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onyseo (태매)
MOAI 를 내려놓을 수 없는 이유
인터넷에 글 쓰는거 너무 귀찮아 하는 요즘이지만, 이 글은 내 자신을 위해 쓴다. 읽고 비판하고 싶으면 마음대로. 남을 위한 글은 아니니까 상관하지 않는다...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나마 기쁜 일일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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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서태지를 좋아해 왔고, 당연히 그는 천재, 또는 한국 음악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장본인 등 상투적인 수식어와 연결 시켜 여겨 왔었다.
가끔 그의 early album들을 다시 들어 보며 아직도 neo 하게 와 닿는 시대를 타지 않는 곡과 가사에 놀라며 "역시 천재..." 했었고.. 그의 팬이라면 팬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아니라면 아닐 수도 있었고) 생활에 밀려, 시간에 쫏겨, 내 자신이 서태지 매니아라는 거창한 타이틀에는 맞지 않는 다고 생각하며 살았고. 내 교만에, 누구 팬이 될 꺼란 생각도 해 본 적 없고.
올해 만 서른 하나다. 열두살에 외국에 나가, 여기 저기 옮겨다니며 살면서 공부가 늦어져서 몇년 전에는 했어야 할 인턴실습을 겨우 이제야 할 수 있어, 여름방학동안 한국 병원에서 하기 위해 오늘 아내와 한살된 딸과 함께 핼싱키에서 transfer해 서울로 들어왔고.
약 22시간 정도 되는 여행을 힘겨워하던 불쌍하고 사랑스런 딸 기저귀를 벗겨주니 꺄르르 웃으며 뛰어간다.. 목욕을 한 후, 오래간만에 로그온 해 아내 미니홈피에 가 보니 못 듣던 소리가 배경음악으로 등록 되어 있었는데...
희안했다.
새건데.. 아는거였다.
아는 거였는데, 배워서 아는거, 어서 봐서 아는게 아니였다.
그냥 아는거엿다. DNA에 코딩되어 있다고 할까.
그리고, 바로 깨달았다. 그리고 막 웃었다... 행복에 젖어.
새월이 지났는데, 내가 변했는데, 그도 변했다면, 아니 발전했다면 발전 했는데, 이렇게나 새롭게 발전 했는데..
근데 이건 안변했구나. 그의 code가 retrovirus같이 지겹게도 내 기억과 세포속에 incoding 되어 있구나..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다고 얄밉게 부르짓어도, 자기 노래는 너무 정직하게 자기 속에서, 아프게, 겸손하게, 되세기며 녹여 내는 그만의 소리... 그만의 느낌, 그만의 말... impossible to mistake it for something else. einfach unverwechselbar. 형. 이건 organic 한, 당신이 몸으로 짜낸 당신 자식 이고, 나는 바로 알겠는걸..
귀국 첫날인 오늘 하루동안 천번은 들은 것 같다.
웃었고, 울었다. 미친듯이 가사를 검색했다. lyric analysis도 찾아보고, 내 나름대로 분석도 해 봤고, 앞으로 계속 해 봐야 한다.
우리 세대사람들은 아마 MOAI 를 들으면서 나같이 처음엔 웃고, 그다음엔 울꺼다.
웃고. 왜냐하면 나도 한동안 잊고 있던, 내 속에 들어와 묻혀 있던 서태지가 MOAI란 열쇠로 다시 한번 열렸으니까. 그 희열. Release. 그래서 웃고.
울고. 내가 기억나서. 서태지와 함께 웃고 분노하고 고통스러워하고. 남들 다 하는 고생이란 생각으로 내 분노를 삭히며,.. 이런 내가 잘못하는 거지.. 하며 guilt로 내 위에 lid를 덮을 때, 방황하던 시절, 그걸 강하지만 부드럽게 열어줬던 그의 손길이 생각 나서. 그때 행복에 겨워 했었던 그 기억. 나도 잊고 있던, 너무 오래 된 친구 같은 나를 다시 만날때 느끼는 그 감격에 젖어.
서태지를 듣는 사람은 느낌이 다 다르다. 한 노래를 처음 들었을 당시에 처했던 상황에 따라, 그 노래와 결부된 느낌이 각자 가슴속에 낯선 시간들, 잊혀졌던 길 위로 조각난 풍경으로 남아 있다가, 먼 훗날 서태지를 통해 되살아난다.
MOAI는 새롭다. 서태지답게 파격적이고 아름답다. 그러나 눈물겹게, 행복하게 익숙하다. 그가 보인다. 내 안에 있는 그의 기억이, 그와 다시 만나며 행복해 한다. 내 기억속에 왠지 낯설던 내 자신이 다시 정겹다.
서태지가 좋다. 그의 DNA 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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