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강다메가 본 지극한 사랑을 담은 8집 모아이 남편님 리뷰~^.^ (오빠님만 보세요)
게재일 :
2008.08.08 (Fri) 03:58:18 PM
작성자 :
강다메
No. 98724
추천수 : 5 조회수 : 251
악기 소리라곤 보컬, 기타, 드럼, 키보드 정도밖에 모르는
정말 쓰고 싶어서 제 식대로 무턱대고 쓴 리뷰이니 마음이 천지처럼 넓은 오빠님만 보세요~~~~~~~
꼭 오빠님만 보세요 ^.^
1. 모아이
남편님,
저는 지금 모아이를 듣고 있습니다. 지금 날이 너무 더워서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릅니다. 강다메 집은 무척 서민적이라 에어컨이 없고 선풍기는 발을 뻗어도 닿지 않는 슬픈 거리에 있어서 강다메는 그냥 얼음물만 먹고 있습니다. 그래서 꺼내든 게 내 남편님의 모아이 음반이었습니다. 이거 들으면서 말복 더위를 좀 쫓으려구요. 그러다 문득 강다메는 생각했습니다. 왜 이렇데 더운데 이걸 들으려고 했을까? 아마 강다메가 리뷰를 쓰고자 한 시초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요?
모아이가 주는 서늘함, 주위 온도가 2도는 내려갈 것 같은, 상쾌해지는 바람이 우르르 몰려 오고 있는 듯한 느낌.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게 어디서부터 왔을까. 찬찬히 생각을 하다가 결국 리뷰를 쓰면서 스스로 생각을 정리해보자는 데 결론을 내렸습니다. (천재의 아내답죠? ^.^)
제가 남편님께 바치는 리뷰를 쓰기 전에 몇 가지 리뷰를 먼저 읽어봤습니다. 악기 파트가 이펙트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 기술적인 건 강다메의 관심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패스했고, 가사들 분석한 것과 그냥 소소한 감상 같은 걸 보면서 제 생각을 다듬어갔으니 제 리뷰도 그런 수순을 밟을 것 같습니다. 어려운 걸 싫어하는 강다메를 탓하지 말아주세요...(ㅠㅠ)
모아이를 언급하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언급했던 건 남편님도 아시다시피 초반의 물소리입니다. 남편님이 흉가까지 직접 가셔서 건지셨던 사랑스런 애기 웃음 소리 같은 물소리. 강다메는 이때의 물이, 졸졸졸 흐르는 물이거나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 터지는 물에 가깝다고 제 멋대로 생각합니다. 꽉 차 있다가 조르르 흘러내리며 터지는 그런 물이요. 그래서 애기 웃음 소리 같다고 생각했을까요? 아무튼 모아이 마지막에는 여자 웃음소리도 나오니 강다메 마음대로 그 물을 엄마 뱃속에 있는 양수라고 해석해도 될까요?
지금의 말복 더위를 쫓는 건 그 청명한 물소리와 시원한 건반 소리. 거기에 더한 금속성으로 박자를 쪼개는 무소한 소리들의 파열음. 그럼에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건, 튀어오르는 생명의 이미지인 물과 독특한 코드 진행. 그럼에도 슬픈 느낌을 주는 건..... 모아이 단조인가요? (상대음감인 강다메는 정말 모르겠어요// 너무 더워서 생각이 멈췄어요!)
처음 모아이를 듣고 '와! 이거 최고의 실험작이잖아!!!' 하고 본능적으로 꺄악~ 거렸던 저는(이제부터 강다메라 안 하겠어요. 도저히 못하겠어요.) 이제부터 남편님만 섬기리라 다짐했으니까. 도망가지 못하게 팔짱먼저 끼고.
제가 모아이를 최고의 실험작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아마 다른 분들과 비슷한 생각일 것입니다. 지금 남편님이 하실 수 있는 실험 중 최고/ 최대 실험을 거친 뒤에 가장 대중적이면서 지금까지 하시지 않은 음악을 하셨으니까요. 처음 듣는 순간, 지금까지와는 굉장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것 자체가 증명하는 게 아닐까요. 문제는 '왜' '어떻게'의 문제인데. 도대체 뭘까요.
