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서태지 심포니 앵콜 with 톨가 카쉬프 & 성남시향
장소: 잠실실내체육관
본인서식장소: 불행한 3층-_-;
공연시간: 12.8(일) 오후 6시~오후 7시 50분
셋리스트
take 1-take 2
에펨 비즈니스-인터넷 전쟁
모아이
죽음의 늪
틱탁-헤피엔드
시대유감-영원
교실이데아-컴백홈
난 알아요
제로
앵콜: 버뮤다 트라이앵글(밴드 버전)
이번 공연은 갔다 오는 데 의의를 뒀던 공연인지라 벽돌깨기;로 3층이 걸렸다고 해도 으응 그래
그럼 갔다오지 편한 마음으로 갔다왔습니다. 너무 편해서 여섯시에 딱 맞춰갔더니 take 1 서곡이
진행중이었고 전국 공연장 중 가파르고 위험하기로 악명높은(...근데 오빠님 공연에서는 정신줄
놓고 그 3층에서 점핑을 하고 있더란 말입니다-_-) 3층 통로로 더듬더듬. 앉아보니 상암보다 많이
아담하더군요.(잠실주경기장 콘서트 한번 갔다오면 국내 어떤 공연장이든 겸허하게 수용할 수 있게
됩니다;) 무대 배치는 앞쪽에 밴드(원장님 유리박스도 그대로;) 정중앙에 톨가씨와 둘러싼 오케스트라,
뒷쪽 계단식 무대, 맨 뒤 대형 멀티(...인줄 알았는데 거기 미닫이 벽장 식으로 스르르 열리면서
수시로 오빠님이라든가, 합창단이라든가 출몰하는;), 신전풍-_- 인테리어까지 얼추 본공연과 비슷
합니다. 아, 앞에 T자형 통로가 매우 짧아서 그냥 슬슬 몇발짝 나올 정도였다는 거? 하여 오빠님은
무대 전면만 주로 누비셨지만 관객에게 매우 들이대주셔서 뭐 아쉽지는 않았습니다;
스탠딩을 최대한 많이 안배하다보니 스탠딩 구역도 잘게 나눴더군요. 근데 저 스탠딩에 점점이 박혀
있는 수상쩍은 색깔은...형광핑크 아닙니까-_- (아 맞다 핑크 안 입었음 나가랬지 참;) 그러고 보니
새로 맞춰온 현수막들도 죄다 꽃핑크색;;;;
이런 걸 휘휘 둘러보던 중에도 TAKE 1 서곡은 잘 진행됩니다. 편곡 자체야 본공연과 거의 다를 바가
없고... 제가 클래식은 그닥 몰라서 뭐라 할 말은 없지만 로얄 필하모닉의 본공연이 풍성하고 폭이
넓은 느낌이었다면 성남시향은 조화와 합일에 뭉쳐진 느낌이더군요. 본공연에서 많이 지적되었던
서태지밴드와 오케스트라 음향 크기나 조율 문제는 상당히 나아진 듯 했고요.(근데 이거와는 별개로,
무조건 '클래식과 만남인 심포니인데 왜 락밴드가 더 나대고 오케스트라는 뒤에서 있는듯없는듯임?'
류의 평가에 대해서는 그냥 닥치고 있으라는 말밖에는-_-;;; 퓨전에는 여러가지 방식이 있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서태지심포니는 '서태지가 만든 락 음악에 클래식 오케스트라가 악기로 참여한' 거예요.
메인 보컬도 악기 취급을 받는 그 '서태지류'의 음악 말이죠. 그 음악을 구성하는 첩첩이 많은 음원
중 클래식 악기들로 잘 살려낼 수 있는 부분은 확장-변형해서 그 파트는 메인이 될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그냥 악기인 겁니다. 실제로도 '죽음의 늪'의 위력적인 관악합주를 들을 때 전 잘 만든 일렉
기타 리프 듣는 기분이었으니까요)
아...잡소리 길어졌다-_-;;; 오빠님 입장.
