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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일단은 중간 감상

게재일 : 2008.07.29 (Tue) 07:18:20 PM

작성자 : ㅇㅇ

No. 80892 추천수 : 7 조회수 : 240

- 우선 8집을 2개의 싱글과 1개의 정규 앨범으로 내놓는건 단순한 마케팅 전략이랄까,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닌, 보다 더 근본적인 데 있다. 평론가들의 악랄한 활용으로 널리 알려져 버린 서태지의 분열적 에고, 그 중 하나의 에고를 표현하고 있지 않을까? 태아, 날개, 헤드폰 등의 이미지에서 볼 때 이는 필시 음악가적인 서태지의 에고일 것이다.

- 나의 생각이 맞다면 아마도 다음 싱글은 그 성격적으로 이번 싱글의 대척점에 위치한 음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정규 앨범은 그 정반합의 결과물이 될 것이다.

- 음악 자체를 보면 7집에 비해 멜로디가 건조하다. 보컬 자체에서도 기교 같은 것은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고 이펙트도 7집에 비해 덜한 편 같다. 보도 자료에서 멜로디에 대한 강조가 없다는 점에서 볼 때 이는 지극히 의도된 부분으로 보이는데, 아래에서도 언급하겠지만 보컬과 멜로디에서 덜어진 무게만큼을 다른 파트에 넘긴 것 같다.

- 만약 탁월한 멜로디와 강렬한 훅을 넣었더라면 이는 필시 음악적 과잉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서태지의 프로듀서적 성격은 빛을 발휘하고 있다.

- 멜로디나 리프와 같이 록의 고전적인 관념들은 이번 앨범의 중심에서 밀려나 버리고, 그 자리를 텍스쳐가 대치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보컬 중심의 음악들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으로, 록 음악에서 이러한 접근을 하는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으며 특히나 대중 음악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보도 자료에서 자연의 소리, 네이쳐 파운드 등을 언급한 것을 이해할 수 있다.

- 물론 곡 자체를 이끄는 것은 멜로디와 코드 진행, 그리고 리듬이라는 고전적인 관념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관념들을 보조하는 텍스쳐의 무게감은 전작과 비교가 되질 않으며, 또한 그 텍스쳐 하나하나에 섬세하게 손 댄 뒤 그를 촘촘하게 엮는 편집증적인 모습은 사람의 기를 질리게 만든다.

- 이는 전작의 로보트 등의 곡들에서도 발견되던 징후였지만 이 정도로 노골적이면서 대놓고 전면에 내세울 줄은 몰랐다. 워치 아웃에 낚인 바도 있고. 사실 대중성을 고려했다면 이러한 선택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을텐데, 이제 대중과 음악 사이의 강박적 갈등을 벗고 보다 더 편하게 음악을 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것 같다.

- 어찌되었건간에 맨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 싱글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다. 다만 이렇게 압도적으로 앞서나간 서태지와 아직도 80~90년대에 머물러 있는 한국 대중간의 괴리는 아직도 불안 요소로 남아 있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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