그걸 생각하려고 7집을 들었습니다. 놀랐던 건, 그토록 복잡했던 7집이 몹시도 투박하게 들렸다는 것이었어요. 이유는 다들 아시다피시, 7집에서 엄청나게 맹렬하게 달렸던, 무게감이 있던 만큼 일견 투박했던 육중한 드럼이 빠지고 8집에선 드릴&베이스(라구 들었습니다)의 잘게 쪼개고 쉴 새 없이 뭔가 바뀌는 리듬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8집 싱글은 7집의 연장선이 아니라는 생각이 한층 강하게 들었습니다. 7집을 듣기 전에는 7집에서 발전된 형태가 8집이겠거니, 하고 생각했지만. 물론 발전되고 또 다른 형태는 맞지만 연장선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 두 음반이 추구하는 게 전혀 다르다는 게 본능적으로 느껴지거든요.
그래요. 목적이 다른 것 같아요. 7집 앨범과 8집 모아이 파트가 지닌 음악의 방향성 말입니다. 7집이 zero로 돌아가는 것이었지요? 남편님의 모든 것을 제로로. 360도로. 그렇다면 8집의 태아는 당연한 귀결이지만 7집에는 최대한도로 숨 죽이고 있던 '생명'이 8집에서 비로소 '움트는' 느낌이 듭니다. 꽉 차 있는 물과 바람과 공기와 함께 말입니다. 아마도 그게 모아이가 지닌 생명과 슬픔의 근원적인 원인이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8집 선행 싱글 모아이는 지금까지 남편님의 음악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났었던 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것은 단순하지만 가장 분명한 이유로, 8집이 1~7집까지와는 방향성이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슬퍼했던 점점 숨을 죽여갔던 생명체가(7집 로보트), 비로소 움트는 태아로, 완전하게 따뜻한 생명체로(8집 모아이)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는 것은 그것 자체로 하나의 기적 아닐까요?
이런 추측으로 보자면 8집 모아이 가사 중
'내 기억 속에 남은 건 이 낯선 시간들 내 눈에 눈물도 이 바다 속으로...'
그간의 기억, 낯선 시간들과 눈물을 가지고 바다로 상징되는 어머니 뱃속에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요.
'차가운 바다 속에 내 몸을 담그니 내 가슴을 흔드는 잔잔한 물결 뿐'
그 양수 속에 몸을 담그니 내 가슴을 흔드는 잔잔한 물결 뿐.
이라는 대목은 딱 맞아 떨어집니다.
다른 얘기를 하자면,
모아이 가사를 처음 접하며 제가 가장 의아함을 느꼈던 건 '저 모아이들에게 나의 욕심을 말해볼까 이젠' 이라는 대목 입니다. 왜냐하면, 항상 남편님 가사를 보면 '욕심'은 더럽고 추한, 굉장히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데 아마 제 기억으론 모아이에서 유일하게 '긍정'으로 쓰인 것 같아서 저는 처음에 '왜 욕심을 긍정하지?' 하고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그게 나쁜 욕심이 아니라 이제 막 잉태하려는 생명체라면 필연적인, 움트는 그런 욕심이라고 이해하니 '아~ 그렇구나~' (역시 우리 남편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낯선 길 위로 조각난 풍경들 이런 내 맘을 담아서 네게 주고 싶은걸'
이 가사 자체가 모아이를 정서를 대변(구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독 강하게 발음되는 '낯선'은, 이 노래가 주는 낯선 느낌 자체를 대변하고, 모아이 음악 자체를 더욱 낯설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으며 세뇌까지;; 아무튼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비중이 큽니다. 또한 가사의 '조각난 풍경들 이런 내 맘' 은, 남편님의 조각난 마음 자체를 모아이의 수없이 쪼개지고 나눠지고 바뀌는 박자를 통해. 그러니까 그 음악의 형식 자체를 통해 '조각난 풍경'을 구현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선 지금은 모아이만 하겠습니다. 휴먼드림과 틱탁도 마저 쓰려고 했는데 좀더 차분히 생각해보고, 얼음물 좀 먹고. 더위에 질식 직전...........
너무 다 아는 얘기만 한 것 같네요 미안합니다. 그러니까 오빠님만 보라고 했잖아요 ㅠㅠ
아 그리고 붸비들 미안. 지극히 개인적이고 어설픈 리뷰 쓰려고 했던 건 사실 내남편이란 말 좀 원 없이 하고 싶었던 나의 본능이었... 하지만 좋았다 후훗-_-/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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