첫 의상은 여기 중간에 나오는 가죽 자켓에 체크 셔츠, 흰 티를 받쳐입고 그으...지난번 공연과
좀 비슷한 벌룬 스타일의 바지에(...그러나 엔간한 남자들이 입으면 스키니;)발목 부츠를 신고
나왔습니다. 본공연에선 두 의상 다 금욕적이고 고급스러운 정장 느낌이었다면, 이번 첫 의상은
캐주얼한 느낌. 거기다 요새 대세인 체크까지, 이번 활동 코디는 상여금 좀 팍팍 받아도 된다고
봅니다+_+ 미닫이; 대형 멀티가 열리고 TAKE 1 특유의 홀연한 입장이었는데... 다들 오빠님 얼굴
한 번 멀티에 잡힐 때마다 탄식과 경악이 섞인 비명이 나와서 참 재미있었습니다;(물론 저도
그러고 있었습죠;)
내내 윗 무대에서 스탠딩 마이크로 노래부르다가 TAKE 2 시작하면서 계단을 내려오고, 지휘하던 톨가씨
를 스쳐지나갈 때 하이파이브를 멋지게(...멋지게;라고 하고 싶은데 왜 오빠님이 톨가씨랑 같이 있으면
우쮸쮸쮸-를 당하는 느낌이 드는 거죠...아 맞다 내가 이래서 추첨빙시가 되는구나-_-)하고 내려와서
나머지를 불렀습니다. T자 무대가 짧아서 무빙워크라든가 메두사 놀이는 없었습니다만 TAKE 2 특유의
냉소적인 나보고 어쩌라고-으쓱 자세가 매우 간지나게 나와서 좋은 무대였습니다.
...어라 근데 TAKE 2 영상이 바뀌었네효? 그러고 보니 멀티에 나오는 영상, 시대유감 등 일부 빼놓고
이번 앵콜용으로 새로 제작한 듯 합니다. 저번보다 추상적인 이미지 중심으로 갔더군요. 생노가다하신
영상부를 위하여 묵념( --)
자...TAKE 2도 기괴하고 멋지게 끝났고, 멘트 타임이 되었습니다. 오빠님은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감격스러워서도 있겠지만 실제로 덥기도 했어요; 체육관 난방이 지나치게 빵빵했어요-_-) 눈을
반짝이며 플로어부터 3층까지 구석구석 훑어봅니다. 아, 그러고 보니 4년전의 추억이 떠오르네요.
그때도 잠실실내체육관이었죠. 오빠님은 그때도 흰 얼굴을 살짝 물들이며 감격스런 표정으로
샅샅이 이 체육관의 팬들을 훑어보았죠. 그리고 일갈하셨죠. "시끄러워~~~" 그리고 체육관 천장이 촌스러운 것도 죄다 우리 탓으로 돌리셨죠-_-
...4년이 지난 지금, 오빠님은 '안뇽?'과 함께 앙증맞은 손바닥을 얼굴에 대고 까딱이며 인사를
하시네요. 세월이 지나도 오빠님의 감수성은 변한 게 없네요-_- 그리고 '오늘 눈이 왔죠, 매번 공연
할때마다 오는 것 같아...하늘도 우릴 축복하나봐'라고 로맨틱하게 말씀하셨는데 이 세파에 시달린
파슨은 속으로 아놔 눈오면 길 막혀서 집에 어떻게 가=_= 이러고 있었다능;ㅁ;
어쨌거나 오빠님은 '16년간 음악산업'에 몸담아오신 달인-_-의 면모를 보이시며 '정답이 보이질 않는데
이 노래를 부르면서 다시 그 정답을 찾아보겠다'라고 하시며 에펨 비즈니스를 부르기 시작하셨습니다.
듣다보니 음제협때문에 울컥하더군요-_-(아니 이런 걸로 공방전 있을 때는 핑거배틀-_-하고 이기적이네
지 것만 챙기네하고 욕하다가 나중에 오빠님이 죽어라 싸워서 선례가 나오면 그때서야 낼름 먹는 양반
들도 떠오르고 말이죠-_-) ...쨌거나 인터넷 전쟁도 이어지는데 이거이, 완전 비음부가 완전 사람 여럿
잡아드시게 섹시하신 겁니다.(하긴 이번 공연에서 컨디션 난조라 중반에 힘들어하는 게 좀 보일 땐
좀 섬칫했는데, 그게 또 의외의 효과인 거이...모아이나 영원에서 발이 공중에 10CM쯤 떠 있는 것 같은
가성 낼 때나 인터넷 전쟁 비음;낼 때는 정상 컨디션때보다 더 흠칫할 정도로 섹시하시더란 말이죠;;;
고로 약오르단 말씀-_-) 가슴 쥐어뜯을 때는 두말할 거 없고.
