들리는데 바로 아침의 눈에서 말했던 소리를 완성하는 빗방울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 소리를 주겠다고 얘기한다. 'I dedicate this song to you for future. And I'll return to the nature' 앞에 깔리는 나레이션이 바로 그것.
사운드 면에서는 기타와 드럼을 빼고 일렉트로닉한 느낌을 더 살려 원곡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다. 2절 시작부분에는 하프소리도 들리는 데, 여러가지 사운드를 섞어내면서도 조화로운 모아이의 특징을 잘 나타낸다.
Track 10. T'ik T'ak (R.M.X.)
굉장히 독특한 곡이다. 미스테리하면서도 음모 속에 갇힌듯한 느낌을 준다. 귀를 둘러싸는 사운드도 그러하고, 잔잔하면서도 긴장감을 주는 것도 그러하다. 원곡에서는 폭발하는 것 같았던 Destroy the world도 리믹스에서는 다시 잦아들게 함으로써 계속 긴장하게하게 만든다. 말로 표현하기엔 힘들다. 우선 들어보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을테니 듣자!
Track 11. Bermuda (R.M.X.)
리믹스란 이런 것이다! 라고 보여주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쉴새없이 몰아치던 버뮤다가 이렇게 몽환적인 곡으로 바뀌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피아노 소리가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하이라이트 부분의 키보드 연주는 원곡처럼 남아있으면서 중간중간 소리를 멈추게 함으로써 더더욱 몽환적으로 만든다. 아름다운 은유가 많이 쓰인 곡인만큼 그에 맞는 리믹스로 재탄생.
Track 12. Coma (Nature)
코마는 원곡도 그렇고 리믹스도 사람을 놀래키는 곡이다. 원곡에서는 강렬한 드럼으로 놀래키더니 네이처에서는 아예 그 드럼을 빼고 어쿠스틱 기타를 집어넣음으로써 놀라게 한다. 코마하면 그 드럼비트부터 생각나는게 먼저였는데 이 곡으로 인해 그 생각도 바꼈다. 음질 좋기로 유명한 서태지 앨범이니만큼 기타 뜯는 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것이 놀랍다. 왼쪽과 오른쪽에서 들리는 기타소리가 각자 다른데 마치 라이브공연을 듣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번 8집은 앨범 자체의 퀄리티 또한 뛰어났을 뿐 아니라 국내 최초로 미스터리 써클과 코엑스에 떨어진 UFO, 실종이라는 독특한 컨셉 등 아무나 시도하기 힘든 일들을 서태지의 고집대로 밀어붙여 높은 퀄리티로 성공시켰다. 서태지는 이제 다시 새로운 소리를 만들러 가기 위해 긴 활동을 마무리했다. 다시 9집이 나올때까지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8집에서도 실망시키지 않았던 서태지기에 9집 또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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