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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모아이(MOAI)... 그리고 제로(Zero)...

게재일 : 2008.08.13 (Wed) 02:49:05 AM

작성자 : 위저드

No. 104996 추천수 : 28 조회수 : 610

이 글은 순전히 나의 주관에 입각한 글이며
그저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자 써 본 것이다.
공감을 가지실 수도 있겠고 다른 생각이실 수도 있겠고
무엇보다도 태지의 의도와 전혀 상관 없을 수도 있겠으나
편하게 쓴 글이니 편하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

혹시 예전 나의 글들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태지의 사운드와 소리를 미친듯이 좋아하는지라
주로 태지 음악의 소리들을 위주로 그에 대한 감상글 비슷한 걸 몇 번 썼지만
가사에 대해서는 뭔가 해석이라든가 틀에 구애받고 싶지 않아서 별로 내키지 않았다가
7집때 제로는 뭔가 마음 구석에 남는 부분이 많아서 한 번 썼던 적이 있다.

제로에 대해 쓴 글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미 성인이 되거나 사회인이 되어서
어릴 적의 순수했던 감성이 있던 시절로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애환을 그린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라고 했던 것 같다.

오늘 문득, 몇십번, 혹은 몇백번을 들었는지 모를 모아이를 흥얼거리다가
어라...  놀랍게도 가사에서 7집의 제로와 연관성이 느껴졌다.

공식적으로 발표한 기사상으로도 그렇고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로도 그렇고
한적한 여행길에서 느낀 그 기분을 팬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그리고 특히나 돌아간다는 가사를 봐서도
테익5나 테익6의 연장선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는데...

단어 단어들이, 그리고 왜 이런 문장을 썼을까, 무슨 뜻일까, 의구심이 들었던 표현들이
조금씩 조금씩 퍼즐이 맞추어지듯, 뜻밖에도 제로와의 어떤 연장선상에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는 태지가 제로 콘서트 때 했던 멘트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서,
정말 인생에서 지치고 힘들 때, 모든 것을 제로로 돌리고 리셋해서 다시 새롭게 시작하자는,
가장 큰 불행 이후에 가장 큰 행복이 찾아온다는 그 태지의 멘트를 상기시켜 보자.

지금부터 쓰는 글은, 7집 때 제로에 대해 내가 썼던 내용을 토대로
모아이를 접목시켜 생각해 써 본 것이다.

<제로>
엄마 내겐 이 삶이 왜 이리 벅차죠
변해간 나의 벌인 거죠 매일 밤 난 물끄러미 거울에 비춰진 날 바라보며
왠지 모를 난 안도의 한숨을 깊게 내쉬지만 그건 그저 버티고 있는 내 초라함이죠

<모아이>
네온사인 덫을 뒤로 등진건 내가 벗어두고 온 날의 저항같았어
떠나 오는 내내 숱한 변명의 노를 저어 내 속된 마음을 해체시켜 본다

--> 삶이 그저 그날그날을 힘겹게 버티며 메말라만 갔을 때
그런 불행한 삶을 등지고, 즉 제로로 돌리고 길을 떠났다.
말이 쉽지, 모든 것을 제로로 돌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떠남은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큰 저항이었으며
수많은 변명을 내세우며 아직도 마음 언저리에 남아있는 속물적인 면을 없애려 노력하는 것이다.

<모아이>                                                        <제로>
때론 달콤한 내 거짓으로도                               내가 받은 위로와 그 충고들은 모두 거짓말
때론 아이같은 응석에 두 손을 벌려도                이제 내가 제발이라는 말을 배워도 되나요

--> 거짓도 응석도 모두 소용 없었다.  남아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어떤 것도 위로가 되지 못했고 어떤 것도 바람을 이루어주지 못했다.

<모아이>                                                         <제로>
이젠 All I need 저 모아이들에게                        모두 같아 같아 같아 내가
나의 욕심을 말해볼까 이젠                                엄마의 손등에 키스하길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굿바이

--> 남은 것은 없지만 그래도 단 하나, 내가 유일하게 기대고 싶은
원천적인 대상에 대한 친밀감의 표현을 손등의 키스라고 가정한다면...
그런데 그것 조차도 떠나오기 전에는 그게 욕심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었다면...
이제 다 버리고 떠나온 이 상황에서 나의 속된 마음을 모두 털어버리고 남은 단 하나...
그 욕심을 모아이들에게... 하필이면 인간의 지나친 욕망으로 멸망과 화를 부른 저 모아이들에게
내 욕심이 그러하노라고....  아마도 생각키에 푸념삼아서 말해보는 게 아닐까 한다.

<모아이>                                                      <제로>
내 가슴 속에 남은 건 이 낯선 시간들                내 빛바랜 마음이 내 바램대로 더럽혀진 한 줌의 재로..
내 눈의 눈물도 이 바다 속으로                        내가 가엾게 엄마 나 울더라도 나를 감싸주진 마

--> 내가 예전에 가지고 있던 맑고 순수한 마음은 이제 빛이 바래고 더럽혀져 한 줌 재밖에 남지 않았다.
다 버리고 마음도 비우고 속된 마음도 다 해체시키고 모든 것을 제로로 돌리고 나니
그 가슴 속에는 떠나와서 생전 처음 경험하는 시간이 채워지게 되었다.
그 전에는 기대고 싶은 유일한 존재조차도 닦아주지 못했던 서럽게 흘리던 눈물도
낯설게 경험하는 이 상황 속에서 다 흘러내려가 안에서 빠져나와
바다와 섞여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떠나보낸다.

