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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8집과 Bermuda [Triangle]

게재일 : 2008.10.25 (Sat) 06:14:15 AM

작성자 : 블펠

No. 205556 추천수 : 3 조회수 : 345

서태지는 04 Zero Live에서 '죽음의 늪'과 '너에게' 다음 곡으로 불려졌던 '제로'가 말하듯

이젠 '지저분하고', '가식같은' 세상 속으로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은 듯 하다.

거대한 벽 뒤로 매니아들과 소통하고자 했던 시간은 그 살아있음 그 자체로 의미로웠지만

‘깨끗한 듯한’ 반사회적 삶에 대한 고집만으로는 고고한 사람으로 기록될 순 있어도

더 큰 성장을 하고 싶었을 테니깐 말이다. 더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또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래 하는 길이라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15주년 기념으로 리메이크된 두 곡 '교실 이데아'와 '컴백홈'을 기억하는가.

저 두 곡은 8집을 관통하는 마인드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급진적인 비판 정신을 간직하되 체제에서 벗어나지는 않는.

때문에 자동차 CF, 8집은 2장의 싱글과 1장의 앨범, 좀 더 대중친화인 멜로디, Show CF 등

여태껏 자신의 활동을 전복하는 듯한 프로모션에서도 보여지듯

여느 때보다도 그 방법론에 주목해야할 앨범인 듯 하다.

20세기 소년 등으로 대변되는 위장술도 뛰어나다.

그래서 8집은(아직까지 나온 싱글로 비춰봤을 땐) 진실의 가치를 일깨우기 위한

직접적인 메시지보다는 매력적인 성장을 위해서 무엇이든 했을 자신의 갈등의 공간들을

-끝까지 순수하고자 했기에 더욱 더 모순적일 수 밖에 없었던-

‘있는 그대로’ 그리고 ‘풍부하게’ 담아내는데 더 신경이 써진 듯하고 그로써

대중들로 하여금 (어느 쪽을 선택하건)

그런 가치에 대해 고민에 대한 동기부여와 공간이 깔려있는 듯하다.

한 사람이 진실을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어차피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 사람은 변할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한 가치가 좋다고 해도 판단은 각자 몫이라 한다면

희망에 대한 찬양보다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 때의 수만가지의 기분을

통찰력 있게 표현하는 방식이 더욱 현명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한 곡 속에 빛과 어둠, 어른과 아이 같은 모순적인 감정들이

서로 부딪치는 건 자연스러운 반영이다.

그러한 고민을 누구에게라도 자기의 문제라고 느낄 수 있게끔

‘Bermuda [Triangle]’은 ‘성’이란 보편적인 주제로 풀어내고 있다.

첫 경험의 성스러움, 순결을 잃었다는 자의식, 그 혼돈의 시간들이 배도 비행기도

사라진다는 Bermuda[Triangle]이란 4차원 같은 공간과 자연스럽게 중첩되고 있음과

동시에 초자연, 외계인이라는 8집의 거대한 주제하고도 연결되고 있는 치밀함이 보인다.

Bermuda[Triangle]는 뮤비에서도 보여지듯 소녀의 모습이 짙다.

그리고 그 소녀는 아직 완전하지 않은 여자의 몸으로 어른의 세계를 경험한다.
(그래서 Show CF에 여중생으로 나온 심은경양이 캐스팅된건가요? 여러모로 10대 신생팬들 많이 좋아하겠어요.ㅋㅋ)

처음 대장의 화음은 말초신경을 자극하며 4차원으로 끌고가는 듯하다.

호기심 강하고 자의식 강한 순결하기만 한 소녀는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의미를 풀고자 책을 빌려보는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여러 시도를 해보고 데자뷰를 계시처럼 받들며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알게되는 건 (지금껏 순수함이란 가치만이 절대지상의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세상에 대한 처세가 뛰어난 이가 더욱 대우받는 현실. 그렇게 느낀 뭔가 뒤틀린 욕망. 질투.

이 후 아직 여린 소년이기만 한 남자친구를 울려보기도 하고,

뭔가 해답을 줄 것 같은 다 큰 어른에게 관심을 가져보기도 해본다.

그 어른의 자신에 대한 관심이 순수하지 않음을 알고 있지만

그렇게라도 세상의 대한 진리를 풀기 위한 통과 의례라면 내 모든 것을 기꺼이 바치려 한다.

무섭고 혐오스럽기도 했지만 결연하게 자신이 고이 간직해온 순결함으로 밤을 같이한다.

그러면서 불꽃과도 같이 터지는 수천가지의 색깔. 그 많은 느낌들 사이로 자신의 해답을 찾아보려 하지만.,

성장을 하기 위해선 꼭 더러워 보이는 세상의 것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일까.

아님 그것은 그저 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인가?

기계적 유두리란 성한 벌레가 들어간 어차피 내가 먹을 수 없는 것과도 같은 것.

나는 대체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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