아, 이제 이스터섬 가실려나 봅니다. '여행 좋아해요?'라니까 좋다는 아우성이 막 나옵니다. 그랬더니
'나보다 더?'(...이건...오빠님이 더 좋다면 여행이고뭐고 다 포기하고 콕 처박혀 있으라는 얘긴가;;)
하더니 '만약에 나랑 여행가게 되면 어디 가고 싶어?'라고 떡밥을 던지십니다. 그래서 다들 좋아라
여기저기 얘기했더니 너무 다양해서 못 데려가겠다'라더니 오빠님은 이스터섬 가고 싶댑니다. 그래서
다들 좋아라하고 있는데 오른쪽 앞의 팬분 가리키면서 '넌 가기 싫어? 그럼 너네둘만 빼고 다 따라와'
라고 지적해주신 겁니다. 거봐요 제가 그랬잖아요 TAKE 1의 원래 가사는 '내가 말했잖아 (말잘듣는 애들
만 골라) 데려간다고'라고;;;
그래서 오빠님과 만여명...아니다 두 명 뺀-_- 관객들은 달달한 어쿠스틱 모아이로 교감하며 참으로
아름다운 무대를 가졌습니다. 그것도 잠시, 끝난 후 '해지는 풍경 기억나?'라고 하니까 다들 뭥미?
표정으로 벙쪘습니다. 피식, 너네 걸려들었구나 표정으로 '7월달에 이스터섬 갔었잖아요. 그 때 해변에
발담그고 있는 멋있는 오빠의 모습...'
아놔, 오빠, 오빠, 오빠.
난 진짜 자기가 자기 가리켜 '오빠가 말이야~'라든가 '오빠 말만 믿어봐~'하는 남자란, 자기 볼 손으로
콕 찍어가며 '미혜는요~'이러는 여자애만큼이나 힉스러운데.
거기다 자기를 가리켜 오빠라고 해놓고 한 치 망설임 없이 캐당당한데.
왜 난 오빠님이 손발이 오그라들게 부끄러우면서 좋을까...orz(뭐 정답은 얼굴 때문에;)
자, 이제 실질적 2부, 틱탁 판타지아 시작됩니다(근데 피아니스트 불안불안했어요;) 역시나 벽장에서-_-
파주시향 합창단이 나와서 코러스를 넣어주셨고...본공연보다 여성비중이 높아졌지만 틱탁에선 안배를
잘 했는지 낮고 장중한 느낌은 살아서 다행. 오오, 오빠님 의상은 여전히 10점 만점에 10점.허리 쏙
들어간 연미복 삘 수트 자켓에(그게...그게...본인도 자기 입으로 뒷태 얘길 하셨지만, 뒤돌아설 때
마다 보이는 그 허리라인이란;;; 본인이 불붙여놓지 않아도 지금도 충분히..;;;;) 흰 셔츠에 드레이프
식으로 간결하게 떨어지는 프릴이 매우 좋았습니다. 근데 말이죠, 무대 위에는 반짝반짝 오빠님이,
멀티에는 틱탁 뮤비의 오빠님이 동시상영으로 돌아가니 참 눈은 호사스러운데 어디 눈을 둬야하지
참 헷갈렸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헤피엔드는 마지막에 앞부분 딱 짤라먹고 간명하게 '헤피엔드'
를 외치면서 헤피엔드표 웟네 만족한듯이 섬칫한 미소를 웟네에에~~~하시고, 삼각편대식으로 미정씨와
탑마미가 오빠님의 뒤에서 베이스와 기타를 각각 치켜들고 짜잔-엔딩하는 것이 참으로 멋졌습니다.
노래 잘 끝내놓고 겨울에 어울리게 서늘하다는둥하다가 '여기도 스토커 있어요?'라고 묻는 센스는 뭥미;;;
3층에서도 갑자기 짜게 식은 분위기가 느껴지더란 말입니다; 그래놓고 앞쪽 가리키면서 '너라구? 아냐~'
하면서 슬렁 넘기더니 잠시 팬과 본의아닌 사오정개그. 저는 면봉만한 오빠님을 보고 있었던지라 뭔지
잘 몰랐는데 돌아와서 들으니 마이크 때문에 입술에서 피가 났던 것 같군요. 그래서 스탠딩 앞분들이
열심히 아우성쳤는데 전혀 뭐 못 알아들어주시고-_- 입술이라고 한 건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그때부터
혀로 열심히 입술을 날름날름 핥아주시고 쓸어주시고 빨아주시는데...님하 제발 좀 자제효;;;(근데 혀쓸기-_-
고화질로 닷컴에 업로드해주시면 전 아침마다 오빠님 브로마이드앞에서 삼천배 올리고 출근할거라능;)
자...이제 시대유감용 멘트를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2008년에 여러가지 안 좋은 일들로 기분 뿌짖했죠?'