<모아이>                                                        <제로>
이제 세상은 이 어둠을 내게 허락했고                 나 저 높이 나의 별을 놓아
비로소 작은 별빛이 희미한 나를 비출때              내 약속을 돌릴 수 있을까

차가운 바닷속에 내 몸을 담그니
내 가슴을 흔드는 잔잔한 물결뿐

--> 떠나오기 전에는 내가 처음에 가졌던 순수한 동경.. 꿈.. 그러한 것들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내가 애초에 되고자 다짐했던 그런 모습이 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지만
다 비운 자리에 채워진 새로운 것들이 있고...  비탄에 잠긴 눈물도 더 이상 없는 지금
비로소 고달픈 삶인 네온사인의 숨막힘과 겨우 결별한 그 어둠 속에서
그럴 수 있을 거라는, 작고 희미하나마 그 희망을 보게 되었고 그래서 마음이 무척 편안하다.

<모아이>                                                         <제로>
해맑게 웃을 땐 나른한걸까                               엄마 이젠 내가 이 세상에
세상에 찌든 내 시크함을 조롱한 걸까                무릎을 꿇어버린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와

나는 멍하니 산들바람 속에                               허무하게 깨어진 빛바랜 나와의 약속
성난 파도를 바라보고 있어                               결국 난 못지킨채 내 혀를 깨물어 이 곳에 줄을 섰어

--> 이 세상 수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세상 살아가는 방법은 타협과 굴복...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발버둥쳐봤지만 결국은 나도 무릎을 꿇어야만 했던...
그래서 조소를 머금을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스스로의 약속이 허무해져 버렸던 그 과거..
떠나온 다음에 그 때를 회상하며 웃어보지만 그저 나른해서 웃는 건지,
그 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제 멋에 겨웠던 자신을 비웃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이제 다 비웠으니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산들바람을 맞고 파도가 치는 걸 바라보며 마음을 정화한다.

<모아이>                                                          <제로>
이 낯선 길 위로 조각난 풍경들                            어쩌면 다 모두다 같은 꿈 모두다 가식뿐
이런 내 맘을 담아서 네게 주고 싶은걸                 더이상 이길에 희망은 없는가
In the Easter Island...

내가 돌아 갔을 때 너는 맨발로 날 기다리겠지        혹시 내 어머니처럼 나의 곁에서
무릎을 세우고 초초하게 있지는 마                        내가 고갤 돌려주기만 기다리는 건 아닐까
이 달이 질무렵 돌아가니까

--> 떠나오기 전에는 세상살이가 다 똑같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다 그렇게 희망 없이 따라가는 길인 줄 알았다.
그래도 막연하게나마 내가 고개를 돌리기만 하면 그 희망은 항상 날 기다려주는 어머니처럼
그렇게 내 곁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었다.

그리고 떠나오고 처음 경험하는 이 새로운 길에는
비록 온전치 않고 조각조각 났지만 다른 것들이 눈에 보인다.
모든 것을 버리고 제로로 돌리고 떠나온 후 새로운 것들을 가슴 벅차게 담아
내 소중한 존재에게 알려주고 싶다.

(Easter 섬이란, 원래 풍요로운 자연과 발전된 문명이 가득찬 곳이었다가
지금은 모아이라는 흔적 이외엔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말하자면 모든 것을 버린 제로를 상징하는 것과도 같다고 보여진다.)

제로로 돌리고 나니까 생기는 다른 것들을...
내 소중한 존재에게도 비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제 채웠으니 떠나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려 한다.  이 달이 질 무렵...  즉 그믐달이겠지.
그믐달은 달의 소멸이다.  역시 제로...  그리고 그 달이 지고 나면 새로운 달이 뜬다.
모든 것을 비우면 새로운 것이 가득 차게 된다.  지금 돌아가는 나는 새로운 나다.  불행이 끝난 행복한 나다.
떠나오기 전에는 희망이 있을까란 일말의 불안과 의심이 있었지만
이제는 희망이 그 자리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띄운다...

이상...
머리속에서 여러 가지 연관 관계가 동시다발 중구난방으로 떠올라 좀 이상하게 마무리가 된 듯 하지만;;;
이렇게 글 쓰면서 생각하다보면 항상 느끼지만 진정 태지 노래는 허투로 들을 수 없다고 절감하게 된다...

항상 그렇듯이 또 쓸데없이 지루하게 길어진 글이 되고 만 것 같은데....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고개숙여 깊은 감사를...

잡설 저드.

덧.  제로와 이어진 아웃트로의 자연의 소리... 새소리 물소리들과...
모아이의 물방울 소리가 이어진다고 생각되는 건 오버센스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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