'신생팬들이 처음이라 놀래서 기분 뿌짖할 것 같은데 언니 형들이 잘 이끌어줘요' '이제 이 노래가 서태지
팬덤의 주제가가 된 것 같아요'
아놔;;; 팬질이 무슨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고 올드팬이 신생 양성하는 1:1 훈육도제시스템입니까;
(아참 이미 그랬지;) 그건 그렇다치고...도대체 '신생팬' '팬덤' 팬들이 쓰는 업계용어 좀 자제요;;;
도대체 어디서 어디까지 눈팅을 하는 건지 무섭다니까;
어쨌거나 시대유감은 한이 많이 쌓이면 쌓일 수록 신나는 노래입니다. 이때가 제일 호응 좋고 열광적이죠.
영원까지 잘 끝내고 매우 아우성이자 뿌듯해하면서 팬들의 3자구호를 본인이 알아서 창작해주십니다-_-
여기는(B구역) '왕자님', 여기는(A구역) '사랑해'지?(...3층에서 듣기로도 그건 아니었는디요-_-) '근데 난 왕자님이 아니고 오빠님이야'
...네...전 여기서 스스로 발해왕자님의 자리를 포기하고 팬들의 눈높이로 다가가는 친근한 오빠님의
모습에 감격했을...리는 없고 역시나 부끄러움에 오그라들고 있었습니다-_-;;; 남매냐들에겐 미안하지만
자긴 오빠님이랩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B구역으로 다가가선 앞의 남자분에게 너 불만있냐고; 그러고는
갑자기 이름을 묻는 겁니다. 준호라니까 '이주노?'이런 정통 오빠님식 개그를 하시더니; '너, 내가 오빠
야 형이야?' 그래도 꿋꿋이 형이라니까 조근조근 자상하게 설명하십니다. '여기는 여매냐가 많고 남자는
소수니까 남자들이 따라와야 해. 그리고 남자는 너그러워야 하잖아'
...아하 그렇구나...일 리는 또 없고;;; 도대체 무슨 논리가 이래;;; 근데 왜 난 설득당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제 옆자리의 남매냐가 바로 설복당해서 걸걸한 목소리로 끝날 때까지 오빠라고 외치는 현장 목격;)
어쨌거나 참 이번 공연은 오빠님이 평소 하지 않던 매너-팬 하나 콕 집어서 간택하시기를 여러번 하신
공연이었습니다. 이스터섬 빼놓은 두 명;도 그렇고 오빠님한테 간택당하려면 하는 말을 안 듣고 반항하면
됩니다. 그러면 나한테 이렇게 대한 팬은 니가 처음이야 하면서 오빠님은 당신의...(후략)
아..중박이라도 치려면 쫄핑크를 입던가요. 쫄핑크 입어서 봐줬다고 매우 흐뭇해하기도 하셨습네다.
이제 공연은 마지막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습니다. 교실이데아-컴백홈을 위해 마스터우가 올라왔는데
셔츠에 타이를 입은 몸매가 너무 그럴싸해서 전 홀딱 반해버렸습니다+_+ 어쨌거나 오빠님은 마스터우를
잡고 박스 얘길 하시면서 팬사이트를 눈팅하신다는 티를 또 고스란히 내셨고; 자기가 인정하는 래퍼고
자기랑 목소리도 잘 맞고 하면서 띄우시다가 오렌지 외운다길래 시켜놓고 우물거리자 막 구박도 해 주
시고...한 마디로 손바닥 위에 올려놓으시다가-_- 교실이데아 시작입니다, 꺄아. 저는 워낙에 교실이데아
07버전을 너무너무 사랑하는데다가(원래 토나올 정도로 음원 꽉꽉 우겨놓고 첩첩이 겹쳐놓은 거 취향입
니다-_- 여기서는 안흥찬 코러스가 음원 중 하나에 불과할 정도;) 원 버전이 아니라 이 버전을 심포니
로 만든 센스가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다른 태지보이스 시절 곡들도 원곡이 아니라
락버전 현재진행형의 최신 버전을 심포니화 한 거죠. 여기서 심포니의 의미란 단발성 퓨전 이벤트가
아니라 사실은 서태지라는 음악인의 음악 인생 궤적의 연장선이고 도약의 기회이고 뭐 그렇다는 삽질
이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
자, 학교에 불만도 없었고 컴백홈 듣고 집에 돌아왔다는 착실한 마스터우와 겉보기만 생글생글인 오빠님의
공연은 컴백홈까지 잘 끝났습니다. 그리고 난 알아요 차례. '이 곡이 아니면 나랑 여러분들은 만나지 못했
을 거예요. 우리를 만나게 해 준 큐피트같은 곡이죠.(이때부터 전 또 오그라들고 있었습니다;) 이렇게(안무
팔 동작)한 게 사실은 큐피트의 화살을 쏜 거예요'
아 놔; 말만 민망하다 부끄럽다 하면 뭘해; 얼굴도 안 붉어지고 저런 멘트를 또랑또랑 하는구만.
어쨌거나 큐피트의 창조주께서는-_- 모든 사람들에게 난 알아요의 팔짱을 끼게 시키셨습니다-_- 심지어는
지휘봉을 잡고 있던 톨가조차도;(아참, 톨가씨가 난 알아요를 제일 좋아한댑니다) 그리고 난 알아요를
부르셨는데...뭐 좋죠. 한참 휘몰아쳐놓고 마지막에 가녀린 미성으로 '울잖아요'가 나올 때가 제일 좋죠.
그 한 순간으로 바로 16년전으로 돌려놓는 뭐 그런 느낌.
어라라, 앵콜인데 앵콜 없댑니다. 남들 다 하는 거 재미없다나; 그리고는 '너네들이 이거 안 해서 앙탈부렸
잖아'하면서(아아...이 끝장나는 피드백;;;) 제로를 불렀습니다. 2008년에 안 좋은 일이 많았을 텐데,
연말에 리셋 버튼을 누르고 제로로 돌아가라고 하더군요. 영원에 이어서 원곡 손 안대기로는 두번째
일듯. 브릿지의 오케스트라를 생음악으로 들을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곡 내내 현악부가 더욱 밴드음악을
풍성하게 해 준 건 확실합니다. 그리고 전 이 좋은 걸 듣고 '어라? 아웃트로는 왜 안 해?' 이런 빙구 소리
를 하고 있었;;;(근데 오빠님 기타 잡고 노래부르는 건 보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제로도 끝나고 톨가 카쉬프, 성남시향, 파주시향 합창단, 관계자 인사 다 하고 톨가씨와 다시 감격의
포옹(...여기에 대해서 할 말은 많은데 생략)을 하고 밴드들 소개는 따로 없길래 으응? 싶었는데 오케스트라
다 나가고 밴드만 남았습니다. 앵콜은 없대도 사람들은 다급해서 종이비행기 날리고 난리났습니다. 오빠님은
또 종이비행기 잡기에 심취하셔서; 여러개 주워주시고, 도로 날려주시고 하여 스탠딩은 다시 피라냐 화;;;
그리고 오빠님은 뭔가 또 반짝반짝 표정으로 '깜짝 퍼포먼스가 있다며'해서 다들 좋아라했는데 '아니, 나 말고
너네 말야. 너네가 떡실신 보여준다며'
그래서 팬들은 눈을 까뒤집고 벌러덩 뒤로 넘어지며 일시에 떡실신을 하였고, 오빠님은 그저 낙엽이 굴러가도
웃는 여고생처럼 까르르
어라? 버...버뮤다 트라이앵글을 부릅니다;;; 이거 불러줄줄은 몰랐는데;;; 뭐 역시 버뮤다 비주얼은 극강이셔
주시고, 막판엔 스탠딩마이크를 대 째로 뒤로 돌려 집어던지는 고난이도 액션을 해 주시고, 끝나자 물병을 여러
개 집어던져주셔서 스탠딩은 다시 아수라장;;;
앵콜 없습니다. 서밴하고 팬들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닷컴에 올린다더군요(...그거 배경 기가 장난 아닐텐데;)
이렇게 1시간 50분의 공연은 끝. 본공연과는 또 다른 의미로 참 다녀온 보람찬 공연이었습니다. 전 이제 열심
히 카드값을 만들며 내년 공연을 기다릴 터이니 오빠님도 볼살 좀 올리시며 한 해 잘 마무리하시길.
돌아와주셔서 고마워요, 덕분에 올해 하반기가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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